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하는 젊은 직장인도,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어르신들도 피곤한 시간. 낮이나 저녁과는 다르게 이야기하거나 통화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요한 아침 공기를 싣고 달리는 지하철 속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거나 잔잔한 진동과 철길을 달리는 소음을 베개 삼아 단잠을 자곤 한다.
나는 아침부터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는 편이었다. 간밤 동안 있었던 여러 뉴스와 시장의 움직임, 요일별로 업데이트되는 웹툰, 관심 있는 스포츠의 경기 결과와 하이라이트까지
영상을 보다 간혹 나오는 검은 화면에 비친 나를 보며 이 정도면 스마트폰 중독인가 생각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서 위안을 얻곤 한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그래도 하루의 시작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하나 챙겼다. 종종 전자책도 읽긴 하지만 이런저런 알림의 유혹에 휘둘리기 십상이니 종이책으로 준비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었고, 하루 중 책이 가장 잘 읽히는 때는 잠들기 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출근길로 바뀌었다.
지하철에 자리가 있을 때는 편히 앉아서 책을 읽지만, 자리가 없다면 멀찍이 떨어져 출입문 주변으로 간다.
괜스레 앞에서 엉덩이를 들썩이거나 가방 지퍼를 여닫는 사람들이 혹여나 일어날까 곁눈질로 보였고, 이런저런 잡념에 으레 집중력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내릴 것처럼 준비하다가 내리지 않는 사람을 보면 괜스레 얄미운 마음이 드는 것이 정상일까 하는.
책을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해 있다.
출발 전 미리 목적지를 설정해 두고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하차하기 1 정거장 전에 미리 알려주곤 한다.
책을 읽을 땐 또렷하게 보였던 글자와 문장들은 책을 덮고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이내 잔상처럼 희미해진다.
뒤돌아서면 ‘무엇을 읽었었더라’고 생각하는 내가 어이없다가도
그래도 다시금 오래된 책을 꺼내게 만들어주는 망각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