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 '배고파' '아~ 피곤해!' 등등 일상에서 많이 쓰는 말들이 있겠지만, '다녀오겠습니다'와 '다녀왔습니다'의 사용빈도도 꽤 높지 않을까 싶다. 어디론가 목적지를 향해 나선다는 행위,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여정은 일상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인생과정일 것이다.
사람은 왜 집으로 다시 오는 것일까? 집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모든 생명체는 회귀본능을 갖고 있다. 어디론가 떠났다가도 다시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 목숨을 건 이동을 하는 동물들이 많지 않은가? 누가 특별히 가르쳐주거나 지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수만 km의 거리와 공간을 넘나드는 생명체들의 경이로움은 놀랍기만 하다. 이동거리와 생활반경이 좁은 곤충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특이하게 자기들의 집을 크고 아름답게 만드는 특성들이 있다. 종족보존과 생존의 측면에서 그리 하는 것일 텐데, 사람들의 집에 대한 애착과 행동에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종의 특성에서 보듯 인간의 집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생물학적 기본성질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뽑으라면 내 집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독립과 가정을 꾸리고 난 뒤 더 이상의 이사와 남들의 간섭이 없는 내집장만은 누구나의 인생에 가장 자랑스러운 장면으로 추억될 것이다. 집을 살 때 얼마나 많은 고민과 조언청취, 발품을 들이나? 큰돈이 움직이니 시간과 에너지의 품이 많이 든다. 수많은 고민과 비교, 분석을 거쳐 결국 자기의 선택에 따라 집이 정해지고 내 삶의 기반이 된다. 어디론가 다녀오겠습니다의 출발지가 되고 다녀왔습니다의 종착지가 되는 곳인 것이다.
그동안 가족들과 여행을 다닌 것을 돌아보니 여행지의 숙소 선택도 이렇게 자기 집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숙소들도 플랫폼마다 가격이 다르니 가격비교는 기본이고 여러 후기들을 꼼꼼히 읽어야 잘 찍은 사진빨에 속지 않는다. 숙소의 형태와 위치가 다 제각각이니 지도를 보면서 접근방법과 여행지에서의 이동경로도 미리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 숙박플랫폼의 사진과 후기들 말고 여행책자와 블로그등에서 소개한 글과 사진들도 찾아서 읽어야 가족들의 생활습관에 맞는 적합한 숙소를 선정할 수 있다. 수많은 집을 보러 돌아다니다가 결국 마음에 든 집을 사게 되는 것처럼 여행지의 숙소선정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 스페인에서 숙소 찾아가기. 살 집을 고르는 것과 잠깐 머무는 숙소를 고르는 것은 여정이 비슷하다.
여행지의 숙소선택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고 아내의 취향도 존중하면서 어머니의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엔 이런 숙소에서 자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도전해 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숙소에서 쉬고 싶기도 하다. 여행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의 취향과 의견이 있으니 이를 듣고 반영해 주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내 취향과 주머니 사정도 있으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비행기 편은 알뜰하게 잘 끊었는데 숙소도 알찬 곳으로 잘 예약하고 싶어 여행기획자의 마음은 어렵기만 하다. 결국 여러 번의 숙소 검색과 비교를 하다 적당한 곳으로 스스로 타협하면, 예약과 동시에 이제 내 집을 마련한 사람이 되었다. 인생에서 첫 집을 샀을 때의 마음가짐이랑 비슷하다. 신나고 흥분된다. '여행지로 다녀가겠습니다~'의 흥분이 그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진다.
여행을 나서기 위해 목적지를 정하고 비행기 편을 끊었다면, 이제 현지에서 잠잘 곳을 정해야 한다. 혼자 가는 배낭여행이라면 현지도착 후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아무 숙소에서 자면 되겠지만, 어린아이들이나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그리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리조트를 갈 것이냐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것이냐 혹은 호텔을 갈 것이냐의 기본적 선택을 넘기면 치안도 확보되어야 하고 교통편도 좋아야 하며 계획된 일정을 편히 마칠 수 있는 거리의 숙소를 마련해야 한다. 조식은 나오는지, 한방에 3명 이상 묵을 수 있는지, 추가침대를 넣어줄 수 있는지, 벌레나 해충은 없는지, 수영장은 있는지, 가족들이 사용할 2~3개의 방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현관문 폐쇄시간은 언제인지, 분실물 발생 등 안전은 문제없는지, 화장실과 샤워기 수압은 괜찮은지, 화장실이 개별사용인지, 음식조리나 데우기가 가능한지, 늦은 저녁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노약자가 오르내리기에 어려운 높은 계단은 없는지,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올라가야 하는 방인지, 주차는 되는지, 전압은 얼마이고 콘센트 모양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현지 여행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공항까지 픽업이나 샌딩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취소 시 환불은 얼마나 가능한지 등등을 알아봐야 하는 과제가 여행자에게 주어진다.
내 집을 살 때도 이렇게 힘들었던가? 다녀가겠습니다~가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던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빠 혹은 엄마의 노력이 가족여행의 추억을 만든다면 이 또한 기꺼이 해야 할 일이다. '내집장만'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여행시작의 숙소는 저렴하게 출발해 마지막 숙소가 좋아야 여행평가와 추억이 좋다는 것은 기본상식이긴 하지만, 꼭 여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여행초반 리조트급 숙소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하면서 놀다가 여행 마지막에 해변가의 저렴한 숙소에서 붉게 물든 노을 속의 아이들과 사진추억을 쌓는 것도 좋았다. 좁은 한 방에서 6명의 가족 모두 누워 잠을 청하는 것도 아이들이 어릴 때나 해 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비용도 많이 드는데다 성수기때 적당한 방을 구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작은 원룸에서 자야했는데 아이들이 성장한 지금은 시도해 보기도 쉽지 않다. 우연히 찾아간 게스트하우스엔 도시의 랜드마크를 직관할 수 있는 루프탑 수영장이 있어 가족들의 행복지수가 급상승한 적도 있다. 가족 모두가 피곤해할 때, 공항 내 좁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피로회복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시설이 낡고 벌레가 많이 나온다는 한국인 후기가 많은 리조트를 오히려 한적하고 고풍스럽다는 외국인들의 후기를 보고 예약했는데, 우리 가족들만의 전용 수영장 과 운동시설 사용 특혜를 누리기도 하였다.
일본 다다미형식의 숙소는 침대가 없어 불편했지만, 유카타를 입어 보면서 예쁜 막내아이의 사진추억을 확보했다.
여행하면서 숙소에 대한 불만으로 불평을 하고 서로 싸울 수도 있지만, 뭐 어떠랴. 그것도 여행의 소중한 추억인 것을. 싸우고 다시 안 볼 남이 아니라 계속 일상에서 만날 가족 아니던가. 그 자체로 가족 공동체에 남겨진 여행 추억일기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같이 먹고 뒹굴며 사는 가족들이 거주하는 집을 구하는 마음으로 여행지의 숙소를 찾아 구해놓으면 여행참여자 모두 숙소에서의 좋은 기억들만을 마음속에 갖게 될 것이리라.
뭘 망설이나. 갔다 오겠습니다의 마음으로 떠나면 된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오면 '잘 다녀왔니?'라고 안락한 내 집이 반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