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에 가까운 정서
처음 회사원이 되었을 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줄기차게 맞이해야만 했다.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당혹스러운 어려움 중 하나는 회식 후 혼자 귀가하는 길에 느껴지는 외로움이었다.
바쁘게 굴러가는 회사에 섞여 돌아가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새조차 없었는데 이상하게 회식을 마치고 혼자서 돌아가는 길은 그렇게도 외롭고 쓸쓸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왁자지껄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순간적으로 혼자가 되어 그런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그것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식 후 귀갓길에 느껴지는 외로움의 원인은 이 집단에 내가 정상적으로 제대로 소속되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저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그것은 나만의 착각인 건 아닐까.
이 집단에서 나만 겉돌고 있는 건 아닌가.
집단에 정상적으로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기분 나쁜 낙오에 대한 사고를 정신없이 이어가다,결국 매번 외로움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고 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는 없었다. 안다고 해서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도 이런 회식 후 귀갓길의 외로움은 몇 번이나 나를 찾아와 마음을 힘들게 하였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연차를 더 쌓아나가면서 친했던 동료와 연락이 끊기고, 싫어했던 동료와 다시 인연이 닿고, 견고한 성이라고 생각했던 팀은 산산조각이 나고, 내가 하는 일은 항상 똑같은데도 가는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우수한 사원이 되었다가 무능한 사원이 되기를 반복하고, 이런 롤러코스터를 계속 타다 보니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내가 애쓴다고 내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모든 것에서부터 마음을 놓고 집단 소속감에 대한 불안으로부터도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이렇게 해도 안 되는 것들은
어쩔 수 없는 거라는,
반쯤은 체념에 가까운 정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회식 후 귀갓길에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회식 후 귀갓길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자신을 처음 자각한 순간, ‘이것이 혹시 소위 말하는 어른의 강함이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체념하고 무뎌지는 것이 강해지는 것이라면 어른의 강함이라는 것은 분명 유용하지만 그렇게까지 멋지고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