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정 -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식스센스 여행기 6 - 가족취향대로, 내 성향대로 여행 진행하기

by 구르는 소

항공편을 끊고 숙소를 정했으니 이제 해외 현지의 여행일정을 짜야한다. 보통 여행지와 현지 일정을 대략 정하고 난 다음 항공편과 숙소를 알아보는 게 맞는 순서이긴 하지만, 꼭 상식적인 순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가족들과 함께 가려는 국가와 여행지가 정해지면 일단 항공권 발권을 먼저 해도 된다. 저렴한 항공권을 다량으로 살 수 있는 프로모션이 있다면 더욱 주저해선 안된다. 그다음 현지 여행지의 교통편과 주요 숙박정보들을 조사한 뒤 예약해도 된다. 그렇게 예약한 숙박지에 따라 여행경로를 짜는 것도 괜찮다. 여행에 정해진 것이라고는 같이 갈 우리 가족뿐이다. 3대가 함께, 6명이 움직이는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교통편 및 숙박의 편의성과 만족도였다. 계획된 일정은 어린아이들의 컨디션에 맞추다 보면, 변경되기 일쑤니 무리하지 말고 숙박지 인근의 볼거리와 맛집에 집중해도 될 것이다.


우리 부부는 사람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고 유흥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라 도심 한가운데 숙소를 정할 필요가 없었다. 현지인들이 어떤 차량을 타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곳에서 사는지 둘러보는 게 더 좋아서 숙소는 도심과 다서 떨어진 곳에 잡았다. 전철 혹은 버스를 타고 창밖의 풍경이나 객실 내 이러저러한 사람들의 모습은 색다른 여행감흥을 일으킨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나는 대중교통 시스템과 교통요금체계를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려우면 이참에 현지인들에게 말을 걸어볼 수도 있다. 셋에 한 명은 꼭 손짓발짓하면서 해답을 주니 오래가는 여행추억이 된다.


함께하는 3명의 아이들은 어차피 서둘러봐야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나설 수 있으니 출근시간의 트래픽을 피할 수 있었다. 어머니도 오래 걷기 힘들어 오후 3~4시면 숙소에 들어오니 퇴근시간과 겹치지도 않는다. 볼거리와 놀거리가 풍부해서 좀 더 있고 싶으면 아예 현지 도심에서 저녁까지 먹고 천천히 둘러보다 이동하면 퇴근길도 끝나서 편하게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현지인들의 저녁 혹은 밤일상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우연찮게 골목길의 간식집에서 현지인들의 입맛을 경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발리 우붓의 한 꼬치집. 우붓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을 걷다가 찾았다.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 한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종로와 명동 일대 등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궁궐의 아름다움과 서울 도심의 역동성을 보고 싶을 것이다. 명동의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을 맛보고 남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할 것이 분명하다. 길도 잘 모르거니와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으니 숙박지는 종로와 을지로 주변에 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여행자의 기본 상식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타는데 어려움이 없거나 약간의 도전의식을 갖고 있는 여행자라면 숙소범위를 좀 넓혀도 괜찮다. 청파동이나 신당동으로 나가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넓기까지 한 숙소들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명동의 1천 원짜리 붕어빵대신 1천 원에 3개짜리 붕어빵을 맛볼 기회도 있을 것이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도전적인 취향만 갖고 있다면 말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인 게스트하우스의 옥상 수영장. 아쉽게도 지금은 운영을 안한다.

내가 사는 곳이 서울의 구로구인데 구로에서도 서쪽 끝으로 부천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서울 도심으로 들어가는데 버스로 1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러다 보니 우리 동네에서 관광을 하는 외국여행객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우리 동네에서 딱 한번 외국여행객을 본 적이 한 번 있는데, 이슬람권 국가의 가족이었다. 동네를 지나는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버스에서 한 아주머니와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은 두 번째 방문이고 자기는 관광지보다 이런 현지인들의 삶을 둘러보는 게 더 재미있어 숙소를 서울 외곽에 정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족들과 여기저기 둘러보는 중이라고 짧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듣다 보니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있구나라며 반가웠다. 비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테지만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서로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국가는 모르지만 당신은 이슬람권의 찐 여행객이라고 마음속으로 인정해 주었다.


