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6.25라는 아픈 전쟁을 겪었고 아직도 휴전상태로 분단의 현실 속에 있기에 북한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정치적이거나 민감한 이슈는 이 글의 방향이 아님을 미리 밝혀 둡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어려움에 처한 북한 주민들을 돕는 민간기관들의 사업을 보통 대북지원사업이라고 합니다. 정부 주도의 개성공단 운영이나 대기업 위주의 금강산관광 같은 남북 경제협력지원사업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활발한 대북지원사업을 벌이다가 2008년 금강산 관광을 갔던 고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북지원사업이 크게 줄었습니다.
여러 부침을 걷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을 통해 방북을 하면서 대북지원사업의 빗장이 좀 풀리나 했지만 이러저러 이유로 예전과 같은 활발한 대북지원사업은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지요.
제가 대북지원사업을 직접 하지는 않아서 뭐라고 쓸 글감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일을 하면서 북한에 2번 다녀왔습니다. 한 번은 북한에 지원하는 젖소들을 배에 태워 안전하게 데려가는 인도요원으로 남포항에 1주일 정도 있었고요.
두 번째는 많은 후원자분들과 인천공항에서 북한 항공사인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직접 평양으로 날아가 4일간 평양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인도요원으로 방문했던 남포항의 숙소에 묵으면서 밤엔 딱히 할 일이 없어 북한영화들을 봤습니다. TV 채널은 딱 1개만 나오는데, 심야시간에 영화를 틀어줍니다. 홍길동전, 임꺽정, 춘향전, 심청전 등의 영화였는데, 우리가 아는 이야기의 흐름이 아니라서 무척 신선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들 모두가 당시 기득권인 왕권과 양반사회에 저항하여 승리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춘향전의 포커스는 향단이에게 맞춰져 있으며 임꺽정은 아주 멋쟁이로 나옵니다. 양반과 탐관오리들은 진짜 악당처럼 나와서 결국 모두 처벌당하는 결말 등 이념체계의 다름을 여실히 볼 수 있었지요.
우리나라 고전이야기 영화뿐만 아니라 전쟁영화나 첩보물들이 자주 나오던데 영화 속 미군 또는 서양인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죄다 악당, 사기꾼이며 러시아군은 아주 젠틀하고 멋진 배우들이 결코 죽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어떤 이념체계의 사회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진실의 이면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투철한 사상교육을 받으며 대미항조, 미군압제 등의 시각으로 온갖 시청각 자료를 접한 북한 사람들의 관점과 자유로운 우리 국민들의 관점이 같을 거라고 믿으면, 남과 북이 하나 될 방법이 요원합니다.
서로의 이념과 사고체계가 다름을 인정하되 우리는 같은 말을 쓰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동질감으로 서로를 바라봐야 합니다.
아울러 정치는 서로 대립하더라도 민간의 교류는 이어져야 하고 특히나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한 핏줄임을 상기하면서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지 누가 누구를 죽이겠다/먼저 무엇을 쏘겠다/지옥을 보여주겠다 등의 상호 자극적인 언행은 한반도의 긴장만 높일 뿐입니다.
언론에서는 자주 김일성광장에 평양시민들이 모여서 군대의 시가행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매일 그런 시가행진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평양시민들의 일상도 우리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우린 암묵적으로 알고 있으나 자꾸 군대 모습만 보면서 세뇌되어 갑니다. 이는 서로가 멀어질 뿐입니다.
방송과 언론에서도 북한의 자극적인 군대행진이나 군인들의 훈련 모습만을 연속해서 보여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동일한 장소인 김일성 광장의 서로 다른 사진입니다. 언론에서 좌측같은 사진도 자주 보여주길 바랍니다. (YTN에서 갈무리)
전쟁을 했던 국가에서 안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상처와 아픔도 여전히 국민들한테 각인되어 있고요. 보듬을 건 보듬어주고 해결할 건 해결하면서 세숨네숨 크게, 멀리 바라다보며 우리의 통일을 준비해나갔으면 합니다. 개성공단에 사업장을 열었던 기업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사업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정부와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활발한 교류를 기대하며 꾸준히 북한사업을 위해 기부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가 도울 줄 아는 마음을 많은 분들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된 남과 북을 위해 조용히 그러나 열정적으로 움직여줄 인재들도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의 분야에 많이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저는 자유민주주의 사상교육이 잘 된 사람입니다. 영화한두편으로 사고의 틀이 바뀌지 않습니다. 정부 관계자들, 연예인들이 북한 가서 행사도 하고 공연 및 만찬도 하는 시대에 제가 북한영화 몇 개 봤으니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하면 어불성설입니다. 애초 방북 허가를 내주지 말았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