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외국인과 일할 때도 라포(rapport)가 답

Feat. 인도인과의 성공적인 라포 형성법

by 리걸노마드


처음 인도인 매니저와 통화했을 때의 이야기다. 아이리쉬 매니저에서 인도인 매니저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첫 만남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요즘 한국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등 일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질문을 한참 동안 이어갔다. 매니저의 질문이니 최대한 성의껏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언제 본론으로 들어가나 기다렸다. 드디어 그가 나에게 질문이 있냐고 묻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매니저 변경과 관련된 회사 지침이 바뀌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하지만 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없었고, 다시 일과 무관한 이야기로 대화가 흘러갔다.


...


"뭐지?"


통화가 끝나기 전, 그가 또다시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냐고 물었다. 이번에는 앞으로 맡게 될 업무와 그가 매니저로서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똑같았다. 명확한 답변은 없었고, 대화는 또다시 일과는 무관한 이야기기 이어졌다. 결국 "잘 지내다 또 통화하자"는 말과 함께 통화는 끝이 났었다.



문제는 그 후 몇 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 없이 혼자 끙끙대며 진행하긴 했지만, 결국 매니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분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한국 영업 계약서를 리뷰하고 내가 단독으로 승인할 수 없는 구조였는데, 표준 계약서라 문제없다고 설명해도 (나중에는 전체 계약서를 영어로 번역해서 첨부했는데도) 인도인 매니저는 승인을 제때 하지 않았다. 그가 승인을 미루면 한국팀에서는 내가 지연시킨다고 생각해 컴플레인을 하곤 했고, 매니저와 로컬팀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나는 한국팀 계약서 검토에 대해 나에게 승인권을 주든지, 아니면 계약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니저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을 명확히 하든지, 뭔가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문제들이 반복될 것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힘들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예상대로(?) 문제의 본질보다는 다른 이야기 (예: 한국 팀 분위기 등)와 관련된 대화가 흐르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고, 나는 이 논의 이후로 거의 포기한 상태가 되었다. 더 이상 매니저와의 소통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 그 인도인 매니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동안 고민했던 문제들이 한순간에 해결되는 기적을 경험했다. 직접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며칠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먼저 업무상의 애로사항을 꺼냈다. 그는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알고 있다며, 이를 이렇게 해결하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제야 비로소 일이 풀리기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후 매니저와의 일은 너무나도 쉽게 풀렸다. 그와의 직접적인 소통 덕분이었는지 이전에 쌓였던 문제들이 순식간에 해결되었고, 이후 업무는 한층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외국인과 일할 때도 라포 형성은 무조건 필수라는 점이다. 특히 인도인과의 관계에서는 개인적인 관계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보여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면 덜 고생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외국인들에게는 개인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문화마다 개인적인 경계와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접근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따라서 각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적절한 선에서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라포 형성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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