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처음 - 비행기 타기

식스센스 여행기 4 - 비행기에 대한 추억

by 구르는 소

어릴 적 부모님이 비행기를 태워 준 적이 있는가? 혹은 지금 키운 아이를 집에서 비행기태워누기 놀이를 한 적이 있는지? 아이를 키울 때면 보통 아빠들이 발로 아이 배에 대고 몸을 들어 올려 비행기를 태우곤 한다. 무서워하는 아이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신나서 아빠가 태워주는 비행기로 미국을 가기도, 유럽대륙을 가기도 한다. 아주 어렸을 때이기에 대부분 성인이 되면 잃어버릴 기억이지만, 반대로 아빠들은 내 아이를 들어 올린 기억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나는 아직도 내 아이들이 어렸을 적, 내 발 위에 올라 비행기 탄다며 즐거워하던 세 명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기억한다. 아마 돌아가신 내 아버지도 나 어렸을 적에 나를 비행기 태워주셨을 것이다. 이렇게 비행기 타는 것은 부모와 자녀가 눈을 맞추며 공감하는 사랑의 시작이자 여행의 첫걸음이다.


아빠의 손을 잡고 공항에 첫 발을 내딛는 아이의 기분이 이러하지 않을까? 기억은 잘 나지 않겠지만,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는 분명 나를 들어 올려 부산과 광주를 찍고 미국도 데려가 주셨을게다. 처음 비행기에 올라타 창가에 앉겠다며 고집을 부리곤, 이것저것의 신기함에 마냥 신나 하던 내 아들의 첫 비행기 탑승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의 아버지 발에 들어 올려져 아빠와 눈을 맞추며 신나게 날던 아이는 이제 스스로 돈을 벌고 가족을 꾸려 내 아이와 진짜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 옆엔 나와 같이 세월을 머금어 가는 노모도 같이 계시고. 비행기를 타서 해외로 떠나는 첫 가족 해외여행의 감흥이었다.


아버지는 내 나이 20살에 돌아가셨고 해외여행을 가본 적은 없으시다. 비행기는 타보셨으려나? 제주도를 한두 번 가셨으니 비행기를 타보셨을 만도 한데, 내 기억으론 배를 타고 가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와 함께 하지 못한 나의 추억과 기대는 내 아이가 어렸을 적 같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봐야 하겠다는 추진력을 갖게 했다. 또한 홀로 남으신 어머니와 좀 더 많은 추억거리들을 남기고 싶다는 동력이 되어 주었다. 여건이 될 때, 적합할 때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뿐이다. 지나고 나면 후회이고 다음번엔 다른 이유와 핑곗거리가 생긴다. 사랑하는 이들과 지금 떠나야 한다. 여행의 동력은 돈과 시간이 아니라 가족이다.


TV속 드라마를 보면, 비행기 안의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어 불편한 상황을 만들거나 긴 비행시간을 지루해하여 몸을 비비 꼬는 모습들이 종종 나온다. 이는 극적장치일 뿐 일반적이진 않다. 나도 첫째를 위해 비행기에서 지루함을 방지해 줄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영화감상, 사진촬영, 음악감상, 전자우편 등이 가능했던 모바일기기)를 사서 아이들 영화를 잔뜩 담아가긴 했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린 아들은 비행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자는데 할애했고 아니면 그림 그리기나 할머니와 대화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20160729_180514.jpg 저가항공에서 추가요금을 내면 먹을 수 있는 밀키트. 현지식을 먼저 먹어보는 것도 아이들한테는 즐거운 놀이이다.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다닐 때는 자기들끼리 소소한 장난을 치거나 사진 찍기 놀이, 그림 그리기 놀이, 기내식 먹어보기, 부모 핸드폰으로 그간의 찍은 사진 감상하기 등의 놀이를 하다가 잠든 채 비행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아이들과 비행기를 타려면 부모들이 이것저것 준비할 것들이 많긴 한데, 편하자고 태블릿이나 크기가 큰 그림책들을 여러 권 챙겨갈 필요까진 없을 것이다. 물론 6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에는 이러한 것들의 효용가치가 클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긴 시간의 비행은 어린아이들이 견디기 쉽지 않으니 단거리 중심의 해외여행지를 선정하여 여행을 떠난다면 가벼운 준비물로 부모의 피곤함도 덜하고 아이와의 추억은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살짝 지루하면 어쩌랴! 이 또한 아빠엄마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인 것을.


