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는 게 너무 싫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제일 싫어하는 일은 혼나는 것이었다. 그때 감정은 물이 가득 찬 풍선을 손가락으로 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겁고, 쏟아지면 바닥을 흥건히 적셔버릴 물, 당장이라도 손에서 떼고 싶은 마음, 그럼에도 손가락으로 붙잡고 싶다는 생각, 손가락에서 놓기 전에 풍선이 터질 것 같은 느낌.. 그 게 참 싫었다.
그때 마음에 스친 생각,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다.
이 생각은 나를 지금까지 옥죄여 오고 있다. 시키지 않았는데 밤을 새우고,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빈틈을 보여주기 싫어하지만, 경력이 낮기 때문에 생기는 빈틈, 들켰을 때의 창피함이 나를 억누르고 있다. 그래서 였을까? 모든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 했다.
얼마 전 진행하던 일에 문제가 많았다. 넘겨받은 일이었고 그래서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고, 입을 꽝 다물며 참았다. 속은 부글부글 엉망진창이 됐다. 내 경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터졌고, 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계속 참았다. 일은 처참히 실패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혼이 났다. 부끄러웠고, 할 말이 없었다.
가장 많이 혼났던 것은 문제적 상황에서 왜 보고를 안 했냐는 거였다. 그때 나를 조용히 죽이고 있었던 완벽주의자와 마주했다. 상처 받기 싫어서 혼나기 싫어서 나를 꽁꽁 감아 놓은 완벽이라는 두 글자. 그 단어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했고, 살아갈 자신이 없게 했다.
한 언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연차에 따라 급여가 다른 건 책임감의 무게야. 같은 일을 하는데도 월급이 다르잖아. 너는 문제적 상황을 자유롭게 제시하는 사람이 돼야 하고, 윗사람들은 그 문제의 답을 내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거야. 피드백에 스트레스받으면 한도 끝도 없어."
사실 내가 되고 싶어 했던 완벽주의자와 너무 멀어진 지금... 어쩌면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직 한창 배워야 할 나이고, 성장해야 할 나이고, 위기 상황을 대처할 능력을 배울 나이고, 충분히 실패할 나이다. 이제는 더 이상 보고를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 더 나은 상황을 위해 나는 계속해서 보고를 해나갈 것이고,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