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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Sep 23. 2020

친구 사귀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잖아?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회사를 학교라고 생각했다



회사 첫 입사 날은 마치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은 기분이었다.


조금은 낯선 교실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말을 섞는 시간.

‘친구를 몇 명 사귀었는지’에 따라

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곤 했었다.


회사 역시 같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낯선 회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


하지만 내 판단과는 달리

회사는 ‘친구를 사귀는 곳’은 아니었다.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친구’로 판단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친구 사귀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잖아?


우리 팀이 큰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사원들끼리 일을 분배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일 분배는커녕 서로 떠넘기려고 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입장들이 충돌됐다.


함께 밥을 먹는 친한 사원들끼리는

서로 말을 아끼고 조심했다.


그때 한 사원이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왜 눈치를 봐?                                                                         

친구 사귀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잖아?

이 회사 나가면 서로 볼 거야?’


분위기가 순간 싸해졌고,

5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후 사원들은 자신의 입장을 변론해 가며

일을 분배했다.


나는 일이 분배된 이후에도

그 사원의 말을 종종 떠올리곤 했다.


‘친구 사귀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잖아?’


처음에는 정말 이기적으로 들렸다.

‘서로 친구처럼 배려해주면서

일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했던 판단은

과연 눈치 보며 배려를 해주는 것이

일의 효율을 높이는 행동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눈치 보며 분배했을 때

사소한 감정 때문에

프로젝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는 업무와 사소한 감정을 분리하는 게

중요한 일이구나’하는 판단이 들었다.


더 이상 회사에서 ‘친구’에 집착하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친구를 많이 사귄다고

회사에 적응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 들어가면

무조건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과연 내 편일까?

어쨌든 그 사람들도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다.


한 회사에서는 여직원끼리 식사하는 모임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라

나도 그 분위기에 맞춰 저절로 말수가 줄었다.


한 번은 내가 무언가 신이 나서

여직원들 앞에서 신나게 떠들었던 적이 있다.


이제는 마음 놓고 말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그때 갑자기 한 여직원이 나에게 업무 제안을 했다.


이미 많은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방금 제안하신 업무까지 받기

힘들다고 말해서 넘겼지만,

매번 식사 때마다 이야기가 반복됐다.

체하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내 소속 팀장을 통해서

업무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타 팀인 분이 나에게 업무를

주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팀장님 통해서 업무 주세요’라고 말하니

‘그분은 다 안된다고만 해서…‘라는 말이 돌아왔다.


‘안 되는 걸 알면서 왜 그러시지?’

우리가 친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행동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깨달았던 건

친구를 사귀더라도 거리를 두고,

굳이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말자였다.


친구를 많이 사귄다고

좋은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회사에서

친한 사람에게 데인 마음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로 결심한 거일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회사에서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한 말은

언젠가 흘러가게 돼있다는 것과

어차피 그들도 이곳에 일하러 왔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나는 회사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보다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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