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다양한 해답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내 연애 역사에서 연애를 시작했다가 실패한 경험보다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한 경험이 훨씬 더 많다. 어떤 성장 경험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아이들 집단에 같이 어울리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고(오히려 좋았음) 그 스탠스가 성인으로 공식 인정받을 수 있는 날까지 이어져 스무 살이 넘어서도 별로 어렵지 않게 어른인 여자 사람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스스로 연애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근거 없는 예상과는 상반되게 내 앞에 닥친 연애 현실은 대단히 가혹했다. 고백하는 즉시 바로 다 차였기 때문이다. 그냥 얼굴 두세 번 본 상태에서 고백한 게 아니라, 충분히 가깝고 친해진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거절하는 이유는 대부분 ‘남자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외모나 성격이 마음에 안드는데 솔직하게 얘기하면 상처받을 것 같아서 저렇게 둘러서 얘기하나 싶었는데 거절당할 때마다 항상 저 이유가 나오니까 진지하게 ‘내 남성성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보통 남자들보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라 수다 파티에 잘 낀다는 부분이 좀 걸렸지만, 단지 그 이유로 고백한 상대가 내 손과 뺨을 어루만지며 “너랑은 조금의 거부감도 없이 스킨십 할 수 있어. 그런데 두근거린다거나 하는 이성에 대한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라고 대답하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했으나 “그래, 네가 좀 남자다운 면이 없긴 하지” 같은 애매한 대답만 돌아왔고(그건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잖아) 나는 내 남성성 결함의 명확한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채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는 연애를 반복하다, 슬슬 사실 연애를 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거라고 생각하며 연애를 포기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해결책은 의외의 방향에서 나타났다. 그 남자답지 않은 부분을 좋아해주는 여자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장기 연애를 하다가 결혼하게 되어 겨우 더 이상 연애 문제로 고민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아직도 여전히 그 남자답지 않은 원인의 요체는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해결 방법도 있으니 만약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