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멈추지 않는 이유

[③소나무를 사랑한다면서] 개입의 생태계

by 김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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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소나무를 사랑한다면서] 미안하다, 소나무야, 하늘소야에서 이어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실패했다.

2005년 특별법 제정 이후 국가적 제도와 예산, 인력과 기술이 집중되었지만, “완전 방제”라는 표현은 더 이상 공식 문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2015년 산림청은 “2017년까지 완전 방제”를 선언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 표현은 사라졌다. 대신 “확산 억제”, “관리”, “피해 최소화”라는 말이 남았다. 목표는 낮아졌지만 체계는 그대로다.

실패는 선언되지 않는다. 대신 전략은 유지된다. 그리고 유지된 전략은 다시 예산이 된다.


실패가 다음 예산의 근거가 되는 구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투입되는 직접 예산은 최근 몇 년간 연간 약 700~900억 원 수준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모두베기 이후 벌채·운반·파쇄 비용, 방제 목적의 임도 개설, 연 2천억 원 안팎의 숲가꾸기 예산, 그리고 산불 예방·진화 예산까지 연결하면, 재선충을 중심으로 얽힌 산림 관련 사업 규모는 연간 수조 원대에 이른다.

이 구조는 단지 추정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전략의 실효성을 두고 여러 차례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2015년 ‘완전 방제’ 목표가 공식적으로 제시된 이후, 피해가 반복되자 “박멸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공개적으로 제기되었다.

일부 의원들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과정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완전 방제를 목표로 했지만 피해목은 줄지 않았다.
모두베기 중심 방제가 오히려 숲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 아니냐.
장기적으로는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후 산림청의 공식 표현은 달라졌다.

‘완전 방제’ 대신 ‘확산 억제’와 ‘피해 최소화’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략의 기본 틀—감염목 중심의 대규모 벌채, 방제 임도 개설, 예방 숲가꾸기 확대—은 유지되었다. 예산 구조 역시 근본적으로 축소되지 않았다. 목표는 조정되었지만, 사업 체계는 유지된 셈이다.

감사원 역시 재선충 방제 사업과 관련해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감사 결과에서는


피해목 전수조사 체계의 부정확성
방제 설계·시공 관리의 미흡
예산 집행의 효율성 문제


등이 지적되었고, 일부 사업은 집행 방식 개선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산의 특징은 종료 조건이 없다는 데 있다.

병이 줄면 “재발 방지”를 이유로,
병이 늘면 “확산 차단”을 이유로,
산불이 나면 “예방 강화”를 이유로 사업은 계속된다.

특히 국회 의원회관과 세종·대전 등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와 공청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쟁점이 공개적으로 논의되었다.


박멸 전략이 과학적으로 타당한가
모두베기 중심 방제가 숲 구조를 더 취약하게 만들지는 않는가
확산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예산 대비 효과에 대한 독립적 평가가 이루어졌는가


이 자리에서는 산림청 관계자,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담당자 등이 함께 참여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결론은 분명하지 않았다. 방제의 필요성은 유지되었고, 동시에 전략 전환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그래서 ‘완전 방제’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 이상은 바뀌지 않았다.

목표는 조정되었으나, 사업의 틀은 바뀌지 않았다.

정책 실패는 사업 중단의 근거가 아니라, 다음 예산 편성의 명분이 된다.

이 구조 안에서 방제는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상시 사업이 되고, 상시 사업은 다시 조직과 예산의 안정적 근거가 된다.


경제성이라는 질문


산림경영의 수익 구조를 따져보면 문제가 더 선명해진다.
한 예로, 50년생 소나무림 1ha를 자부담 100%로 계산할 경우 총 투입 비용이 약 5,600만 원에 이르지만, 최종 수익은 약 700만 원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시된 바 있다. 반면 국가 보조 90%가 적용될 경우 산주는 흑자를 기록한다. 이러한 구조는 산림 경영이 개인의 수익이 아니라 공공 재정에 기대는 시스템임을 보여 준다.

