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 번째 직장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때의 그날들

by 이경



2012년 겨울, 이번에는 인쇄/출력 광고, 편집, 등의 업무를 하며

다양한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는 광고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 위로는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디자이너 선배가 계셨었는데

좀 차갑고 무뚝뚝해 보이셨지만 일을 가르쳐 주실 때는 꽤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려 하셨던 실력자셨고


회사에는 또 인쇄와 출력을 같이 하는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현수막 출력부터, 타공 (현수막이 나오면 줄을 걸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주는 것)

을 전부 다 수작업으로 진행했는데 이일도

사이드로 맡게 된다

나는 디자인 업무만 하고 싶은데, 왜 자꾸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는 건가 하는 마음에 불만이 또 쌓여갔다.

직접 내가 한 디자인을 출력해서 현장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성취감도 있고 너무 좋았지만

기타 출력 후 후가공을 하는 작업은 너무 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이번 회사에서 직원들과 사이도 그렇게 친밀하지 못했다.


직원들은 주로 중년 남성분들이었는데, 그들끼리는 서로 알고 지낸 사이라 친했었고


여자 직원은 나 혼자였다. 몇 개월이 흐르고 나서도 우리는 서로 일 적으로만 이야기를 하고


그 이외에는 별로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관계에서 오는 서먹함이 나는 좀 힘들었다

사람들이랑 좀 친해져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바람과는 다르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던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몰랐던 사회생활 초년생 시기


누가 먼저 내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줬더라면, 내가 더 많은 노력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근무시간도 힘겨운데, 주말 근무에 야근이라도 생기면 정말 짜증이 무척이나 났다.


그러던 어느 날 현수막 완성본을 기계에서 뽑아 재단하던 과정 중

칼날에 손이 베어 서둘러 병원에 가보니 조금 더 베었더라면 꿰매야 했을 것이라는 진단을 듣고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며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함께 복합적으로

복받쳐 오르며 눈물이 또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손 다치고 난 이후로 모든 일이 하기 싫어졌고

그렇게 삼 개월 만에 세 번째 직장을 퇴사하게 됐다.


이때부터는 내가 너무 직장을 자주 그만두게 되는 것을 느끼고

경력이 엉망이 되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 회사 말고도 좋은 회사들 많을 거야!"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거침없이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가 많더라도 나를 뽑아주려는 좋은 회사는

많이 없다는 것도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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