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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Jul 22. 2023

전문가는 현장에 있다.

세상의 모든 현장직원을 응원합니다.

"오은영박사님이 치료하는 것도 아니고! 치료비 6만 원 받는 곳에서 뭐 이렇게 요청하는 게 많아요?"


근무 중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치료실이 운영되고 있는 건너편 사무실에서 아이와 함께 치료를 받으러 온 학부모님이 불만을 접수한 모양이다. 이것저것 작성을 요청한 서류가 많다 보니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나셨나 보다. 다행히 직원이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 이해를 시켰고 아이도 크게 상처받지 않고 엄마와 함께 귀가하였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 있는데 이를 귀찮아하시는 보호자들이 있어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직원들이 웃으며 현명하게 대처하여 잘 해결되었지만, 때때로 이런 민원처리는 직원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 특히 업무를 누군가와 비교당하면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그 비교대상이 국민멘토 오은영박사여도 말이다.


예전 인사부서에서 일할 때, 채용면접을 보면 10명 중 7명은 자기의 롤모델로 '한비야'씨를 뽑곤 했다. NGO구호활동가로 유명세를 떨친 한비야 씨를 보면서 본인도 전 세계 구석구석 재난지역을 돌아다니며 구호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던 신입직원들. 채용면접을 보며 경쟁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롤모델로 얘기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학생들이니까 그럴 수 있지 하며 웃고 넘겼다. 업계에선 통칭 이들을 '한비야 키즈'라고 부르면서 채용하곤 했는데, 미디어의 힘과 스타급 연예인의 힘이 대단하구나라는 것을 새삼 배웠던 경험이었다.


먼저 말하지만, 이 글은 누구를 격하시키거나 혹은 반대로 내가 잘났다고 쓰는 글이 아니다. 그냥 현장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해가면서 자기 업무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직원들에 대해 생각해 본 글이다. 높은 덕망과 기술, 명예를 가진 분과 두루두루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우리나라에서 재난재해 구호활동가라면 일반적으로 누구를 떠올릴까?

나눔 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 사랑꾼 연예인이라면 누구를 비춰주려나?

아이양육에 대해서 심오한 조언과 문제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 중 제일 몸값이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저마다 생각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이름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 자기들의 삶 속에서, 직업영역에서 꾸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과 성취들을 우리가 인정하기에 전문가로 불러주고 높은 보수도 지급하며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리라.


다만, 여러 분야의 스타급/연예인급 전문가들이 자기만의 노력과 성취만으로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일까? 세계를 제패한 김연아 선수에게는 뒤에서 묵묵히 헌신한 어머니가 있고 국내 정상에 오른 뒤 세계정상에 오르기 위해 세계 최정상급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를 코치로 두었다. 그 코치진을 두기 위해 후원기업 및 사회 각계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세계최고 아이돌그룹인 BTS가 있기까지 프로모터와 작곡/작사가, 안무가를 비롯한 수많은 영역의 정상급 매니저들이 활동하지 않았으려나?   


오지탐험가이던 한비야 씨가 구호활동가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기부와 나눔 활동을 펼치던 민간단체들이 존재하고 그 여러 단체들이 선의의 경쟁력을 펼치며 전 세계 각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쳤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은영 박사가 국민멘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동복지단체들이 30여 년 전부터 아동학대예방사업을 펼치며 사례관리를 꾸준히 해온 덕에 방송사들이 방송콘텐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 또는 전문가들이 시민사회에 연결되어 자기 가치를 드높이고 시민사회는 이들과 협력하면서 홍보를 강화하고 자기들의 소명을 이루어 나간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 사회가 더욱 고도화되고 수준이 높아진다. 


아동인권에 대한 관심과 양육에 대한 지식들이 높아지고 나눔 관련 이벤트와 콘텐츠가 많아진 것은 굿네이버스 같은 민간단체들이 꾸준히 캠페인을 진행하고 그 속의 직원/활동가들의 소명, 비전 덕분이다. 한강의 기적을 쓴 대한민국에서 나눔 문화의 시작과 아동인권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글로벌 NGO를 설립한 도전정신과 꾸준한 헌신,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연예인급 비영리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연예인 혹은 스타들의 방송, 인터뷰현장직원의 일상은 다르다.

연예인들은 명예구호활동가가 되어 구호현장에서 단기간 봉사하고 가면 된다. 그게 그들이 할 일이다. 그 뒤 구호현장의 일상은 대부분 알고 있듯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다. 방송에서 아이가 달라지는 건 화면 속에서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성격과 습관은 아주 오랜 시간을 거치며 조금씩 변한다. 문제를 명확히 알려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은 권위를 갖춘 스타급 전문가가 해주면 된다. 방송 이후 일상생활에서 아이와 가정은 크게 변함이 없을 테지만, 전문가의 솔루션을 믿고 오랜 기간 지켜봐 줘야 한다.


이런 여러 현장에서 문제상황에 놓인 클라이언트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서 관리하고 상담하며 지원하는 일은 일상을 책임진 현장직원들 몫이다. '치료비 6만 원'을 받는 현장에 소속된 '전문'직원들인 것이다.


모금전문가, 양육전문가, 상담전문가가 어디 있나? 내가 일하는 직장에 다 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일개 조직의 직원일 뿐이라고 해서 전문가가 아닌것은 아니다. 6만 원 치료비를 받은 상담센터에 근무한다고 비전문가가 아니고 100만 원 모금한다고 해서 모금전문가가 못 되는 것이 아니다. 박사급 정신과 의사의 상담기술도 훌륭하겠지만 석사급 전문치료사들도 뛰어난 상담기술을 보유한 분들이 많다. 유명하지 않아도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거액의 모금성과를 척척 달성하는 NGO활동가들도 많다. 

사명감을 갖고 일상과 현장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면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이야말로 전문가이다. 


현장에서 꾸준히 경험과 지식을 쌓으면서 자기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결국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얘기다. 비싼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비전문가가 아니다. 세상 모든 일과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행정업무를 하더라도 그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기 소명과 비전을 쫓아 사는 사람들을 보며 급여가 적다거나 소속기관이 소규모라고 해서 무시해선 안된다. 클라이언트들도 한 번쯤은 비싼 상담료를 지불하던지 방송출연을 할 순 있겠지만, 매번 비싼 요금을 낼 순 없지 않나? 현장의, 일상의 주변 직원과 활동가들을 존중해야 할 이유다.


누구를 만나던지 겸손하며 해당 분야의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만 더 서로를 이해하고 귀하게 여기면서 배려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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