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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Sep 12. 2020

나는 사람을 통해 성장했다

나를 둘러싼 껍데기를 깨부순 사람들

과거의 난,

두꺼운 껍데기로

둘러싸인 사람이었다  



‘장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

착한 아이 콤플렉스로 생긴 ‘소심함’

실패할까 봐 도전조차 안 하는 ‘안주형 인간’.     


난 무수한 껍데기로 둘러싸인 채

몸을 사리며 인생을 살았다.     


대학교 크로키 수업 때,

나를 ‘그림자’로 표현한 적이 있다

흰 도화지에 서성이는 그림자.     


무난하게 살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지만, 눈에 띄기는 싫어하는

이중적인 감정 때문에

자신을 많이 괴롭혔던 적이 있다.

     

이런 나를 변화시킨 건

바로 인생에서 만난 ‘사람’이다.     




사람을 통해

무수한 껍데기를 깨부쉈다



감사하게도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았다.     

그 사랑스러운 이들은

껍데기 이면의 ‘나’를 찾으려고 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

탐구하고 싶어 했고, 사랑해줬다.     


껍데기에 둘러싸인 채

웅크리고 있던 나는

조금씩 기지개를 켤 수 있었다.


[껍데기 1: 책임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상한 책임감이 있었다.


‘장녀’로서 모든 것을

양보해야 된다는 말을

항상 듣고 자랐고,

‘장녀’로서 늘 참아야 했다.   

   

양보하고, 참는 습관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발현됐다.


그 안에서 나는 힘들어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반항심이 들기도 했다.      


‘나는 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갖지 못하지?’

‘나는 왜 늘 양보해야 하지?’

‘나는 왜 늘 참아야지?’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책임이라는 부담감에 갇혀 살아가고 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친구가 있다.     


그 친구 역시 장녀였는데

내가 장녀로서 부담감을 느끼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끔은 욕심부리라고,

네가 정말 갖고 싶은 건 가져도 된다고 했다.

처음이었다. 내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은 사람은.     


그때부터 나는 정말 필요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회사에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숨통이 트였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지키게 되니,

양보하고 참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마음에 선뜻 나서서

양보하고 참는 사람이 되었다.         

 

[껍데기 2: 소심함]

모든 사람한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나를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말을 할 때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니.

말이 줄었고, 거의 웃기만 했다.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이런 나에게

‘네가 뭐가 소심해?’라고 말하며

껍데기를 나오게 해 준 사람이 있다.    

 

살면서 한 번도 앞에 서보지 못한 사람에게

‘리더’라는 직책을 줬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소심해서 나서지 못했던 나는

리더를 하면서 다른 사람 앞에 서게 됐다.     


내 삶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돼 본 적이 없는데,

‘리더’로서 앞에 나서니

당당한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소심함이라는 껍데기를 벗기 시작했다     


[껍데기 3: 안주형 인간]

실패할까 봐 도전조차 못하는 사람이었다.

정말 현재의 삶에 안주하려는 사람이었다.     


이런 나의 껍데기를

확실히 깨준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이다.     


15분짜리 단편 영화를 찍고

졸업을 했어야 했던 나는

시나리오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단편이다 보니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무난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내 성향 상 자극적인 것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평소에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그때 남편이 해줬던 말이 있다.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봐.

그게 가장 너다워 ‘     


동기들이 흔히 다루는 주제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는 거였다.     


‘내 영화를 아무도 안 보면 어떡해?’     


‘네 영화를 보고 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넌 성공한 거야.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해 봐 ‘     


이 이야기를 듣고, 난 처음으로

안주하려는 마음을 깨부쉈다.     


무난하게 통과하는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도전했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고,

단 한 사람을 위로해주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더 이상 안주하면 안 되겠다고.


누군가 봐주지 않더라도

나만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는 안주형 인간에서

도전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나는

사람을 통해 두꺼운 껍데기를 깨부쉈고.

사람을 통해 성장했다.     


현재도 사람을 통해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나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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