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케이블방송인 jtbc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 열혈 애청자인 덕에 경연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 히든싱어를 재미있게 봤고 크로스오버 남성 4 중창 결성 프로젝트라는 팬텀싱어도 시즌 1부터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무명가수들에게 유명해지는 기회를 준다는 싱어게인 프로그램도 시즌 1부터 빼놓지 않고 보았다. 각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노래와 음악 관련 경연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질릴 법도 한데, 매회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 색다른 해석의 연주와 노래를 할 때면 가슴이 마구 요동치는 마법이 발생한다. 음악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아직 무대를 꿈꾸는 무명가수들을 위한 리부팅 프로그램'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jtbc 싱어게인> 방송은 많은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독보적인 자기 자리를 잡아두었다. 시즌마다, 매회마다 고퀄리티의 노래와 연주가 다양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싱어게인 무대 설치 담당자와 음향 담당자들에 대한 칭송과 격려가 넘쳐난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적절히 편집해 보여주면서 이들의 음악에 빠져있는 심사위원들의 현장 모습을 과하지 않게 보여준다. 칭찬은 강하게 하고 조심히 배려하며 건네는 조언과 격려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무명가수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존중감을 잘 드러내준다. 화면전환을 최소화하면서 음악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것을 보면 프로그램 기획자들이 얼마나 성심성의껏 제작에 임하며 시청자들을 생각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좋은 음악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하는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선호하는 음악이나 가수들의 무대 영상을 링크 걸어 소개하는 글들을 쓰고 있으니 나도 몇 명의 가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각자의 호불호에 따른 소개이니 누가 더 잘했냐 뛰어나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에 나온 지원자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대단하고 훌륭한 가수들이겠지만 그래도 관심이 더 가는 가수들이 있다.
<장르가 30호>라는 시즌 1의 최종 우승자 이승윤 씨는 처음 방송에 나왔을 때부터 좋아했다. 이젠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유명한 가수가 되어서 뿌듯하다.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을 부르는 무대를 볼 때, 충격에 빠진 유희열 심사관의 얼굴이 내 모습 그대로였고 황홀경으로 이끈 <소우주(마이크로코스모스)> 노래는 그룹 BTS 노래에도 입문하게 해 주었다. (아미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승윤 씨가 <소우주>를 불러 노래가 더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최종우승을 하고 유명해졌어도 자기 노래세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마이너 주변인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드는, 기본이 훌륭한 가수이다.
기억 속 깊이 남은 가수 중에는 아이돌 그룹 크레용팝 출신의 가수 초아 씨도 있다. 홀로 나와 춤까지 추면서 4명이 나눠 불렀던 노래를 라이브로 혼자 다 부르는데, 음정과 성량이 하나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크레용팝의 노래 <빠빠빠>는 자리에서 점프를 하는 동작이 있어 다른 춤동작의 호흡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나 연습을 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아이돌 가수들의 엄청난 연습량에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저런 역량과 기술을 가졌음에도 이름을 알리고자 헬멧을 쓴 채 노래를 불러야 했구나라는 마음에 안쓰러워서 방송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어렵게 데뷔했는데 다시 무대 저편으로 사라진 소속 그룹을 떠올리며 같이 슬퍼해주고 더 큰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부디 더 많은 무대에서 자주 만나게 되길 바라본다. https://youtu.be/AcBeyBNd2wg?feature=shared
빨간색 가죽옷을 입고 다소 강한 모습으로 나온 시즌2의 나겸 가수는 제일 인상 깊게 남은 가수다. 첫무대에서 노래 <골목길>을 재즈풍으로 불러 재끼는 모습은 신선했지만 사실 음악적 감흥은 크지 않았다. 다만, 이 가수가 나와서 '코로나 이전 1년에 300여 회의 재즈공연을 했는데 코로나 발생 후, 공연을 하지 못했다'며 월세걱정을 하는 모습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의 날것 속내가 확 느껴지며 동병상련의 감정이 들었다. '40대 여가수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무명이 힘든 이유는 노래를 못해서가 아니라 노래를 못하게 될까 봐이다'라는 말에는 눈물이 왈칵 나왔다. 솔직한 자기 의견을 직설적이지만 멋지게 표현하는 화법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 뒤 열혈응원을 하게 되었는데 솔로음악보다는 31호 가수 신유미 씨와 '위치스'로 팀을 이뤄 부른 <주문 - 미러틱> 노래가 명불허전의 무대로 남았다. 최근 신유미 씨와 '애드 올 이어스(Add all Earls)'라는 팀을 만들어 신규음반을 냈다고 하니 더욱 유명해지기를 소망한다.
고막을 뒤흔드는 음악도 좋지만, 힘든 도전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갖고 있는 가수들이 내 마음에 남는다. B급 감성의 여성 그룹이었던 오렌지캬라멜(오캬)은 지금도 좋아하는 가수들인데 이번 시즌에 오캬의 가수 레이나 씨가 나와 무척 반가웠다. 여전히 자기를 저평가된 B급 아이돌 가수로 여기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말에 '아냐! 그렇지 않아!' 라며 속으로 강한 부정을 하며 열심히 응원했다. 레이나 씨가 노래 잘하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오캬 활동시절, 활발한 춤사위를 펼치며 라이브로 노래하던 내내 예쁜 표정이 변함없던 모습에 수많은 남성팬들이 빠져들었던 터였다. 외모, 노래, 춤, 콘셉트 어느것 하나 부족함 없는 오캬 아니었던가! 다음 라운드 듀엣무대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우리의 까탈레나, '참 잘했어요~' 쌍따봉을 날려본다. 다음엔 혼자 나오지 말고 오캬멤버 모두 나와서 같이 노래 불러주면 소원이 없겠다. 오캬 다시 재결성하면 열심히 덕질 해줄 의향도 있다.
다소 황당할 수도 있지만, 가수 레이나 씨 입덕영상으로 베스킨라빈스 홍보영상인 <아빙아빙> 뮤직비디오를 소개한다. 예쁜 여자 가수는 정말 많지만 예쁘고 애교 어린 표정, 그에 맞는 몸짓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여자 가수는 많지 않다. 딱 3번만 정주행 하면 어느샌가 레이나 씨에게 '레드썬' 빠져 있을 것이다.
여러 시즌에서 무한한 경외심이 들었던 도전자는 이번 시즌의 50호 가수 서울패밀리 김승미 씨였다. '아니! 언제적 서울패밀리야!'를 외치며 낯익은 이 분이 화면에 잡혔을때 깜짝 놀랐다. 서울패밀리 <이제는> 노래를 처음 들어본다는 코드쿤스트의 멘트도 충격이었지만(음악을 하는 사람도 모를 정도의 노래를 내가 알고 있으니 나도 늙긴 했구나) 이분 나이를 알고 나선 더욱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1960년생 63세의 나이로 이런 무대에 도전한다는 삶의 자세와 음반 그대로의 목소리를 여전히 갖고 계심에 깊은 존경심이 생겼다. 가수로서의 자기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해오셨길래 전성기 성량과 리듬감이 그대로인가 경외심이 들 정도였다. 75호 가수인 이유카 씨와 듀엣으로 만든 <데칼코마니> 노래는 김승미 가수의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만끽할 수 있는 무대였다. 젊은이와 함께, 젊은 노래를, 젊은 춤과 함께 보여줄 정도의 열정과 실력은 나도 저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바램을 강하게 갖게 해 주었다. 이 노래영상은 동기부여의 끝판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