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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 동화책 '사라진 불꽃'

아이들이 만든 아동권리 동화책이 나왔다.

by 구르는 소

지자체와 협력하여 아동권리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위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동참여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아동의 권리를 증진하고 지자체에 아동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 하기 위한 정책제언활동들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내가 일하는 법인에선 아동권리모니터링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지자체와 결이 맞아 상호 협력하고 있다. 지자체에선 활동할 아동선발과 관리, 장소지원 등을 맡고 내 직장에선 프로그램 진행과 아동활동지원, 예산지원 등을 맡아서 각자의 이름으로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이 아동권리모니터링단(아동참여위원회)이 동화책을 만들었다.

'사라진 불꽃'이라는 제목으로 아동의 4대 권리인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불꽃으로 형상화한 동화이다. 주인공 '연화'라는 아이가 마을에서 사라진 4가지 권리 불꽃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동화책이다. 스토리상 나쁜 악당도 존재한다. 어른 사또다.


외부펀딩을 받아 아동들과 대학생 멘토들이 아동권리교육을 받았다. 지역의 문인협회 도움을 받아 동화작가인 협회장님이 직접 동화책 쓰기에 관한 교육도 진행해 주셨다. 아이들과 멘토들이 프로그램활동을 통해 이야기 주제와 내용을 선정하고 스토리 초안을 만들었다. 초안에 맞추어 문인협회장님이 동화의 전체적인 뼈대를 만들고 그에 맞는 그림들을 대학생멘토들이 AI도구를 활용해 제작해 주었다. 아동사례관리에 자문을 해주시는 교수님과 동화책작가, 지자체 아동권리옴부즈퍼슨, 문예창작과를 나온 직원까지 합세하여 내용감수와 교정작업을 거쳤다. 인근 지역의 동화책제작 경험이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출판사에서 최종 교정과 디자인, 인쇄작업을 거쳐 동화책이 만들어졌다.


내 책도 아닌데 마치 내가 책을 낸 것처럼 기쁘고 뿌듯하다. 실무 담당자가 제일 고생을 많이 했으니 그 직원도 기쁠 테고 처음 외부펀딩을 따온 직원도 기쁠 것이다. 결과물이 나온 지자체 주무팀도 기쁠 것이다. 1년 동안 아이들의 멘토로 수고해 준 대학생자원봉사자들도 기쁠 것이다. 별다른 보상 없이 동화책 쓰기 교육과 감수, 자문을 해준 분들도 기쁠 것이다. 모두가 기쁘다. 동화책 하나로 모두 기뻤으면 좋겠다.

제일 기뻐해야 할 사람은 아동들일 텐데, 정작 아이들은 동화책을 대면한 날 무덤덤해 보였다. '그게 이렇게 나왔다고요?' 라며 놀라워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자기들의 낙서 같은 그림과 글자들, 멘토 선생님들과 나눴던 장난 같은 얘기들이 동화로 만들어져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수년간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면 아이들의 놀라움, 신기함, 황당함 등은 행사 마지막에 전형적으로 나오는 표정들이다.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이 사업을 계속하는 동기가 되고 열정이 된다. 아이들의 단순한 활동들이 어른들의 수고와 관심을 만나면 그것이 아이들의 성장이고 어른들의 변화가 된다. 동화책을 무덤덤하게 바라본 눈길이 겹겹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좋은 성인으로 자라 있으리라.


자. 비매품으로 만든 동화책이 이제 나왔으니 배포할 일만 남았다. 예산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큰일이다. 직장인의 일은 끝이 없다는 거. 아이들도 알아주면 좋겠다.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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