샌프란스시코 공항에서 달라스행 비행기를 탔다가 다시 인천으로 14시간을 날아왔다. 우리보다 1시간 먼저 남편이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우리 가족의 107일 여정이 끝나는 순간이다. 우리를 가장 반겨주시는 분은 단연 두 어머니들이다. 미리 집에 오셔서 청소하고 저녁 준비해서 기다리시는 시어머니, 아이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밑반찬을 챙겨 온 친정엄마~
아이들은 그렇게 그립다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다음날 학교에 바로 등교했다.
"얘들아. 오랜만에 학교가니 어땠니?"
지민이 왈 “친구들이 내 개구리 젤리가 너무 맛있대요.”
“자꾸 뭐 했냐고 물어봐서 대답해주니라 바빴어요.”
민서 왈 “선생님한테 드렸더니 젤리 가지고 계시다가 우유 마시고 나면 하나씩 나눠 주세요.”
“이렇게 학교 다니고 친구 만나는 것이 그렇게 소중한지 몰랐어요.”
시차 적응 때문에 초저녁부터 졸리기 시작해서 새벽 6시면 눈이 떠진다. 새벽부터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그렇게 먹고 싶다던 닭발, 비빔면을 먹었다.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너희들 뭐가 제일 좋았니?”
“음... 멕시코에서 한국 음식 많이 먹었을 때요.”
라고 대답하는 딸들...
어이없는 대답에 실망하려다
그래도 작은 틈새를 발견한다.
“어머니~ 지민이가 자기는 바이올린을 꼭 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네? 그 전에는 배우기 싫다고 했는데... 웬일이죠?”
“지민아. 너 바이올린 진짜 하고 싶어?”
“네. 열심히 할게요.”
“갑자기 왜 바이올린이 하고 싶어 졌어?”
“지난번에 거기... 멕시코 성당에서 좋았잖아요.”
“아~ 과나후아또 성당에서 오케스트라 연습? 너한테 인상 깊었나 보구나~ 그래. 바이올린 계속하자”
“민서야~ 너는 뭐가 달라진 것 같니?”
“음... 키가 크고 살이 빠졌어요.”
“그렇지~ 좋겠다. 또 뭐가 달라진 것 같아?”
“음... 선생님 앞에서 말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대단한데~"
남편은 아이들과 엄청 친해졌다.
지민이가 아빠를 쳐다보는 눈빛이 다르다.
자기가 짊어져야 했던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길에서 만나는 개 이름을 단번에 얘기해주는 아빠
3개월 떨어져 살다가 머나먼 이국에서 만나니
아빠가 어떤 존재인지크게 다가오는 듯하다.
인천공항에서 피난민처럼 짐을 풀어헤치고 이별한 것이
온 가족이 남미 여행을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남편 없이 혼자서 두 아이를 데리고
페루여행을 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107일의 흔적이라고는 LA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이틀 만에 검게 그을린 피부, 마이너스 통장이다. 그리고 여권에 찍힌 스탬프들,12번이나 비행기를 탔다고 자랑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렇다면
육아휴직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먼저 두 개의 공동체에서 지내면서
‘연대’, ‘돌봄’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배웠다.
공간 안의 일상성
일상생활 안의 공감성
돌봄을 통한 상호의존성
노동을 통한 관계성
가치에 따른 지역사회 관계성
이 다섯 가지는
사회복지사로서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내 삶에서 실현하고 싶은 가치들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항상 함께 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었고
다른 삶을 만날 수 있었고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인간이 얼마나 본능적인 존재인지
떠난 자의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선의를 베푸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지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뜻이 있어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감사의 의미를찐하게 알았다.
* P.S: '내가 미쳤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렇게 힘들게...'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107일 여정을 다시 만나는데 마음의 여유,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니 다시 힘이 났습니다. 현재 부족한 저를 솔직하게 마주보게 하고, 다독여도 주었습니다. 감사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해서 6개월여간 총 62편의 글을 썼습니다. 월,수,금 아침 출근 길에 최종 감수를 하고 발행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 주셔서 든든했습니다. 다른 글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