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 새로 조인한 General Counsel가 상해 출장 중에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을 듣고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외국에서는 학벌에 대한 질문이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했기에, 그의 질문이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가 진행되면서 나는 그의 질문이 단순한 개인적 호기심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될 외국인 직원의 교육 배경을 파악하기 위한 업무 관련 정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졸업한 로스쿨이 미국에는 없지만, 미국 로스쿨과 유사한 커리큘럼을 가진 한국의 학교라는 점을 설명했다. 처음 듣는 학교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 그는 나중에 바시험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듣고 싶어 했다.
“Impressive!”
그는 한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가 된 내 경력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연신 이 말을 반복했다. '인상적'이라는 피드백과 그 대화 당시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지나쳤다. 그러나 다른 동료 중 미국 명문 로스쿨 졸업생이 출신 대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의 반응을 보고, 나는 참 순진했구나 싶었다. 공교롭게도 그 동료가 졸업한 학교가 General Counsel의 모교였는데, 둘이 한참을 학교 이야기를 하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이 끼어들기 어려운 대화로 이어졌다. 나는 이러한 동료애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학연주의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문득 미국 백인 사회에도 학연주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실 외국인들은 학벌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아주 특별한 경력이 없으면 서류 전형부터 통과하기 어려우며, 출신 대학을 포함한 개인의 배경에 대한 인식은 한국 못지않게 미국 사회에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나의 출신 학교가 부끄럽지는 않지만, 상사가 기대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고, 더불어 추가적인 설명 없이 학교 이름만 대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동료가 부러웠다. 결국 그날 나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유지하며 출장 일정을 소화하려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얽혔다.
이 경험을 통해 미국 기업 문화에서 학벌과 경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실제로 회사에서는 학벌을 통해 평가되었고, 이는 미국 명문 대학교를 졸업한 동료와 내가 하는 일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학벌은 과연 실력과 능력을 가늠하는 실질적인 지표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스스로에게 해보아야 할 것이다. 명문대를 나와도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미국 대학의 경우, 이름이 알려진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의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능력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학벌도 능력이고 배경”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명문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토종 한국인으로서, 미국의 학벌 중심 문화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미팅 중 하고 싶은 말을 자신감 부족이나 영어 때문에 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고, 워크숍에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다가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배운 것은, 결국 중요한 것은 버티고 나만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잘하지 못해도, 한국어는 나만큼 잘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만의 강점과 실력을 쌓아가니, 주요 업무도 주어지게 된다. 학벌이라는 배경이 없다면 어떻게 그 벽을 넘을 건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