3대가 함께, 아이들이 3명이나 데리고선 이런 도전의식을 갖기 쉽지 않다. 비싼 돈을 들여 해외까지 와서 교통도 불편하고 먼 거리에 있는 숙소를 왜 선택하겠는가! 다만, 누구나 다 하는 여행일정과 같은 경험을 내 가족들과는 좀 더 색다르게 경험해보고 싶다면, 숙소를 도심에서 빼내면 된다. 크게 돈들이지 않고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다) 소소한 재미와 색다른 경험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여행성향이나 취향대로 여행일정을 계획하고 숙소를 정하면 될 일이다.




도심에서 예닐곱개 지하철 정거장이 떨어진 곳의 숙소에선 마을 현지 목욕탕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매일 남녀 목욕탕이 바뀌는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동시에 한국인이라고는 나와 아들밖에 없는 대중탕에서 현지인들과 새해를 맞는 기분의 오묘함이란!


5성급 호텔숙박비가 너무 싸서 얼른 예약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도심지까지 5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었다. 버스편도 많지 않아서 아침에 가까스로 승객이 가득 찬 버스에 탑승했는데, 현지인 학생이 내 어머니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그 학생 덕택에 이후 그 나라의 이미지가 좋게 바뀌었다.


유명 온천단지의 숙소들을 뒤로하고 산속의 조용한 숙소를 찾아갔더니 퇴실할 때 주인장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 주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들과 그 주인장 얘기를 나눈다.


작은 읍내에서 가장자리 숙소를 잡았는데, 새벽 탁발식을 보려고 나갔더니 그 숙소 근처에서부터 행사가 시작되었다. 읍내 중심으로 걸어 갈 수록 탁발식의 다양함을 볼 수 있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하는지 처음부터 볼 수 있어 흥미로왔다.

오사카 키타카야역 근처의 위락정. 새해 첫날을 가족들과 함께 외국의 동네 목욕탕에서 맞았다.


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할 때는 안전한 국가를 가야 한다. 그런 다음에 방문한 국가의 어디를 둘러보느냐는 여행자 선택의 문제이다. 도심이라서 안전하거나 외곽이라서 안전하지 않은 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은 항상 어디서건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니 도심이냐 외곽이냐 등 여행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본인은 물론 동행하는 가족, 지인들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일정을 짜면 된다.


볼거리와 놀거리가 다양한 관광지던지 현지인들의 삶이 잘 드러나는 일상의 장소이던지 모두 여행객을 설레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도심지의 다양한 볼거리와 늦게까지 빛나는 불빛들의 현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만, 내 아이와는 현지의 차분한 일상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맛있는 먹거리가 없어도, 휘황찬란한 볼거리가 없어도 우리 가족의 오감을 만족시킬 것들이 어디선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길가의 작은 들풀들과도 잘 놀고 골목의 다양한 대문모양에도 신기해한다. 부모에게는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게 소중한 시간이다. 함께하는 어머니도 더 늙으면 현지 골목길을 더 이상 걷기 힘들 것이다. 같이 얘기하고 사진찍으면서 천천히 걷는 그 발자취가 여행이고 행복한 순간이다.

딱히 볼 것없는 일본 야산에서도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사진을 남긴다.

어머니와 함께 한다고, 어린아이들이 같이 가야 한다고 너무 많은 고민과 준비는 첫발을 내딛기 힘들게 한다. 소소한 실수와 부족함들은 우리 가족들에게 더욱 다양한 추억과 이야깃거리들을 안겨줄 것이다. 딱히 재미가 없어도 어떤가. 가족들과 함께 내딛는 그 발걸음이 여행의 추억이고 재미가 될 것인데.


다 같이 한 발자국 내딛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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