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어느 날

by 김영빈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 묻는다면

주저 없이 겨울이 좋다고 답하겠다.

한겨울에 묻는다면 3초 정도 망설일지도 모른다.


상시 높은 습도에 몸도 마음도 기분도 꿉꿉해진다.

인고의 기다림 끝에 시원한 지하철에 몸을 실을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갈증의 해소란 이런 것일지 새삼 느낀다.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 안엔 항상 우산이자 양산이 있다.

수백억을 호가하는 슈퍼컴퓨터가 예측하지 못하는 소나기를 위함이기도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빛을 피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비 오는 날의 대중교통엔

젖은 우산을 휘날리며 걷는 이들이 보인다.

마치 무기처럼 타인에게 이리저리 물기를 묻히는 부조리함을 보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와서

쿨링 샴푸와 쿨링 바디워시를 쓰면서

정작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나 또한

그리 정상적이진 않은 것 같다.


여름의 좋은 점을 굳이 뽑아보자면

감정이 다채로워진달까.


5년을 기다렸음에도 오락가락하는 온도 탓에 금방 죽어버린 매미를 보며 측은함을 느끼며

복층으로 이사 온 탓에 천장에 있는 모기를 잡지 못할 때 무력함을 느끼고

비 오는 날 장화를 신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의 그리움을 느낀다.


근심 없어 보이는 표정의 아이들에게도 저마다 나름의 고민이 있겠지.


더위에 찌든 탓에 출퇴근길의 직장인들은 하나같이 찡그리거나 무표정이다.

그래도 출근해서 동료들과 하는 하루 중 가장 심도 있는 고민 중 하나가 점심 메뉴 선택이란 걸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언뜻 무거워 보이는 표정의 어른들을 아이들이 조금은 귀여워해 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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