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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환 Aug 31. 2022

행복의 풍경

오전 11:55까지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난다.

잠이 덜 깨 멍한 정신으로 잠시 침대에 기대 앉아 있는다.


부엌으로 비척비척 걸어가서 로스팅 한 지 2주가 지나지 않은 신선한 원두를 꺼낸다.

물 주전자를 가스렌지 위에 올린 후 원두를 간다.

서버 위에 드리퍼를 올리고 여과지를 장착한다.

물이 끓으면 80도 정도 까지 떨어지도록 적당히 식힌 후 커피를 내린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한다.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집으려던 손을 거두어 들이고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만 마신다.

커피가 식으면 전날 보던 책을 펼쳐서 몇 십 페이지 정도 읽어본다.


그쯤 되면 배가 고파진다.

계란과 베이컨을 구워 식빵 위에 올리고 싱싱한 양상추와 토마토를 얹어서 먹는다.


식사를 마치면 휴대폰을 쥐고 SNS 순찰을 돈다.

한바퀴 순찰을 돌고 나면 뭔가 재미있는 걸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넷플릭스를 켜서 보고 있던 드라마나 취향인 영화를 튼다.

한 편 다 보고 나면 피곤하고 졸리다.

거실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온 햇볕에 눈이 자꾸 감긴다.

그대로 낮잠을 잔다.


낮잠을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난 후 씻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카페에 간다.

커피를 시키면서 조각 케익도 하나 주문한다.

가지고 나온 책을 조금 읽다가 카페에 나온 김에 글도 한 편 쓴다.

글감은 딱히 정하지 않고 그냥 제일 처음 머리에 떠오르는 것에 대해 쓴다.

연필을 쥐고 노트 위에 천천히 시간을 들여 느긋하게 쓴다.


그쯤 되면 슬슬 해가 떨어져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봐 온다.

쌀밥에 소고기 육수로 끓인 국을 곁들여 특별하지 않지만 질리지도 않는 저녁을 먹는다.

식사가 끝나자 마자 설거지를 한다.

곧바로 샤워를 한다.


깨끗하게 씻고 돌아와 상쾌해진 기분으로 즐기는 게임을 켠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즐긴다.

그러다 피로감이 몰려오면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누운 채로 생각한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아무 일정도 없는 휴일이라는 것을 되새긴다.

내일도 늦잠을 자도 되는 날이다.


느리고 깊은 숨을 내쉰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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