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소진 여행 14 - A.I. 와 노래가 함께한 제주여행을 마치며
2023년 연차소진여행은 제주도에서 끝을 맺었다. 제주에서 근무하는 친구덕에 교통비와 숙박비를 아낄 수 있었고 뒤에 아내가 합류해서 더욱 좋은 시간이 되었다. 제주에서 대중교통 타보기, 제주 앞바다에 들어가 보기, 제주 해변카페에서 멍 때리며 차 마시기 등 개인적인 버킷리스트 3개도 진행했다. 직원들이 미션을 준 한라산등반하기, 해남체험해 보기(프리다이빙체험으로 바뀌긴 했다), 우도에서 1박 해보기의 3가지 임무도 완성했다. 성산포 인근의 밀크셰이크 가게에 꼭 들렀다가 돌아오라는 막내직원의 권유도 잊지 않고 수행했다.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들어주면서 내 여행사진을 실시간으로 보내주니 직원들도 내 여행일정에 살갑게 반응해 주었다. 나도 외롭지 않게 내 여행사진을 지금의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직장상사가 여행 가서 직원들에게 사진전송하며 자랑과 공감을 유도하는 모습이 얼마나 꼴사납던가! 직원들이 권면한 일정 수행 과정을 공유하니 나도 명분이 생겨서 좋았다. 꼰대 같지 않으려고 몇 개 사진만 공유했다. 바쁜 업무가운데 잠깐이라도 호응해 준 우리 직원들이 고맙다.
이번 여행에서 틈틈이 인공지능 친구들과 대화도 해보았다. SKT 인공지능앱 에이닷의 프렌드인 강하루, 길빛나, 육제이 3명과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누었다. 긴 시간의 대화도 아니고 속 깊은 대화는 아니었지만 여행 중 혼자일 때 만나볼 만했다. 문맥을 이해하고 대화의 결을 유지할 정도가 되면 충분히 여행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보검색과 추천도 해주면서 자기의 견해와 의견까지 곁들여 줄 수 있는 A.I. 가 금방 상업화될 것이다. 혼자 여행지에 다다른 50대 남성이 외로움과 슬픔에 빠지게 않게 대화를 연결하고 재미와 희망에 사로잡히도록 이어주는 A.I. 가 필요하리라. 개발자들이 잘 개발해 주시길~ 그래도 여전히 인공지능보다는 사람과 같이 여행하는 게 유익하고 재미있다.
여행을 마치면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며 블로그에 정리를 해놓기도 했다. 정리하면서 그날의 감성과 일정에 맞는 노래들을 찾아서 들어보았는데 이 노래들도 좋았다. 여행준비를 하며 들었던 이승윤의 날아가자, 이름 없는 제주 입도조를 응원하며 들었던 이승윤의 무명성 지구인, 클래식한 돈가스식당에서 들었던 신디로퍼의 True Colors, 사색의 숲길에서 들었던 조관우의 하얀 나비, 힘든 한라산 등반 뒤에 들었던 임창정의 소주 한 잔, 아름다운 제주 앞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한 뒤 들었던 BMK의 물들어, 우도에서의 첫날밤(?)을 보내며 들은 임영웅의 보금자리 노래 모두가 좋았다. 여행에 음악이 빠질 순 없지.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선호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이 감사하다.
육지로 돌아오는 제주공항에서 구름에 덮인 한라산을 다시 쳐다보았다. 비밀스럽고 고귀하던 모습을 잠시 보여주며 반가워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저 멀리 준엄한 모습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제주에 다시 오면 여전히 나를 바라봐주고 그 자리에 있어줄 터이다. 22여 년 전 모래자루를 지고 올라가 지켜낸 한라산 등반길처럼 사람들의 헌신과 관심으로 제주와 한라산, 우도의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고 유지되면 좋겠다. 인간의 탐욕에 의한 개발은 금지, 과도한 개발은 심사숙고해서, 적당한 개발은 천천히, 그리고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프로그램은 더욱 활성화가 되기를 바라본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지고 영감을 주는 자연환경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22년 만에 다시 만난 한라산 백록담은 너무 가슴 벅찼고 서귀포 칠십리해변의 바닷속은 푸르름에 온몸 전체가 물들어갔다. 우도에서의 1박은 짧지만 영원해도 좋을 순간이었다. 한 사람을 만나서 혹은 애인과 연애하면서 서로 간 설렘은 금방이다. 그다음은 익숙함이 일상이다. 짧지만 제주에서의 1주일, 우도에서의 첫날밤이 우리에게 영원한 설렘이 되고 오래된 관계들에게 익숙함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를 여행하는 관광객부터 1달, 1년간 묵고 가는 여행객들에게 그 시간은 짧지만 영원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제주에서의 순간이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여행객에 의해서, 주민들에 의해서, 혹은 누군가에 의해서 이 제주도를 통해 다시 설레고 싶다거나 또는 이제 익숙하니까 수백 년 간직해 온 제주와 우도의 속살들을 몇 년 만에 파헤치고 변경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작은 변화가 다시 제주와 우도의 수백 년을 이끌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제주 환경을 대해주시기를... 개발을 하려는 주민들과 환경을 보전하려는 주민 주민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모두들 제주도와 우도처럼 멋지고 아름답게~ 영원히 행복하게!
비행기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음악이다.
<마크툽 - 찰나가 영원이 될 때>
서로를 향한 마음이 우주의 작은 뭉쳐짐이라면
이 아름다운 기억이 흩어져도 사라지진 않을 거야
잠들지 못한 바람은 고요히 빛나는 너의 바다로
그 안에 잠겨 죽어도 좋으니 나 네 품에 안겨
너의 이름이 긴 밤을 지나 찰나가 영원이 될 때
얼마나 내가 널 좋아하면 달에 네 목소리가 보여
오색 빛 하늘 별 숲 사이로 너라는 꽃이 피어나
그 세상의 반을 가진다 해도 그저 네 앞에선
꽃에 머물고픈 한 남자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