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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Sep 20. 2020

첫사랑만 생각하면 이불 킥을 한다

첫사랑에 왜 이렇게 심각했을까?

여중, 여고를 나왔던 나에게

연애는 너무나 먼 얘기였다



이상하게 여중, 여고 다닐 때는

정말 남자에 1도 관심이 없었다.


학교 다닐 때 같은 버스에 타는 남학생들이

멋있어 보이기는커녕,

땀 냄새난다고 인상을 찌푸렸던 기억뿐…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부터였다.


한 번은 교통카드가 없어져서

난감해하고 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한 오빠가 교통 카드를 빌려준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오빠는 뭐 타고 가게요?’ 이랬더니

걸어간 댄다.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오빠는 내가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줬는데                          

본인이 춤을 잘 춘다며,

내 앞에서 갑자기 셔플 댄스를 췄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에…

버스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다음 날, 교통카드 빌려준 오빠를

아는 언니랑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갑자기 오빠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속닥거리며

‘제 앞에서 셔플 댄스 췄어요…

좀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언니는 그 오빠가 나를 좋아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 뒤로 나는 이상하게 이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성이 조금만 잘해줘도 ‘헉! 날 좋아하나?’

이러면서 금사빠처럼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이불 킥은 시작되었다.


금사빠인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은

내 감정이 이끄는 사람이 아닌

남들이 엮어주는 사람이었다



이상형 월드컵을 할 때도

어쩔 수 없이 그 친구를 선택했고,

사람들이 너무 나를 엮으니까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 친구 앞에서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게 내 감정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른 채

그 사람에게 관심이 갔다.


처음으로 카페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상상과 너무 다른 사람을 보며 정신을 차렸다..

‘정말 이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관심이 없어졌고

그 친구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은

이불 킥을 할 정도로 싫었다.


이불 킥이 여기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금세 다른 사람을 좋아했었다.


나와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밥을 먹거나 카페에 가는 것이 즐거웠다.


‘친구’라는 감정에서 시작된 감정은

어느 순간 좋아하는 감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었던 나는

너무 늦게 마음을 알아 버렸다.

그때는 이미 그 사람이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그와 멀어졌고,

꽤나 속앓이를 했었다.

부모님 앞에서 울기도 했는데

뭐가 그렇게 심각했는지 모르겠다. 창피하다.

시간이 지난 뒤

이불 킥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첫사랑의 기억은 이불 킥 감이다



당시에는 좋아하는 감정에 휩싸여

내가 좋아했던 사람의 행동에, 말에

영향을 많이 받곤 했다.


하지만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창피하고 이불 킥 감인 첫사랑이다.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좋아했던 기억을 들춰보면

왜 그렇게 좋아하는 감정을 망설였는지,

왜 그렇게 사람에 휩쓸렸는지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잊고 싶었다. 그렇게 기억을 지웠고,

이불 킥을 멈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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