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시간들
내가 밤을 무서워하기 시작한 것은 이십 대가 되어 혼자 생활을 꾸려나가기 시작했을 무렵부터이다. 한 줌도 안 되는 재능과 능력으로 아무런 경험도 없이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는 세상으로 뛰어드는 것은, 마치 얇은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맨손으로 야수와 독충이 우글대는 정글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당연히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고, 돈을 버는 일은 쉽지 않았으며 매일매일 생존을 걱정 해야 했다. 그런 걱정과 불안으로 마음이 가득 찬 날에는 밤이 오는 것이 유독 무서웠다.
해가 떨어지고, 캄캄한 어둠이 깔리면서 그 적막하고 시야가 좁아지는 감각적 경험이 시커먼 물줄기가 되어 밀려와 좁디좁은 원룸을 가득 채웠다. 까치 발을 딛고 서서 순식간에 목덜미까지 차오른 시커먼 물을 꼴깍꼴깍 삼키며 오늘은 또 이 밑도 끝도 없이 절망만으로 가득 찬 밤의 강을 어떻게 건너나, 오늘도 무사히 건널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아침이 올 때까지 버텼다.
그 당시의 경험이 강하게 각인된 탓인지 나는 힘들 게 지나온 과거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밤을 건넜다’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SNS에 짧은 글을 남길 때도, 일기를 쓸 때도, 회사에서 업무용 글을 쓸 때 도 습관적으로 계속 사용한다.
중복 표현을 좀 과도 하게 사용하는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다른 표현을 써보려고 노력해봤지만 결국 더 나은 표현을 찾지 못해서 항상 밤을 건넜다, 밤을 건넌다, 밤을 건너야 한다고 쓰고 만다. 적어도 내 삶의 세계관 안에서는 그 위태롭고 막막한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더 나은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