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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Mar 19. 2023

속지 말자 사이비 종교

이단종파의 전도용 손 편지를 받고 나서

손 편지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퇴근 후에 집에 오니 손 편지 하나가 배달되어 있었다. 무슨 편지인가 설레는 마음에 봉투를 열어보니 이런.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전도용으로 보낸 손편지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한테는 기독교의 여러 종파나 여호와의 증인, 제칠일 안식교 등이 다 비슷해 보이겠지만, 정통 기독교단에선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으로 분류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JMS 등은 이단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단체로 취급하니 비슷하지만 살짝 다르다 하겠다.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사람에게야 미안하지만, 그들과 나의 신앙이 다르고 내가 속한 기독교에선 이단이라고 분류하니 나도 여호와의 증인이 반가울 리 없다. 딱히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를 배워본 적이 없어 왜 이들이 이단취급받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내 알기에 여호와의 증인에선 삼위일체를 부정한다. 예수님의 존재를 부정하니 기독교의 교리와 다름을 알 수 있다. 각자의 믿음과 신념대로 종교를 가지는 것은 자유겠지만, 무턱대고 전도용 편지를 출입이 제한된 아파트 우체통에 넣어놓고 간 것은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게 아무리 손으로 정성껏 쓴 편지라도 말이다.


자녀들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냐며 신기한 듯이 물어본다. 공과금이나 세금고지서 외에 누군가 손으로 쓴 편지가 집에 온 적이 없으니 아이들은 이런 편지를 처음 볼 수도 있겠다. 사무실에서도 이런 전도용 손 편지를 2~3번 정도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워낙 편지들을 주고받지 않으니 어떤 목적이건 누군가에게 손 편지가 오면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마음이 힘들거나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잘 먹힐 전도방법일 수도.


이름을 모르니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세대주한테 인사하면서 시작하는 편지는 기도의 필요와 방법을 알려준다. 도움이 필요하면 성경도 보고 여호와의 증인 웹사이트를 방문하라며 주소도 알려준다. 가족들과 행복하라며 내게 축복도 해준다. 험담이나 비난을 하지 않고 나한테 축복을 해주니 어찌 되었든 고맙다. 하지만, 내 신앙관과는 다르고 비슷한 편지를 종종 받아보니 기쁘지도 않고 반갑지도 않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기 위한 전도용 실습 프로그램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는 걸로 알고 있다. 아니면 정말 누군가 전도하기 위한 간절함으로 정성스레 손으로 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편지는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손편지를 보내주신 여호와의 증인 봉사자 김**님 죄송합니다)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에 나온 JMS 교주의 성적 일탈이 사회적 파장을 가져오면서 사이비 종교가 최근 이슈이다. 이런 시기에 여호와의 증인에서 손 편지를 보내니 이단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집근처 교회에선 A4용지에 타이핑된 전도용 편지를 자주 보내는데,여호와의 증인에선 예쁜 편지지에 손글씨로  직접 글을 썼다. 지면에서 느껴지는 감성도 다르다. 난 바로 손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글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정통 기독교단에 속한 일부 극단의 목회자들이 반사회적인 행동과 정치적인 활동으로 기독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동안, 이단과 사이비 종교단체들은 소외된 자들을 향한 봉사활동과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서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교회에서 신천지 신자들을 막는다면서 교회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 교인들만 챙길 때, 신천지의 교인들은 자원봉사단을 꾸려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봉사와 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이단과 사이비종교 교주들의 일탈과 범죄를 얘기하면, 그들은 너희들 종교지도자들도 딱히 다를 게 없다며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는다. 


외로움과 피곤에 지치고 결핍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누구한테 다가갈까? 이들에게 이단과 사이비 그게 중요할까? 생존을 위해 도시목회로 기독교가 집중하는 동안, 농어촌을 파고들며 각지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이단과 사이비 종교 단체의 경제력은 어디를 향할까? 젊은이들의 꿈과 비전을 교묘하게 공략하는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50년 뒤에 한국사회에서 신천지 혹은 통일교 등의 이단종파가 정통으로 여겨지고 기독교는 이단종파로 치부될 수 있지 않을까?


지친 영혼들의 기대와 위로를 더욱 많이 가져갈 종교가 앞으로 정통 종교로 자리 잡을 것임을 안다면 기독교인들이 더욱 나눔과 봉사로 살아야 이단/사이비 단체들 사이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을 향하지 말고 낮은 자들을 위하며 봉사와 나눔의 자세를 가져야 올바른 정통교단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도, 엄청 문제가 많아 보여도 신천지가 사라지지 않고 신자들이 이탈하지 않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젊은이들의 빈곤과 꿈에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JMS가 왜 망하지 않고 계속 살아남는지 알아야 한다.

 

힘들거나 지쳐서 혹은 나한테 잘해준다고 해서 이단과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보낸 손 편지 하나에 이렇게 길게 글을 쓰는 건, 내 글을 보고 단 한 명이라도 '아. 이단과 사이비는 위험하구나.' '저 종교는, 저 단체는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겠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서다.

구원은 하나님한테 있는 것이지 사람과 단체가 주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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