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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Apr 10. 2019

chapter 3. 막내작가 동료를 만나다

나를 가장 이해해주는 사람

1. 막내작가로 모인 사람들


처음 일하던 방송사에는 작가실이 따로 있었다. 보통은 팀끼리 작업하는 곳이 많은데, 여기는 워낙 협소하다 보니 작가들을 한 장소에 모아놨다.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모여있다 보니 막내 작가 업무도 조금씩 달랐다. 나의 경우 프리뷰, 예고편, 보도기사를 주로 하는 반면에 다른 팀은 섭외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짧은 VCR(방송 중간에 들어가는 영상)을 쓰는 작가도 있었다. 성격도 참 다양했다. 나와 비슷하게 낯을 가리는 사람도 있었고, 고민 상담을 하면 시원하게 욕을 해주는 작가도 있었다. 욕을 들을 때마다 속이 참 시원하게 뚫렸다.


막내작가 동료들이 생기면 좋은 점이 많다. 우선 나의 상황을 다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들도 다 나와 같은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말 안 해도 안다. 그 사실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 문장이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지.  




2.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하면 돼.


동료 막내 작가 중에는 선배 작가들이 많았다. 아직 1년도 버티지 못한 나에게는 선배 작가들이 참 멋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힘든 작가 생활을 버틴 것에 대한 존경이었다. 매일같이 '힘들다.'라고 말하면서 버티는 사람들. 나는 그게 참 용기인 것 같았다.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의 비전을 위해 버텨내는 것.


선배 작가들에게 많은 고민 상담을 했는데, 대부분 다음은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좋을지였다. '입봉'이 가장 큰 고민이었기 때문에 다음 프로그램 방향에 대한 고민이 컸다. 막내작가에서 서브 작가로 가는 과정, 입봉. 대개는 막내작가들이 입봉을 위해 VCR이 많은 곳에 가곤 한다. 나 역시 입봉이 너무 급하다고 생각을 했고.. VCR 쓸 수 있는 곳으로 바로 가려고 매일 같이 구인 공고를 봤었다.


그런 나에게 선배 작가들은 방송 작가를 길게 본다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몸을 혹사시키면서 일하는 곳에 가면 금방 포기할 거라는 거다. 그럴 바에는 내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지원하라고 했다. 그래야 일할 의지도 생기고, 프로그램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이 조언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남들 생각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하는 것. 남들보다 조금 느릴지라도 내 속도로 걷는 것. 마음 편하게 생각하니 '입봉'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됐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준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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