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때문에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면 동료와는 사무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을 본 적이 있다. 영혼이 탈탈 털릴 정도로 인간관계에 치이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다. 나도 한창 동료와의 불화로 힘들 때 저 조언을 보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되지 않았다. 아니 견디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좀 더 편하게 마음을 터놓거나 의지할 수 있는 가까운 동료 없이는 숨이 너무 막혀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집단 안에서의 고립감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회사라는 위험하고 고독한 공간에서 가깝게 지내는 사람 하나 없이 지낸다는 것은 너무나도 외로운 일이다. 그 외로움을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관계의 파국을 감수하고서라도 파장이 맞는 동료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살다 보면 정말로 마음이 맞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회사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동료들과 사무적인 거리 이상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더 마음 편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그런 회사를 다녔던 적이 있고 그런 자세를 취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끝내 버티지 못했다. 외로움과 고립감을 견딜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 결국 비상 퇴사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다행히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까운 동료가 꽤 있다. 일하다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미어캣처럼 사무실을 돌아보면 친한 동료의 자리들이 눈에 확 띈다. 상사에게 깨졌을 때는 저 동료에게, 업무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는 저 동료에게, 오타쿠 토크를 하고 싶을 때는 저 동료에게처럼 다 각자 의지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에 1등으로 출근하는 날에는 친한 동료 자리에 몰래 맛있는 거 놔둔다. 뒤늦게 출근한 동료가 이거 누가 놔둔 건지 아냐고 물으면 네? 모르겠는데요? 하고 시치미 떼면서 돌아서서 키득키득 웃는다.
내가 이 회사를 영원히 계속 다닐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 어떤 이유로 회사를 옮기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옮긴 곳에서도 나는 적극적으로 가까운 동료를 만들 것이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버텨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