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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Oct 03. 2022

단군신화로 바라본 시민사회

구르는 소는 아름답다 - 홍익인간과 시민사회의 연결고리


비가 오는 개천절입니다. 기독교에서는 단군신화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민족이 세력을 형성하여 하나의 국가를 여는 날은 종교를 떠나서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시작의 의미를 시민사회의 기능과 결부하여 살펴보며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하나의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정상적으로 구성되어 움직이는 정부조직이 필요합니다. 사회가 돌아가도록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들도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그 속의 근간이 되는 국민들이 걱정 없이 살면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국가의 지속성과 성장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주축이 된 시민사회의 중요성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정부와 기업만으로는 위대한 국가, 지속적인 국가가 될 순 없습니다.


단군 신화에서 호랑이와 곰은 인간이 되고 싶어 자발적으로 환웅을 찾아왔습니다. 인간이 되라고 호랑이와 곰을 환웅이 먼저 데려온 게 아닌 것이죠. 이는 자발적인 시민사회의 조직 원칙과도 부합합니다.

관이 주도하여 만든 관변단체들도 많이 있고 필요도 하겠지만, 시민사회는 정부 주도 없이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 원칙입니다. 모든 것을 정부가 하겠다고 하면, 위험해집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도 시민사회의 기본정신과 결을 같이 합니다. 


일차적으로 사회와 경제, 복지와 정의 등에서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기본정신은 인간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삶을 중시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천년이 훨씬 넘는 예전시대에 이런 생각을 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인본주의적인 건국이념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들 사이에서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조화롭게 다듬고 합의된 선을 찾아간다는 것이 결국 인간의 자기 행복추구라고 본다면, 홍익인간의 정신이 요즘 세상에 더욱 부합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곰과 호랑이는 동굴에서 마늘을 먹으면서도 둘이 싸우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신화에선 생략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둘이 치고받고 했을 가능성도 있고 호랑이는 마늘 대신 곰을 먹어치울 생각도 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 되기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호랑이와 곰이 생존해서 동굴을 빠져나왔다는 것이죠.


시민사회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쟁도 하고 다툴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반대편에 서있을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서로 죽이면 안 됩니다. 시민사회의 지속성과 성장은 상대방이 존재함에 경쟁과 도전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간 되기에 실패한 호랑이도 있지만, 목표를 달성한 곰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ngo가 쉽게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집니다. 시민사회의 여러 단체나 자원봉사자 조직, 사회적 기업 등 대부분이 설립 3~5년 내에 심각한 재정위기나 경영위기에 처합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에 자생력 있는 시민사회조직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곰은 스스로 참아내면서 목표를 성취했지만, 현실 사회에서 작은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자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생하기 바쁜데 각자의 목표성취를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요? 꾸준한 정부지원과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 개인들의 참여와 후원이 시민사회의 자생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국이념의 홍익인간과 단군신화를 살펴보니, 스토리와 그 안의 정신이 시민사회와 멋지게 어울립니다. 

우리나라의 저력이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시민사회의 다양성이 한국과 지구촌을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끄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하늘이 열려 비가 오는 개천절에 시민사회의 성장과 활동을 더욱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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