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

by 여운


나는 어린 시절, 외갓집 사촌동생들과 거의 함께 살다시피 지내며 자라왔다. 같은 집에서 태어난 형제는 아니었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보내고, 같은 공간에서 웃고 싸우며 시간을 쌓아갔다. 이제는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생기면서 예전처럼 늘 곁에 붙어 지내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자주 만나고, 서로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나눈다. 요즘 같은 개인주의 시대를 생각하면, 어쩌면 조금은 특별한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나는 실제로는 외동이지만, 스스로를 외동이라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늘 내 곁에는 사촌동생들이 있었고, 모든 순간이 즐겁지만은 않았더라도 ‘함께 있음’ 그 자체가 나를 외롭지 않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건 꼭 같은 집에서 태어난 사람들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산소를 다 같이 다녀왔는데, 우리가 이렇게 함께 모여 온 모습을 보시고 분명 흐뭇해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훈한 마음으로 집으로 오면서 생각했다. 가장 큰 맏이인 내가 잘해야 계속 이렇게 모일 수 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누가 말해준 적도, 정해진 역할도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책임감이었다. 때로는 그 무게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내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내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