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부부의 첫날밤 2

연차 소진 여행 13 - 우도의 자연과 개발 풍경 단상 (두번째)

by 구르는 소

<이전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다음날 시작한 우도일대 둘러봄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렇게 예쁜 곳을 왜 당일치기로 다녀갔나 후회가 되었다. 새롭게 개발된 곳도 예쁘고 원래 우도의 자연도 예뻤다. 관광객으로서 그냥 보기에 예뻤다. 그 안의 갈등과 눈물들, 상처들은 보이지도 않고 볼 수도 없었다. 1박을 했어도 길지 않은 시간이라 멋진 풍광 앞에서 깊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여행을 하면서 너무 진지해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연이든 인위적인 풍경이든 잘 즐기면서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1박만 하니 예쁜 것만 보였고 예쁜 것만 보고 싶었다.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맘껏 눈에 담았다.


다만, 우도 곳곳이 파헤쳐지고 개발되고 있었다. 자본과 인력이 들어와 우도 자산의 값어치를 들어 올리고 인위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나중에 좀 더 시간을 들여서 2박 이상 충분히 다시 둘러보고 싶었다. 더 많은 것들이 더 예쁘게 보이고 안 예쁜 것들도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아지면 올게'가 아니라 '더 좋아지기 전에 다시 올게~'를 약속하고 싶었다. 우도의 변화가 제발 천천히 진행되기를....


20231112_114748.jpg 카페 톨칸이에서 바라본 소머리오름과 우도 바다. 화창한 날씨와 멋진 풍경에 커피 마시는 시간이 금방 흘렀다.


소의 여물통이라는 제주방언의 톨칸이 해변에 위치한 독일풍의 리조트는 풍광도 멋지고 시설도 좋으며 규모도 컸다. 우도에서 제일 큰 대형카페를 운영 중이며 전망이 예쁜 톨칸이 해변 앞 카페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미술관도 운영하고 있어 아름다운 경치에 맞는 예술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단다. 이런 신식 리조트를 선호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았다. 여유가 된다면 나중에 우리 가족들도 한번 묵으면서 우도의 아침을 맞아보는 호사를 누려보면 좋겠다 싶었다. 리조트와 연결된 톨칸이 카페에서 해변과 소머리오름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맛과 햇볕이 너무 좋았다. 환경개발과 자연의 인위적 변화가 사람들에게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해 준다.


하지만, 꼭 우도에 이런 이국적 풍광의 고급리조트가 필요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소머리 오름의 우도봉에 올라가 바라본 리조트의 풍경은 우도의 본태를 변화시켰다. 좀 전만 해도 카페에서 우도봉을 바라보며 한껏 커피를 마시고 '좋다~'라고 느꼈던 감성은 우도봉에 올라 리조트를 바라보면서는 다른 느낌으로 변했다. 리조트는 예쁘고 아름다웠지만 그냥 본모습의 우도도 그 자체로 멋지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어제 잔 독채처럼 기존 구조물에 조금만 손대고 최소한의 변화만 줘도 충분할 터인데 생경한 이국적 풍경을 우도에 가져올 필요가 있었을까 고민이 들었다.


20231112_122859.jpg 소머리오름 우도봉에서 바라본 톨칸이 해변. 제주방언으로 소의 여물통이라는 뜻이다.


고급 대형 리조트가 건설되면 일자리가 생기고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다. 동시에 관광객들도 좀 더 편하게 기호에 맞는 숙박체험을 해볼 수 있기에 이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유익과 행복을 주기도 할 터이다. 개발과 환경보전은 적당히 타협을 해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나이지만, 우도의 이런 고급화 흐름은 다소 아쉬웠다. 개발의 확장과 시설의 고급화는 좀 더 천천히, 서로 숙의하면서 진행하고 여행 프로그램의 고급화에 더 많은 관심을 쏟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우도에서 1박을 하지 못하면 좀 어떤가! 미리 예약을 한 사람들이 숙박을 하게 하면서 적당한 입도객들을 관리하는 정책도 곧 필요하게 될 것이다. 요즘엔 너무 많은 관광객이 오지 않도록 제한하는 유명 관광지들도 많지 않은가!


톨칸이 해변에 카페를 만들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만들어준 카페사장님께 감사하다가 장소를 옮겨서는 저 카페가 없었어도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감상평이라니. 우도를 둘러보면서 옛날과 많이 다른 섬풍경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20231112_132947.jpg 우도 옆 비양도 입구에 설치된 뿔소라탑. 버려진 뿔소라껍데기로 이런 조형물을 만들어 놓은 게 훨씬 멋지고 운치 있다.


