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회사 첫 입사 날은 마치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은 기분이었다.
조금은 낯선 교실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말을 섞는 시간.
‘친구를 몇 명 사귀었는지’에 따라
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곤 했었다.
회사 역시 같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낯선 회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
하지만 내 판단과는 달리
회사는 ‘친구를 사귀는 곳’은 아니었다.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친구’로 판단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우리 팀이 큰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사원들끼리 일을 분배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일 분배는커녕 서로 떠넘기려고 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입장들이 충돌됐다.
함께 밥을 먹는 친한 사원들끼리는
서로 말을 아끼고 조심했다.
그때 한 사원이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왜 눈치를 봐?
친구 사귀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잖아?
이 회사 나가면 서로 볼 거야?’
분위기가 순간 싸해졌고,
5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후 사원들은 자신의 입장을 변론해 가며
일을 분배했다.
나는 일이 분배된 이후에도
그 사원의 말을 종종 떠올리곤 했다.
‘친구 사귀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잖아?’
처음에는 정말 이기적으로 들렸다.
‘서로 친구처럼 배려해주면서
일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했던 판단은
과연 눈치 보며 배려를 해주는 것이
일의 효율을 높이는 행동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눈치 보며 분배했을 때
사소한 감정 때문에
프로젝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는 업무와 사소한 감정을 분리하는 게
중요한 일이구나’하는 판단이 들었다.
더 이상 회사에서 ‘친구’에 집착하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회사에 들어가면
무조건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과연 내 편일까?
어쨌든 그 사람들도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다.
한 회사에서는 여직원끼리 식사하는 모임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라
나도 그 분위기에 맞춰 저절로 말수가 줄었다.
한 번은 내가 무언가 신이 나서
여직원들 앞에서 신나게 떠들었던 적이 있다.
이제는 마음 놓고 말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그때 갑자기 한 여직원이 나에게 업무 제안을 했다.
이미 많은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방금 제안하신 업무까지 받기
힘들다고 말해서 넘겼지만,
매번 식사 때마다 이야기가 반복됐다.
체하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내 소속 팀장을 통해서
업무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타 팀인 분이 나에게 업무를
주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팀장님 통해서 업무 주세요’라고 말하니
‘그분은 다 안된다고만 해서…‘라는 말이 돌아왔다.
‘안 되는 걸 알면서 왜 그러시지?’
우리가 친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행동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깨달았던 건
친구를 사귀더라도 거리를 두고,
굳이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말자였다.
친구를 많이 사귄다고
좋은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회사에서
친한 사람에게 데인 마음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로 결심한 거일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회사에서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한 말은
언젠가 흘러가게 돼있다는 것과
어차피 그들도 이곳에 일하러 왔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나는 회사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보다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