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했던 서울살이가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처음 서울에 살았을 때는 꽤 자주 고향에 내려갔었는데 지금은 바쁜 일정 탓인지 나의 게으름 때문인지 그 빈도가 많이 줄었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하는 길.
문득 엄마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지나가던 길에 봤던 꽃집이 떠올랐고 기차를 타기 전 예약한 꽃다발을 찾으러 갔다.
꽃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평소 잘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크게 담고 싶었던 것일까.
요청 사항에 색은 상관없으니 풍성해 보였으면 한다고 적어두었다.
도착하여 예상보다 훨씬 잘 만들어진 꽃다발의 향을 맡아보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엄마는 꽃을 좋아한다.
여느 부모님들이 그렇듯,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배경 사진엔 유난히 꽃이 많다.
‘내가 꽃을 사드린 기억이 있었던가?’
나보다 세심한 누나와 함께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나 엄마의 생신 축하 선물을 준비했을 때 같이 드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누나가 결혼을 한 뒤로는 각자 선물을 준비하다 보니 내가 꽃을 사서 드린 기억은 없었다.
꽃을 좋아하시는지 알면서도 선물해 드리지 못했던 것은 가까이 있기에 익숙해진 탓일까.
‘다 내가 무심한 탓이지’
기차에 오르니 생각보다 후덥지근했다. 발밑으로는 히터가 나와 추위에 얼어있던 몸을 녹여주었다.
짐칸에 뉘어 놓자니 물이 샐 것만 같고, 바닥에 두자니 히터에 꽃이 마를까
조심스레 창가에 올려두고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할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고향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내가 다시 올라갈 때 챙겨 줄 반찬거리를 만들고 계셨다.
현관문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인사하러 온 엄마에게 멋쩍게 꽃을 건넸다.
무슨 꽃이냐며, 나 주려고 사 온 거냐고, 요즘 꽃 비싸지 않냐는 둥 놀란 기색이었다.
무슨 꽃이냐고 묻는 말에 꽃 이름은 잘 모른다고 대답하니
그것도 모르고 사 왔냐고 핀잔을 주는 엄마의 얼굴에는 들고 있는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가 번져갔다.
저녁에는 할머니를 뵈러 나왔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한테 꽃을 사주었냐며, 너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엄마한테 잔소리를 실컷 들었다는 것이다.
“아들도 꽃을 사 오는데 당신은 왜 빈손이야?”라고 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하셨다.
그래도 “아들, 기특하네, 고마워”라고, 말하는 아빠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다.
집에 돌아와 보니 꽃병에 꽃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은은히 퍼지는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며
한 떨기 꽃으로 엄마의 청춘을 보답할 순 없겠지만
잊고 있던 앳된 미소를 볼 수 있으니 종종 꽃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