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친정에 방문했다.
엄마는 딸이 쉬었으면 하는지
혼자서 음식을 준비했고,
도와주지 말라고 했다.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선 산책.
엄마는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했다.
그릇은 엄마가 저번에 사라는 거 샀어?
가스는 설치했어?
냉장고는 위치 바꿨니?
커튼이나 블라인드는 설치했니?
엄마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엄마의 질문은 대부분
입주한 집에 가구나 가전들이 다 채워졌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뭐만 말하면 엄마는
‘엄마가 그거 갖다 줄게’,
‘아, 엄마가 그거 사다 줄게’로 끝났다.
특히 그릇의 경우는 특정 브랜드까지 말하며
이 그릇을 사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알겠다며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해도
엄마는 계속해서 물고 늘어졌다.
시큰둥한 나의 반응에 엄마는 안 되겠는지
직접 그릇을 구입해서 갖다 주겠다고 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는 잘 가진 않았지만,
그릇을 받은 오늘에서야 이유를 알았다.
엄마는 다음날 아빠를 대동해
그릇을 잔뜩 사 들고 집에 찾아왔다.
밥그릇, 반찬 그릇, 국그릇,
심지어 냉면 그릇까지 구입해왔다.
그릇에 붙은 스티커를 떼며 하는 말이 있었다.
‘사람들이 놀러 오면 그릇 다 본다.
안 그럴 것 같지? 너 나중에 무시 당해.’
행여 누군가 딸을 깔볼까 봐
노심초사한 마음에 엄마가 선물한 그릇이었다.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엄마가 예전에 그러한 일을 겪은 적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댁에 갈 때는
늘 선물 한 보따리를 손에 쥐어주며
가져가라고 건네주고
시댁에 갔다 오면 어땠는지
내 기분을 살피기 바빴다.
딱히 힘든 일이 없었는데
엄마는 행여 딸의 마음에
생채기가 나진 않았을까
계속 내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그 마음이 참 따뜻했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산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당당하게 살아. 가슴 펴고
결혼했다고 경력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결혼했다고 하고 싶은 거 참지 말고,
결혼했다고 성격 바꾸지 말고
내 딸답게 당당하게 살라고 했다.
엄마는 그러지 못했을까?
딸은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에
엄마는 나에게 당당하게 살라고 하는 걸까?
이유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