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을이 있긴한가 2020 / 일러스트 출처: 본인
11년 전, 대학 졸업 후 취업시즌.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한 나는 학교 졸업 후
2~3개월을 집에 무직 상태로 지내며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도대체 어느 쪽으로 취업을 해야 되며, 어느 분야로 가야 할지
막막한 상태였고 부모님의 근심도 커져만 갔다.
나의 상황을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를 가기 싫어했었는데, 부모님은 내가 꼭 대학교를 나왔으면 하셨다.
그러다가 제일 성적에 맞는 법률과를 가게 되었지만 공부가 재밌을 리가 없다. 중간, 기말시험이 잡힐 때면 학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앉아 책 과목마다 내용을 몇 날 며칠 필사해가며
통으로 외웠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나니 취업이 더 어려웠다. 우연히 처음 잡힌 법률사무소 면접에서도
퇴짜를 맞고, 지원서를 넣은 회사들은 거의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4차 산업 기술이 떠오르면서 웹디자인을 국비로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고,
취업까지 연계해준다는 등록을 하고 보니 최신형 컴퓨터에 웹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주 프로그램 툴인 포토샵, 일러스트, 플래시를 전부 익힐 수 있었다. 따라 하는 과정 중에 흥미와 재미를 느껴 더 잘하고 싶은 생각과
열정으로 가득 차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재밌게 따라 했다.
학원이 끝나갈 무렵. 웹디자인 쪽으로 첫 면접이 잡혔다. 면접 때 상황을 보면
어리바리한 답변과, 말실수로 분명 떨어질 거는 달리 합격 통보를 받게 됐다.
그것도 면접 본 그날 당일에. 나는 엄마, 친구들, 학원 동기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며
기쁨과 환희에 차있었다.
대기업도 아니고, 유명한 곳도 아니고, 잘 나가는 곳도 아니고 그냥 스타트업 회사였을 뿐인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디든 출근하게 되었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는 것에 대한 큰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 웹 디자이너들의 첫 직장생활은 웹 에이전시로 해야 된다는 말이 많았다.
지금에서야지만 그 말에 나는 격하게 동의한다.
그땐 왜 그랬을까?
나는 더 큰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것보다는 일반 회사에서 편하게
돈 버는 디자이너이자 직장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첫 회사에서 디자인 실무를 어느 정도 익혀갈 무렵,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경험을 겪었고 나로서는 도저히
회사를 더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무섭고, 어이없었던 일을 겪었다.
그래서 나는 6개월이 돼갈 때쯤, 퇴사를 했다. 그 회사에서 경험한 황당한 일 때문에
회사 대표와 더 안 좋게 끝났다.
그렇게 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채 마무리되었다.
누가 그랬던가? 첫 직장은 못해도 1년은 꼭 있어야 된다고
그렇게 해오는 사람도 많았고 말이다.
일반 사람들처럼 나는 그 법칙을 못 지킨 것이 너무 싫었고,
후회될 때가 정말 많았다.
첫 직장 1년을 채우면 두 번째 직장은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경력을 쌓아갈 수 있었을 텐데..
이미 퇴사한 것을 돌릴 수도 없고, 후회해봤자 상실감만 더 커졌다.
그냥 받아들이게 됐다.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때의 나를, 그리고
이후의 다사다난했던 취업과, 이직의 반복 생활들을 조심스럽게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