6명의 대가족이 움직이다 보면, 시간과 돈의 싸움을 보게 된다. 일정을 아주 느슨하게 잡았는데도 항상 시간에 쫓긴다. 아이들은 일찍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아침 6시에 일어나도 여러 애들 씻기고 먹이고 짐 싸고 하다 보면 숙소를 나가는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인근도시나 섬으로 이동할 때,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가는 것을 배나 차량을 이용하면 6시간이 넘기도 한다. 이왕 여행을 왔으니 비행기로 빨리 가서 더 많이 보고 싶은데 멀미하는 가족 때문에 배를 타야 할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 여행의 설계자인 아빠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나의 일정을 다 지켜낼 것이냐 혹은 준비한 여행예산을 지켜낼 것이냐!


정답은 없다. 그때그때 아이들의 컨디션과 함께하는 가족들의 몸상태를 둘러보고 동행하는 일가족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된다.

20180730_132003.jpg 가족들의 컨디션만 괜찮다면 현지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것도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너희들이 늦게 일어나서 입장시간이 늦어졌는데, 가고 싶었던 곳을 생략하는 것은 어떠하냐라고 물어보면 된다. 배를 타고 들어올 때 멀미하느라 힘들어서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데 비용이 2배이고 비행기가 작아서 이것도 멀미를 할 수 있는데, 어떤 것을 타고 싶으냐 물어보라. 의외로 아이들은 자기들의 선택에 책임을 지려고 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돈이 부족할 때, 아내나 가족이 비상금을 내놓기도 한다. 프로펠러 비행기 티켓을 끊으려는데 65세 이상 노인과 7세 미만 아동은 50% 할인이라는 기적서비스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 요금표엔 나오지 않는데, 당시 매표소에 서있던 기장이 어머니와 아이들을 주렁주렁 데리고 와 표값을 계산하는 나를 보더니 고생한다면서 가격을 추가로 깎아 주었다. 그리고 실컷 구경하라며 첫째 아이를 창가 쪽에 태워주었다.

20180802_091834.jpg 기장은 자기 옆 맨 앞쪽 자리를 아들에게 권했으나 어린 아들은 안전하게 통로 창가 쪽에 앉았다.

외국의 작은 공항에 내리면 바깥 활주로에 내려서 걸어서 공항청사로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느 나라던지 공항을 배경으로 공식적인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나 일반 가족여행객들의 사진촬영을 막거나 방해하진 않는다. 지방의 작은 공항들은 활주로에서 바로 공항청사로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의 공항청사 입구엔 해당 공항명칭이 큰 간판으로 부착되어 있다. 한국여행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활주로에 서자마자 빨리 입국심사받으려고 뛰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공항청사 들어가기 전에 가족들과 간판을 뒤로하여 기념사진을 남겨보자. 그 여행지역을 떠올릴 상징적인 사진이 될 것이다. 물론, 사진 찍는다고 다른 여행객들의 동선을 방해한다거나 오랜 시간 머뭇거리면 공항관계자의 저지를 받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고.

20160909_223345.jpg 처음 해외여행을 한 조카를 위해 아내가 만든 여권케이스. 조카에겐 비행기 탑승의 첫선물이다.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을 갱신/재발급받기 위한 대기수요가 길어 특정지역에선 여권발급이 2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배편을 이용해서 해외로 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편리함과 속도적인 면에서 여행의 기대치를 맞춰주는데 비행기만 한 게 없다. 기후위기 방지와 탄소중립실천을 위해 비행기를 타지 말고 배를 타자는 운동도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다른 부분에서 탄소중립을 더 열심히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보자. 어릴 적 아빠의 두 다리 위에서 아빠와 눈을 맞추며 떠났던 비행기여행의 추억이 고스란히 내 자녀에게 전달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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