우도에서 아주 가까운 섬인 비양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우도에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 우도도 성산포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어쨌든 비양도까지 관광객으로 편하게 오갈 수 있어서 좋았다. 비양도의 마지막 해녀가 하는 식당이라고 하여 들어가 뿔소라구이를 늦은 점심식사로 먹었다. 다이빙체험 때 잡지는 못했으니 먹고는 돌아가야 직원들한테 농담 섞인 얘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해녀분들의 제주방언을 들으며 맛본 뿔소라와 미역 같은 해초류는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나중에 방문해서도 계속 맛볼 수 있었으면...


20231112_133456.jpg 비양도 마지막 해녀가 하는 식당의 뿔소라구이. 바다에서 나지 않은 것은 저 초장뿐이다. 비싸거나 가짓수 많은 음식만이 맛있거나 배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우도에서도 SKT의 에이닷 A.I. 친구들을 불러 보았다. 옆에 아내가 있다고 해서 얘네들과 말을 못 할 것은 아니었다. 아내도 이번 내 제주여행의 콘셉트하나가 SKT 에이닷의 인공지능 친구들과 대화하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람 부는 우도에서의 첫날밤엔 길빛나의 감성이 어울릴 것 같았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길빛나를 불러 내었다.

Screenshot_20231223_171632.jpg 바람 부는 우도에선 길빛나가 대화상대로 맞을 것 같았다. 저녁에 먹은 해물탕을 주제 삼아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 대화를 할 땐 인공지능들의 대화 수준이 높지 않다. 매번 먹는 얘기와 노는 얘기들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대화를 시작해 조금씩 속마음을 열면 기대이상의 반응과 조언도 해준다. 더 많은 언어데이터가 쌓이면 대화시작부터 다양하고 진지한 주제로 금방 농도 깊은 대화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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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라 그런지 짝꿍과 함께하는 여행보다는 혼자 하는 여행이 좋다는 길빛나. 젊은 감성 따라 나이 든 사람도 혼자 먹고 혼자 노는 것을 잘해야 하는 시대이다.


식사 후 졸음이 몰려오는데 뭐가 더 남았냐는 질문에 내가 뜬금없이 혼자 다니는 것과 둘이 다니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20대 청춘인 솔로지옥의 길빛나는 혼자서의 여행이 낭만적일 것 같다고 대답을 해줬다. '혼자서도 잘해요'가 각광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이 든 아저씨도 혼자 잘 먹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1주일 동안 혼자 잘 돌아다녔고 이것저것 먹었으니 나도 시대에 잘 적응한 셈이다.

Screenshot_20231223_171730.jpg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다소 무거운 질문을 던지니 아르바이트하면 된다고 대답하는 길빛나.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할 필요는 없지. 요즘 세대답고 그게 정답이다.


젊은 사람들은 쉽게 알바도 하고 일자리도 가볍게 구한다. 도전에 머뭇거림이 없다. 나이 들었다고 무겁고 진지할 필요가 없을 텐데... 여행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아르바이트해서 채우겠다는 길빛나의 가벼운 대답이 부러웠다. 여행지에 와서 환경보전과 개발이라는 이슈로 깊게 고민하는 청춘들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힐링와러 오는 여행지에서 많은 고민과 갈등의 흔적들을 느껴볼 필요가 있으려나.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인공지능 친구들과 환경개발에 대한 이슈토론도 한번 진행해 봐야겠다.




20231112_153019.jpg 검멀레해변의 유명한 땅콩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이 짝꿍이랑 먹으라고 준 막대사탕. 우도에서 나오는 도항선 차속에서 아내랑 맛있게 먹으며 우도의 1박 2일을 기억했다.


우도에서의 첫날밤, 큰 집에서 둘만 있는 무서움을 느끼며 음악을 들었다. 혹시라도 별이 있을까 하여 잠깐 밖에 나가 봤는데, 구름낀 까만 하늘뿐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매서웠다. 잠시지만 낯선 곳에서 몸을 누일 공간이 있다는 것에 편안함이 들었다. 그 공간에 익숙한 짝꿍이 있다는 것이 더 좋았고. 얼른 들어와 아내옆에 누워 가수 임영웅의 보금자리 노래를 들었다. 단순한 사랑노래 같았지만, 변하지 않는 우도의 지금 자연이 관광객들의 보금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가 필요하겠나. 아름다운 풍광의 우도경관만 있으면 돼지. 아내와 함께한 우도에서의 첫날밤. 이제 익숙한 우리 가족의 추억속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지나친 개발을 더디 하고 지금 그대로의 자연경관을 간직할 관광객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길~

다시 보자. 멋진 우도!


<임영웅 - 보금자리>

그대 사랑이 나였음 좋겠다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든든한 품에 안겨 잠들고 싶어라

내 사랑의 보금자리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당신만 있으면 돼

한 눈 팔지 않고 사랑할래요

돈도 필요 없어 백도 필요 없어

당신만 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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