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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환 Aug 11. 2023

건강하세요 라는 인사

‘건강하세요.’는 편지나 메일이나 메신저 안부 인사 끝에 붙이는 대표적인 관용구이다. 나는 어렸을 때 이 표현을 싫어했다. 꿈이나 인생의 목표나 자아실현 같은 근사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건강같이 무미건조하고 심심한 것을 비는 거냐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무렵 맺음 인사는 일부러 건강과 관련된 언급을 피하고 다른 것을 빌며 마쳤다.

그러다 나이를 좀 먹자 항상 웃으며 얘기하던 옆자리 동료가 갑자기 쓰러져서 입원을 하거나, 입원해서 영영 퇴원을 못 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멀쩡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수술을 하고 회복할 때까지 고생하는 일이 생겼다.

육체적 고통 앞에서 정신이란 정말 나약한 존재다.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슬픔도 절망도 지금 당장 직면한 육체적 고통 앞에서는 사소한 일이 되고 만다. 평소 기쁨을 주던 정신적 활동도 모든 의미를 잃는다. 몸이 아프면 삶이 정지된다.

이런 일들을 겪은 후 나는 편지나 메일이나 메신저 안부 인사 끝에 항상 ‘건강하세요.’를 붙이게 되었다. 다른 가치 있고 중요한 것들을 기원해야 해서 자리가 부족할 때에도 억지로 추신을 밀어 넣어서 항상 ‘건강하세요.’를 붙인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건강하세요.’는 기계적인 관용구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거라서 단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진심을 다해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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