이처럼 재정이 선행하고 생태가 뒤따르는 구조는 한국 산림 정책의 오랜 역사 속에서도 반복되어 왔다. 1960~70년대 산림청이 주도한 산림녹화 초기에는 전국의 벌거숭이 산을 빠르게 녹화하자는 열망이 있었다. 당시 정부는 대규모 조림, 전국적인 식목운동, 인력 동원 등 강력한 추진을 했다. 그러나 초기 식재목의 상당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시행착오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러한 초기 실패는 생태적 준비와 현장 기반 연구 없이 대량 식재 중심으로만 진행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결국 한국의 산림녹화는 단선적인 성공스토리가 아니다. 이후 여러 차례 과학적 모니터링과 산림생태 연구를 통합한 적응적 관리를 도입하면서 복원 전략이 개선되어 왔다는 사실도 연구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역사는 단지 “초기에 나무를 많이 심었고 그것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첫째, 생태적 조건과 수종 선택의 중요성이 있음을 보여 준다. 무작위 대량 식재는 높은 초기 고사율, 토양 조건과의 불일치, 조성 후 관리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쉽다.
둘째, 지속 가능성이란 단일 지표의 성공이 아니라 장기적 생태 회복과 경제·행정의 조화를 의미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숲가꾸기”나 “방제”가 단순한 현장 조치가 아니라, 제도적·재정적 시스템과 연결된 복합적 현상이라는 비평은 단지 비판적 시각이 아니다.
숲의 시간과 공공 재정의 시간은 다르다.
숲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관리 시스템은 그 회복력을 자주 간과하거나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 그리고 그 간극이 비용과 효과의 구조적 문제로 드러나는 것이다.


방제는 단독 정책이 아니다


재선충 방제를 이유로 숲에 들어가면 감염목과 의심목을 베어낸다. 작업로가 생기고, 그것은 임도가 된다. 임도가 생기면 장비와 인력이 쉽게 드나들 수 있고, 그 결과 숲가꾸기 사업이 뒤따른다. 솎아베기와 정비라는 이름으로 숲은 반복적으로 열리고 밝아진다.

일부 연구자들은 숲가꾸기 이후 수관 차단량이 크게 감소한다고 지적한다. 150mm 강우 시 자연 상태 숲은 약 40%에 가까운 수분을 저장하는 반면, 간벌이 이루어진 숲에서는 차단 기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결과가 전국적 경향을 대표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개입이 수문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은 분명하다.

산불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다. 특정 지역 비교 분석에서는 간벌을 하지 않은 침엽수림의 수관화 발생률이 약 5% 수준이었던 반면, 간벌이 이루어진 숲에서는 50% 이상으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제시되었다. 능선부의 경우 70%를 넘는 사례도 제시된다. 이 수치가 일반화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지만, 개입이 화재 거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정책 논의에서 배제될 수 없다.

방제 → 임도 → 숲가꾸기 → 산불 대응 → 추가 임도.
각 사업은 서로의 근거가 되며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룬다.


숲은 그냥 두면 황폐해지는가


산림 행정은 오랫동안 “숲은 그냥 두면 황폐해진다”는 전제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소나무는 원래 교란지에서 먼저 자라는 종이다. 햇빛이 강하고 토양이 얕은 자리에서 빠르게 발아해 초기 숲을 형성한다.

국내 여러 산림 동태 연구에서 확인되듯, 벌채지나 산불 피해지에서 소나무는 초기 10~20년 사이 교목층의 60~80%를 차지하며 우점한다. 그러나 30~40년이 지나면 참나무류와 단풍나무류, 물푸레나무류 등의 활엽수가 하층에서 성장해 수관을 점차 차지한다. 50~60년이 경과한 이차림에서는 참나무류 비율이 40~60% 수준으로 높아지고, 소나무는 능선이나 척박지에 국지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은 ‘쇠퇴’가 아니라 ‘천이(遷移)’다. 천이는 종이 사라지는 현상이 아니라 숲의 구조가 바뀌는 과정이다. 교란 이후 빛을 필요로 하는 양수성 종이 먼저 자라고, 시간이 지나 음수성 활엽수가 수관을 형성하면서 숲의 미기후는 더 습윤해진다. 토양 유기물 함량은 증가하고, 수관 차단율과 하층 식생 다양성도 함께 높아진다.

