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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래불사춘 Oct 04. 2021

전원주택의 단점들, 맞긴 맞는데요..

직접 살아보니 이렇습니다.


춘천으로 이사 오면서 집을 구할 때 고민했던 것은 아파트에 살 것이냐 주택에 살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아파트에 오래 살아봤으니 주택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물론 아내 직장까지의 거리, 아이들이 배정받을 학교, 그리고 생활의 편의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이왕 이사오는데 주택을 선택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었고 결국 그대로 실현이 되었다.


선택과 결정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주택에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무것도 모를 때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주택의 삶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극구 만류하는 내용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 절대로 살지 마라'와 같은 무턱대고 윽박지르는 것들도 많았고 '전원주택 살아보니 후회하는 것들'처럼 은근히 겁을 주는 콘텐츠도 쉽게 눈에 띄었다. 그런 내용의 영상이나 글을 읽어보면 대부분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들이 비슷했다. 이사 오기 전 걱정했던 부분들이 직접 살아보니 맞는 부분도,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었는데 하나하나 경험으로 짚어보면,


주택은 한번 사면 매매가 어렵다.


이건 100프로 맞는 말이다. 물론 주택도 거래의 대상이라 가격을 조정하면 아예 안 팔린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는 수요량이 적고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다. 그래서 우리처럼 매매가 아닌 임대로 들어가서 먼저 경험해 보라는 조언이 많았다. 주택의 임대매물은 찾기 어렵긴 하지만 오랜 시간 관찰하면 안전하게 나오는 매물이 있으니 그런 집들을 골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주택은 잔디 깎기 등 관리가 어렵다.


면적과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우리 집은 대지 150평에 건축 연면적이 37, 38평 정도인데 마당이 아주 큰 집은 힘들겠지만 여름이 지나는 동안 잔디는 두 번 깎았고 뒷마당의 잡초는 주기적으로 제거해주었지만 관리가 힘들어 주택에 살기 힘들다는 말은 그리 와닿지 않는다. 보일러, 누수, 설비 문제 등은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집이라 발생하지 않았다. 주택의 규모와 연식에 따라 관리의 문제는 다를  것이다.


난방비가 많이 든다.


대부분 주택들이 LPG가스로 난방을 한다. 건물 외부에 가스탱크가 있고 주기적으로 가스회사에서 보충을 한다. 난방비는 집집마다 단열 상황이나 사용습관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우리 집의 경우 평소 20도 정도로 맞춰 놓고 생활하니 30만 원이 넘는 경우는 없었다. 물론 큰 금액이긴 하나 아파트의 연평균 기본 관리비를 생각하면 주택의 난방에 소요되는 금액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벌레가 많다.


가을에 접어든 지금 지난 여름을 돌아보면 집 바로 뒤에 낮은 야산이 있어서 모기가 확실히 많았다. 주로 아이들이 밖에서 정신없이 놀고 있을 때 물어뜯기기 십상이었다. 당연히 모기 외에 나방도 제법 있었고 가끔 사마귀는 한두번 보았다. 그외 인지도가 낮은 벌레들이 출몰하기도 했다. 집 안에서는 지네가 많이 나왔다. 어디를 통해 들어오는지 알 수도 없게 2~3주 정도 매일 한두 마리씩 기어 나오는 게 눈에 띄었고 그때마다 손에 잡히는 곳에 구비해둔 살충제로 사살의 과정을 겪었다. 벌레가 많긴 했지만 아파트와 비교해 못 견딜 정도였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딸아이의 말처럼 벌레도 자연의 일부라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벌레 때문에 주택살이를 포기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뱀이 나왔다면 또 다르겠지만)


시내와 거리가 있어 배달음식을 못 먹는다


이건 100% 위치 by 위치인데 우리 집의 경우 피자, 치킨, 중국집, 횟집, 닭갈비 등등 모든 음식을 배달시키는데 문제가 없었다. 손님을 맞을 때도 주로 배달을 시켰다. 여기까지 배달이 되냐는 질문을 받을 때는 의기양양하게 시내보다 더 가깝다는 얘기도 많이 했다. 다만 이 문제는 실제 외딴곳에 나 홀로 주택도 많고 그런 곳은 배달이 안 되는 곳이 많으니 단정 지을 수 없다.


그 외의 단점을 굳이 들자면 지하주차장이 없고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할 수 없어 마트나 편의점에 가지 못한다는 정도인데 지하주차장이 없는 대신 현관문 열고 몇 발짝 앞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냉장고의 상당 부분을 알코올 위주로 미리미리 채워 쟁여 놓으면 급하게 마트 갈 일도 별로 없다.


아직은 한겨울을 나지는 않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제설작업과 눈길에 언덕을 차로 오르내리는 문제 등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택살이에 대해 우리 네 식구는 지금까지는 90% 이상의 만족감을 가지고 있다. 어떤 단점이든 크게 보기 시작하면 인생에서 자연과 바람과 공기가 가지는 의미, 집을 바라보는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삶을 그리 추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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