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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샬럿 May 15. 2024

나의 일상을 채운 누군가의 마음

당신의 생일 선물이 나의 일상이 되는 과정


매년 5월이 되면 집 안에 새로운 아이템들이 많이 생긴다. 친구들이 5월 초 내 생일 앞뒤로 보내주는 선물들이 차곡차곡 하나씩 집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날 잘 아는 사람들이 보내주는 선물들이라 대부분 내 평소 취향과 취미에 꼭 맞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생각지도 못한 – 평소에 사볼 생각도 못한 아이템들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도착한 선물이 내게 익숙하든 낯설든지간에 나를 위해 잠시나마 (혹은 꽤 오래?) 시간을 내어 고민하고 보내주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매번 좋아진다.



한바탕 선물을 다 뜯어서 정리하고 제 자리에 배치하고 나면 나의 일상은 한결 리프레시 된다. 어쩌다 써봤는데 향이 너무 좋아서 선물해주고 싶었다는 사쉐는 내 침실에 걸어 놓아보고, 마침 똑 떨어져 새로 사야했던 핸드 워시도 처음 써보는, 선물받은 브랜드로 바꾼다. 평소엔 살 생각도 못했던 분홍 색깔의 새로 받은 캡모자를 쓰고 운동을 가고(꽤 귀여운데?), 귀여운 새 골프공 세트와 새 네임택을 달고 라운딩 가방을 챙긴다. (단, 공은 바로 잃어버릴 가능성이 꽤 높음)


어느 날은 누군가 몸보신하라며 한우 세트를 보내준 덕에 점심부터 갈비살을 구워 포식을 하고, 후식으로는 잘 익은 무지개 망고를 하나 까먹는다. (천국!) 침실 정리를 할 땐 선물받은 필로우 스프레이를 뿌려보고, 일어나서는 향이 너무 좋은 바샤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발리에서 탄 피부 관리하라고 보내준 마스크팩 세트를 하나 까서 사용한다.



이렇게 새삼 생각해보니 나의 일상 곳곳에는 지금까지 내 생일날 받았었던, 누군가가 날 생각하고 선물해 줬던 선물이 자리해 있다. 내가 젤 좋아하는 새우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 담아 먹는 주황색 그릇, 요가하러 갈 때 입는 엄청 편한 크롭탑, 와인 딸 때 사용하는 전자동 오프너, 맥주 마실 때 꼭 쓰는 젤 좋아하는 컵, 잠옷, 퍼퓸 솝, 손에 잡히는 곳에 있는 책들, 여행 갈 때 꼭 챙기는 영양제들, 햇빛에 뛰어놀고 나면 발라주는 쿨링 젤 화장품 세트, 왠지 혼자 술 마시고 싶을 때 따는 와인 그리고 좋은 날에 맘먹고 까고 싶은 와인, 앉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랑말랑한 방석, 화병, 맡으면 기분 좋아지는 핸드크림, 쿠키, 바디로션, 립스틱, 괄사와 바디오일, 수영복, 속옷(?), 언제든 길 가다가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있는 카페의 커피 한 잔에까지도 - 시간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축하하는 마음이 여전히 고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는 새 내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던 건 누군가의 마음이었구나.



그걸 깨닫으니 괜히 마음이 일렁거린다.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비싸지 않더라도 단단하게 내 일상의 조각을 책임져주고 있는 수많은 선물들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걸 내게 보내준 사람들을 한 번 떠올려보면 - 여전히 자주 연락을 해서 요즘 어떤지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다소 뜸해져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친구도 있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잘 지내고 곧 다시 볼 일이 있었음 좋겠다- 하며 다소 늦은 생일 소원을 비로소 빈다.


이번 해에는 해외에 있어서 예전만큼 요란스럽게 생일을 보내지도 않았고, 막상 내 자신도 정신이 없어 생일인지도 잘 모르고 지나갈 뻔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내게 축하의 메시지와 마음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또 한 번 일상을 리프레시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알까, 생일 축하한다는 그리 길지 않은 메시지가 나를 일년 동안 또 살아가게 만드는 잔잔한 물결이 된다는 걸.


나의 일상을 책임져줘서 고맙다고 중얼거려본다. 선물해준 것들 소중하게 잘 쓸게. 전해준 축하의 마음 잘 간직할게. 일상적인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게. 마음으로 축하해줘서 고마워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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