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공감과 현장의 차이
나는 하상욱 시인을 좋아한다.
그의 센스는 짧은 글을 통해 운율을 가진 시로 사람들의 공감을 산다.
학부, 그러니까 20대에 나는 광고에 관심이 많았고, 공모전이나 과제 출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친구들과 고군분투했다. 광고에서 카피라이터의 몫은 굉장히 크다.
문과도 이과도 아닌 예체능인 나는 '글'과 많이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출에 더 관심이 있었다.
회화에서도 콜라주 작품을 매우 좋아했다. 여러 가지 소재를 다양한 시각으로 모으고 메시지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콜라주만의 감성이 10대 때부터 끌렸다.
잡지를 오리기도 하고 관련된 미술 책들도 스케치해두기도 했다.
그런데 하상욱 시인의 시를 보고는 광고의 멋진 카피라이터보다 더 깊은 마음의 두근거림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공감을 한꺼번에 이끌어내는 그 짤막한 글귀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시를 가르치는 교수나 시 전문가들은 그의 시는 시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활동이 점차 줄어들었다.
학교 교과서나 서점에서 펼쳐 본 시집 외에 시에 대한 식견이 짧은 나로서는 그가 대중에게 선보인 글귀가 진짜 '시'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더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의 활동이 미디어의 광고보다 더 보고 싶었을 뿐인데 아쉽다.
그리고 스레드에서 얼마 전, 50대 여성이 늦게 AI논문을 쓰고 있고 자신이 40대에 파이선을 공부하기 시작해서 회사에 취직을 했고 하지만 야근으로 퇴사를 했고, 중견 한국기업에 AI팀장으로도 근무했으나 지금은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 중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 글 아래에 데이터사이언스를 22년 동안 해 오고 있는 남자분이 답글을 달았다. 공부를 하는 열정은 응원하지만 단 2~3년 만에 나열한 내용의 이력이 생겼다는 것이 이상하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현장에서 데이터사이언스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들을 처리하기 힘든 순간이 많고 그 데이터 처리에는 장시간의 경험이 필요한데, 저 경력이 생겼다는 것이 좁은 한국이라 가능한 것이라 안타깝다는 글이었다.
현장에서 전공자들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옆자리 타 전공자들보다 더 많은 이해도를 가질 수 있다.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22년 그 전공으로 일을 해 온 분의 입장에서 보면 3년 공부를 하고 야근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분이 쓴 데이터사이언스 언급 글은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답글을 달고 다른 분들과 언쟁을 하는 것을 보고 교수님들이 하상욱 시인의 시를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형식과 깊이도 부족해 보였을 것이고 단순한 말장난은 독창적이라 할 수 없고, 전통의 그 뿌리가 없는 유희에 가깝다는 의견이었다. 데이터사이언스분도 비슷한 견해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이후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하상욱 시인의 센스로 전통 시를 찾아갔을 것이고, 50대 석사님도 논문 작성을 하며 깊은 지식을 쌓아 현장에서 경험을 채우고 있지 않으실까.
다 자기가 공부하는 것이고 나아가는 것인데 사회라는 곳에서 돈 값을 해야 하니 계속 옆 사람이랑 비교가 되고 차이가 생기는 것일 테다. 그래서 사회로 나가 활동을 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이고 엄마 아빠가 돈 벌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또 우리와 다른 사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며 살아갈까?
아이들의 우주인 엄마아빠는 지금 너희에게 뭘 더 경험시켜줘야 할까?
2달 방학이 코 앞인데 뭘 시켜야 하나 머리가 아프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