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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Aug 07. 2023

그림이냐 글이냐

직장체험 인턴직원들의 꽃길을 기원합니다.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수많은 인연들이 지나쳐간다. 특히  자원봉사자와 사회복지실습생, 여러 공공지원을 받는 인턴직원들과의 인연이 잦다. 단기간 집중력을 요하는 프로젝트성 업무들이 있다 보니 사무실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이다. 서로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겨지느냐에 따라 좋은 추억 혹은 금방 잊힐 기억으로 새겨지기도 한다. 매번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 그냥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정부지원을 받아 인턴사원들의 직장체험 훈련을 진행한 프로그램이 종결되었다. 3명의 인턴이 직업훈련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1명의 인턴이 타직장에 취업을 해서 먼저 종결이 됐고 두 명의 인턴이 3개월의 기간을 꽉 채워 참여했다. 감사하게도 남은 2명 중 1명은 취업에 성공했고 나머지 한 명은 아직 취업준비 중이지만 새롭게 사회복지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도 이쪽 분야에서 일할 생각이 없었는데 인턴활동을 하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3개월의 프로그램기간 동안 많은 교류를 하지는 못했지만, 연령대가 비슷한 직원들과는 많이 친해졌던 모양이다. 

조금 더 경험을 쌓고 다양한 도전을 하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인턴 프로그램의 마지막날, 사회복지에 관심이 생겼다던 인턴직원이 수줍게 방에 들어왔다. 그동안 감사했다면서 직원들한테 감사편지를 썼단다. 고맙게도 사무실 책임자였던 나한테도 편지글을 썼다면서 예쁜 꽃과 함께 편지글을 건네주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등의 형식적인 문장이더라도 이런 편지들은 받을 때마다 감사하고 기쁘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의 이미지도 서너 배 상승한다. 출력물이던지 손글씨든지 간에 글을 쓰는 동안 나를 생각했을 터이다. 감동의 순간이다. 심호흡을 하면서 편지글을 읽어본다.


인턴활동동안 몇 번 그림실력을 보여준 친구였는데 손편지와 함께 내 모습을 그린 작은 캐리커쳐 그림도 그려서 전달해 줬다.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손 편지는 많이 받아봤고 연필로 스케치한 내 자화상도 종종 받아봤었다. 칼라풀하게 색칠된 웹툰형태의 그림은 처음이다. 살짝 아저씨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뭐 어쩌랴. 내 모습인걸. 기가 막히게 인물모습을 잡아냈다. 이 친구, 웹툰작가해도 될 실력이네^^


함께한 사무실의 직원들 모두에게 칼라풀한 웹툰식 캐리커쳐를 그려 주었나 보다. 다음날 직원들끼리 모여 각자의 모습들을 돌려보느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직원들의 외모, 복장, 헤어스타일, 악세서 등 특이점들을 잘 뽑아내었다. 이런 눈썰미가 부럽다. 다소 집중력이 필요한 글보다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그림이 훨씬 경쟁력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학창 시절 그림 그리기를 힘들어하는 똥손이었는데, 그림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싶다. 대인관계에 성공하려면 '웹툰' 그림을 그려야 하는구나!


사회복지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이나 여러 현장의 이야기들을 간단한 웹툰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 인턴직원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본인의 탤런트를 잘 살려 인생의 방향타를 잘 쥐었으면 좋겠다. 그림의 퀄리티를 떠나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감사의 마음씨가 잘 준비된 청년이다. 부디 앞으로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2명의 인턴직원들도 예쁜 마음씨로 열심히 해주었고 감사의 편지들로 마음을 전해주었다. 3명의 인턴 모두 직원들과 서로 아쉬워하며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3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서운했거나 사무실 직원들이 잘못해 줬던 것들이 왜 없겠냐만, 그것들은 잊고 소중한 순간과 아름다운 추억들만 가져가기를 빈다. 젊은 청년들 모두 꽃길만 걷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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