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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Aug 01. 2022

너무 안 알려져도 괜찮아요^^

NGO와 홍보 이야기

모금 부서와 사업현장에서 일할 때, 제일 힘든 게 홍보였습니다. 홍보 그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제 사업을 제가 일하는 기관의 공식 홍보채널에 올리는 게 너무 힘든 거였지요. 저희 기관이 규모가 크다 보니, 동시다발적인 모금 프로그램도 많고 전국적인 사업현장의 스토리들도 너무 다양합니다. 기관의 공식 홍보채널 또는 메이저급 언론에 공식 보도자료나 기사거리로 제공되려면 치열한 내부 경쟁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홍보의 중요성이야 이야기해서 무얼 할까요? 무얼 하든 홍보는 아주 중요합니다.


알려져야 모금을 하던지 사업을 벌이던지 하지요.


홍보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기에 행정지원부서에서 오래 있다가 오랜만에 사업장으로 나왔을 때, 직원들의 홍보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했습니다. 조직 내에서 공식적으로 허가된 홍보채널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활용할 서브채널을 구성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꼭 직원이 홍보채널을 운영할 필요도 없습니다. NGO, 사회복지분야의 꽃은 자원봉사이거든요. 온라인, SNS상의 젊은 홍보인력들이 그 능력에 맞춰 자원봉사활동을 하려는 수요는 항상 존재합니다. 이들에게 판만 만들어주고 가이드만 정확히 주면 양질의 콘텐츠를 스스로 만듭니다. 사업의 방향과 맞춰질 수 있도록 적절한 슈퍼비전을 제공하면 됩니다.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자원봉사자들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활동가들은 현재 어떤 홍보채널이 파급력이 높고 트렌드를 선도하는지에 대해서만 파악하고 기본적인 기능들만 알고 있어도 됩니다.


"아니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지도 않는 지부 홈페이지를 왜 관리하라고 하세요?"

"본부 카톡 플친(플러스친구)도 아니고, 지부 카톡 플친 모아서 뭐 할거 있다고 플친을 모아요?"

"보도자료는 쓸 줄도 모르고 지역신문은 매체력이 떨어지니 보도자료를 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지역에서 지부 단위로 모금과 사업 홍보를 위해서 홍보채널을 강화하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안 해봤을 수도 있고 예전에 해봤는데 그다지 성과가 좋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되물었습니다.


"더 좋은 홍보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전 이거밖에 모르겠어요"



인터넷 쇼핑몰이 한창 보급되던 2003년경, 인터넷으로 사업을 벌이던 기업인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10년 뒤에는 인터넷 회원이 돈이 될 겁니다. 온라인 회원 DB가 돈이 될 테고, NGO도 인터넷을 통해서 모금도 하고 정기후원자를 모집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정말 당연하지만, 당시에 비영리 분야에서 이 소리를 이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황당한 이야기로 치부되었습니다. 뭐 한국에서 온라인상의 최초 쇼핑몰을 구현했다는 인터파크도 2006년에 생겼으니 일반인들도 알아듣기 힘들었을 터입니다. 당시 저희 기관에선 이 선구안의 의견을 받아들여  온라인 쪽으로 사업방향을 잡았고 온라인상의 여러 홈페이지와 카페 등과 제휴해 온라인 회원 DB를 확보하는데 수년간 노력했습니다.


유행하던 싸이월드에 비영리기관 최초로 미니홈피를 만들 때는, 내부에서조차 이걸 돈 들여서 왜 만들지? 하는 비판도 있었고요. 경영지표에 페이스북 좋아요 수를 집어넣는 데에 황당해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그렇게 하는 건 대기업이나 온라인 전문 기업들이나 하지 비영리 분야에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거든요. 결과는요? 제가 일하는 기관은 한국에서 생겨난 NGO 중 최고 모금액을 자랑하고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세계 유수의 대형 INGO로 성장하였습니다.


 기관의 창립자였던 당시 경영자님도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에게 비슷하게 말씀하시던 게 기억납니다.


"더욱 많은 성과와 성장을 이뤄낼 수 있고, 직원 여러분이 더 행복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나는 이길밖에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기관이나 그 속의 사업, 모금활동이 많이 알려지고 유명해져서 성과가 잘 나오며 매년 좋은 성장을 가져온다면 아주 좋은 일입니다. NGO가 대형화하는데 찬반의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모금액이 크고 예산과 직원이 많아지면 더욱 다양하고 영향력 있는 사업을 벌일 수 있습니다. 작은 것은 작은대로, 큰 것은 큰대로 역할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리 분야처럼 NGO가 꼭 매출 1등, 홍보 1등, 유명세 1등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니만큼, 천천히 가도 됩니다. 다각도로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중에 소외되거나 상처받는 사람이 없는지, 불편한 이해관계자들은 없는지 돌아보며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너무 주목받으면 사회복지사가 서비스하는데, NGO 활동가들이 활동하는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홍보는 열심히 하되, 너무 안 알려져도 괜찮습니다.

찬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뒤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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