실제로 중부지방 이차림 연구에서는 40년 이상 경과한 혼효림의 토양 유기물 함량이 초기 소나무 단순림보다 1.3~1.5배 높게 나타났으며, 하층 식생 종다양성 역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이런 변화는 병해충 저항성과 수분 보유력에도 영향을 준다.

소나무가 줄어드는 장면을 산림청은 ‘쇠퇴’로 읽는다. 그러나 생태학은 그 변화를 ‘천이’라고 부른다. 사라짐이 아니라, 다음 숲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소나무의 감소를 모두 재난으로 규정하는 순간, 숲의 시간은 행정의 시간으로 대체된다. 변화는 관리 실패가 되고, 실패는 다시 개입을 정당화한다.


임도는 기반시설인가, 확산 장치인가


임도는 방제 효율과 산불 대응을 위한 기반시설로 설명된다. 실제로 일부 연구는 산불 피해지에서 임도 주변의 연소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고한다. 그러나 그 연구들조차 ‘임도 존재가 피해를 줄였다’는 직접 인과를 확정하진 못한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다른 데 있다.

국제적으로 인간 유발 산불의 공간분포를 분석한 연구들은 반복해서 도로 근접성이 발화 확률을 높이는 요인임을 보여준다. 길은 소방·진화의 통로이지만 동시에 사람과 차량, 작업이 숲으로 들어오는 통로다.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발화 기회 역시 늘어난다. 임도는 대응의 인프라이면서 동시에 위험의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미국의 선택은 참고할 만하다.

이미 도로가 나지 않은 약 5,800만 에이커(약 2,300만 ha)의 국유림에 대해 신규 도로 건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조치였다. 이 규칙은 모든 도로를 없애자는 2001년, 미국 산림청(United States Forest Service)은 ‘무도로 지역 보전 규칙(Roadless Area Conservation Rule)’을 제정해, 관리하는 국유림 가운데 도로가 나지 않은 지역의 신규 도로 건설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아직 도로가 나지 않은 지역은 그대로 두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배경에는 분명한 판단이 있었다.
도로는 목재 개발과 상업적 벌채의 출발점이 되고,
서식지를 파편화하며,
침입종과 인간 활동을 숲 깊숙이 끌어들인다.
무엇보다 도로는 한번 놓이면 사라지지 않는다.
유지·보수와 확장이 뒤따르고,
그 자체가 또 다른 개발의 근거가 된다.

보전이 우선인 지역에서는 “무도로(無道路)”가 기본이라는 원칙이었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조건이 다르다. 산림 면적은 좁고, 사유림 비중이 높으며, 도시와 산림이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모든 숲을 무도로로 둘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면 질문은 더 정밀해져야 한다.

임도가 있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밀도로, 어떤 기준과 통제 아래 존재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임도는 단순한 길이 아니다.
숲의 구조를 바꾸고,
바람길을 만들고,
접근성을 높이며,
사업의 조건을 만든다.
한 번 만들어진 길은 유지·보수와 확장을 낳고,
다시 예산의 근거가 된다.
길은 사라지지 않고,
길이 만든 조건도 오래 남는다.

소나무를 사랑한다는 말


우리는 소나무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일이다.

소나무는 영원히 숲의 주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나무가 아니다.
교란의 자리에서 먼저 자라고, 다음 숲을 준비한 뒤 물러난다.

그 물러남을 모두 실패로 기록하는 순간, 우리는 숲의 흐름을 거스르게 된다. 박멸은 사랑의 언어가 아니다. 박멸은 통제의 언어다.

재선충은 단지 병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숲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다.

방제는 멈추지 않는다.
숲가꾸기도, 임도 건설도 멈추지 않는다.
늘 “소나무를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소나무를 지키려면, 먼저 소나무의 시간을 인정해야 한다.


[④소나무를 사랑한다면서] 오래된 이름로 이어짐



<소나무를 사랑한다면서>

제1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라고요?

제2부 미안하다, 소나무야, 하늘소야

제3부 개입의 생태계

제4부 소나무는 설명되기보다 불려왔다

제5부 소나무는 숲을 독점하지 않았다

제6부 손을 떼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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