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도 유명한 가족회사
나의 두 번째 직장은 블라인드와 커튼을 판매하는 쇼핑몰 업체였다.
사장님, 실장님 두 분이 운영을 하셨는데 두 분은 부부셨고 이 쇼핑몰에서
직원은 나 혼자였다.
면접 땐 몰랐지.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 -
처음에는 두 분이 내게 잘해주려는 노력을 많이 하셨고, 나도 퇴근시간이
지나도 업무를 익히기 위해 남아있는 등 열정적으로 회사에 보탬이 되려고
나름 노력을 많이 했었다.
내가 했던 업무는 제품 상세페이지 작업, 간단한 전화응대, 홈페이지 제작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전부였다.
하는 업무는 그 당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업무들이었지만 업무외적으로 문제들이 발생했다.
부부는 내게 매일 아침 일찍 도착해서 청소를 해놓는 것을 기본 수칙으로 정했고, 나는 그 부분을 마지못해 따랐지만 불만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렇게 사소한 것에 불만이 쌓여만 가고 어떤 날은 좀 억울한 마음과, 사회생활이 원래 다 이런 건가?
라는 생각에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업무적인 면에서 사장님은 특히 디자인 보는 눈이 높으셨었는데
나와, 홈페이지 제작 업체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비교하며 내가 한 디자인을
깎아내리는 등 누가 들어도 감정 상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 부셔서 내 자존감은 바닥으로 치닫았다.
사회생활 신입 때는 누구나 흔히 혼나면서 배우는 게 당연한 거라
훌훌 털고 넘길 수도 있는 건데 그땐 그게 잘 안돼더라
또, 평일 업무시간 중에는 부부의 지인들이 들이닥쳐 한바탕 수다 소리와 요란한 웃음소리로
적막한 사무실이 시끌벅적 해지는 날들도 많았다.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짜증이 났지만 꾹꾹 눌러 담았고,
힘들어도 이번 회사에서 만큼은 정말 오래 있고 싶었다. 근데 이 방법이 결코 좋은 게 아니었다.
꾹 눌러 담아 놓은 것들이 내 마음 밖으로 크게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사장님의 아내분인 실장님이 또 껌을 딱딱 터트려가며
업무를 보고 계셨고, 그날따라 그 모습이 더 짜증스럽게 느껴지면서 실장님게
크게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토해내 버린 것이다. 너무 철이 없었고 참 부끄럽던 행동이었다.
집에서 하던 버릇이 밖에서도 나온다고, 아무리 이때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었어도
직장상사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게 흔하게 일어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에 반응한 실장님도 심하게 화가 나셨고, 나는 죄송하다는 말이 아니라 이성을 잃었는지
악을 쓰며 더 대들었다. 그러고는 씩씩대며 바로 짐을 싸서 회사를 나왔다.
또 길게 경력을 채우지도 못한 채, 두 번째 회사를 잃으니 정말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꼭 사회 부적응자 같았다.
그만두고 며칠 뒤 내 잘못이 너무 크다는 생각에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사장님/실장님께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며, 정말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 사과를 받아주시긴 했지만 이미 틀어진 관계가 다시
되돌려질 리가 없다. 이후에도 몇 달 동안은 그날의 일을 무척 반성했고, 다음 직장에서는 이와 같은 일을
다시 반복되게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다음회에 세 번째 직장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