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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Sep 08. 2024

이끌어가냐, 이끌리냐

돼지++ 껍데기 32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어렸을 적 내 기억 속에 대만은 선진국이었다.

최근 내 머릿속 대만은 미식의 천국이었다.

막상 가보니 90년대 딱 멈춘, 늙어가는 오래된 부잣집 어르신 같았다.

방송에서 봤던 맛집들도 "우와~"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만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가.

바쁘게 일하느라 여행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그랬던가.

아니면...

그동안 같이 여행을 다녔던 어머니가 안 계셔서 그랬던가.

암튼,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대만 닝샤 야시장의 길거리에서 애완용 돼지를 보았다.

한 남성이 큰 돼지를 줄에 묶어 야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남성이 돼지를 이끌고 다니는 거였을까?

아니면, 돼지가 그 남성을 이끌고 다니는 거였을까?


그 돼지를 보면서 내 생각을 했다.

난 가족들을 이끌고 여행을 다니는 것인가?

가족들로 인해 내가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인가?

길거리 바비큐와 소시지 속의 저 돼지는 자기 운명을 알고 있으려나?

내년 여름에 나와 가족들은 어디를 여행하고 있으려나?


이끌어가는 것 같지만, 이끌려 다니고 있을 수도 있겠다.

여행에서, 삶에서 대체 주인은 누구였을까?

나 혼자 여행을 떠나보면 답을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남성의 줄을 끊어버리고 탈출해 버릴 닝샤의 돼지를 기대하며

돼지++인 나의 독립여행도 언젠가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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