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홉 번째 직장 2

2달간의 기록, 난 왜 그렇게 소심하게 눈치를 많이 봤을까?

by 이경



출근 첫날.

회사는 판교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위치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판교역까지 가서 마을버스를 한번 타면 되는데


회사가 엄청나다 보니 항상 같은 노선의 버스가 1~2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다녔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출퇴근길이 따분했지만, 같이 탄 직장인들의 옷차림을

보기도 하고, 저 사람은 어떤 회사에 다닐지.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


생각하다 보면 궁금해진다. 그 사람들은 지금 직장생활이 행복한지 까지도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내가 속한 팀은 신생 사업이라서 마케터 2명에 디자이너인 나를 포함해 총

여자 세명이 팀을 이루웠는데 우리 팀의 팀장이 바로 면접 때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던 차장님 이셨다.


처음에는 우리 팀은 꽤 화기애애했다. 업무시간, 점심시간, 쉬는 시간 등 짬을 내어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기도 하고, 커피를 들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업무적으로도 문제가 될 게 없이 한 달이 쭉 흘러가고 두달째 시작 시점부터 직장상사와 나 사이는 이상한 사이가 돼버렸다.

차장님은 자신과 내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음에 답답해했고 그런 이유때문인지

내게 쌀쌀 맞게 대하는 날이 많아졌다.


업무적으로 오래 일을 안 해본 사이기에 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 맞춰가면 될 문제였다고 생각하는데 고작 한달밖에 안된시점에서

차장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에 결과물이 맞지 않으면, 크게 불편한 티를 냈다.


경력이 오래된 직원과 그렇지 않은 나를 비교하면서 깎아내리고, 타박을 주며 민망하게 만드는 순간에는

중간에 눈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자존심이 상하는 말들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우울감과,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가 거의 매일을 주눅 든 상태로 회사에서 생활했던 것 같다.


'대체 이게 그렇게 까지 혼나고 자존심이 깍여야할거였나' 와 같은 생각이 멈추지 않았으며

이해가 안되는 말들을 이해해보려고 하며 힙겹게 버텼다.


근데 또 웃긴 건 점심시간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가와 웃으며

본인의 일상 얘기를 꺼내고, 내 안부를 묻고 심지어 어떤날은


내게 사비로 선물을 2번이나 사주던 그 차장의 태도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럼 나도 똑같이 웃으며 그 차장님을 친근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속으로는 생각했다

'아 이런 게 가식적인 사회생활이라는 건가')

업무를 하면서 또 방향이 본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거침없이 내게 돌직구가 날아온다.


시간이 더 지나서 보니 커뮤니케이션은 계속 안되고 계속 서로가 힘들거같으면


내가 나가고 이 자리에 더 유능한 사람이 들어오는 게 훨씬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만두기로 결심 한 후 차장에게 그만둔 다는 말을 먼저 전하자

차장은 내게 조금 더 기회를 주겠다는 말을 꺼냈지만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1그람'도 없었다.


드디어 회사를 그만두는 날.


좋게 나오려고. 괜찮아보이려고. 웃으며 나왔지만, 약간의 억울함과 직장을 또 잃었다는 비참함 때문에

사무실 모든 팀원들과 작별인사와를 다 나눈 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음 속 부터 끓어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볼이 뜨거웠다.


쓰라린 말들도 많이 들었지만, 그 사람 덕분에 부족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깨우치게 해준 것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더 나아진 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맞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고마워해야한다.

직장생활에서 상처 받는 것쯤이야. 유난이다. 별나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참을 수 없는 건

내가 속한 팀에서 나와 일하고, 지내는 것을 힘겨워할 때.


나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그런 곳에서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실력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회사 이후로는 디자이너로써 계속 고용이 유지되지 않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여

며칠을 고민하다가 다음 직장에서는 내가 어렸을 때 부터 최근까지 로망이라고 생각했던

'그 일' 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이전 11화나의 아홉 번째 직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