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피는 마음이 담긴 식사
예전에 불면증에 시달리던 무렵의 일이다. 그날은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눈이 떠져버렸다. 피곤했지만 할 수 없이 그대로 일어나 씻고 옷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마침 그날은 엄청나게 처리하기 싫은 업무가 기다리고 있는 날이 었기에 회사 가는 것이 평소보다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상태 그대로 식탁 의자에 앉았다. 처음에는 잠시 앉아서 쉬다가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하면서 한 시간 이상을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앉아 있어버렸다.
출근 시간이 나보다 늦은 아내가 뒤늦게 깨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멘 채로 식탁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는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 상황을 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대로 있으면 더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냥 웃으면서, ‘아침에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맛없는 김밥 먹는 게 너무 싫어서 이러고 있다’고 대 답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아무 말 없이 냉장고를 열고 반찬통을 꺼내 도시락을 싸더니,
“됐어?”
하면서 건네주었다. 그래서 그날은 그 도시락을 들고 그냥 출근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얼마간 아내가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주었다. 매일 김밥만 먹다 가 도시락을 먹으니 몹시 맛있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한 열흘째쯤 되는 날이었는데 아내가 그날은 늦잠을 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를 깨우면서 “오늘은 도시락 안 싸줘?” 하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내는 엄청 피곤한 표정으로,
“으으… 오늘은 못 싸겠다… 그냥 회사 가지 마…”
라고 대답했다. 이젠 도시락 쌀 일도 없지만 그때 그 며칠간 아내가 도시락을 싸줬던 일에 대해서는 몹시 고맙게 생각한다. 그 타이밍에 아내가 도시락을 싸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때 틀림없이 회사를 그만두었 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