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는 언제나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다. 명절뿐 아니고 거의 365일 중 300일은 온 가족이 모여 있었다. 나에게는 3명의 삼촌, 2명의 숙모, 이모와 이모부, 6명의 사촌동생들이 있었는데 이 모든 식구가 모여 돌아가며 식사하고 간식 먹고 그냥 같이 있었다. 이 많은 식구들이 먹을 식사를 물론 숙모들이 거들어주셨으나 할머니께서 거의 모든 준비를 손수 하셨다는 게 지금 생각하니 정말 놀랍다. 내 기억 속 할머니는 우리 식구 먹는 거 준비하시면서 힘들다고 하신 적이 없다. 그냥 언제나 조용히 가족들을 챙겨주셨다. 생각하보니 이렇게 할머니의 희생과 사랑 덕분에 우리 가족은 늘 그렇게 모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북적북적한 곳에서 가족들과 있던 것이 익숙했던 나는 결혼해서 처음 시댁에서 직계가족끼리만 명절 보낼 때 너무 조용해서 이상했다. 친척들끼리 이리 모여 뭐 딱히 함께 한다기보다 그냥 서로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누며 맛있는 음식 먹는 그 시간이 난 익숙하고 편안한데 신랑은 그런 적이 별로 없어 많은 가족이 모여 시끌시끌한 우리 우리 할머니집이 어색했고 힘들었다고 했다. ㅎㅎ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예전처럼 온 가족이 모이지 않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너무 허전하고 슬펐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추석연휴에는 괜스레 더 복잡한 명동에 신랑과 아이를 데려가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또 이렇게 단촐하게 직계가족끼리만 명절 보내는 것도 익숙해졌다. 그래도 그 북적북적한 할머니집이 문득 그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