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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Dec 09. 2020

현타가 온 신혼부부에게

[브런치 북 추천] 모르는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6년 연애 끝에 우리는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긴 연애 기간만큼 서로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기에 자신 있었죠. 서로가 어떤 걸 조심해야 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았기에 우리의 결혼 생활은 남들보다 쉬울 줄 알았습니다. 이런 안일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결혼'은 우리에게 너무나 차가운 현실이었습니다.


또한 연애 기간 때는 일주일에 적게는 한번, 많게는 두 번 정도 보던 사람을 매일 보려고 하니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결혼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여자 친구(or 남자 친구)가 집에 안 간다는 거야.' 이 말에 깊게 공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죠.


이 글을 읽는 몇몇 분은 '신혼 생활이 불행한 걸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다만 매일매일 행복할 수 없듯이 우리에게 힘든 날도 있다는 겁니다. 저희도 '신혼 버프'가 존재합니다. 정말 꿀 떨어질 듯 달달한 날도 있지만, 때론 죽일 듯이 싸우는 날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이 시기가 조금 빠르게 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언젠가 겪어야 하는 일. 미리 겪고 이겨내는 중이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신혼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힘든 순간들, 아무하고도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순간들, 현재를 이겨내고 싶은 마음들'을 찬찬히 브런치 매거진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 때론 지혜를 담아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 글들이 하나 둘 모여, 지금의 브런치 북 <모르는 사람과 결혼했습니다>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브런치 북 내용 중 몇 개의 글을 소개하려 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arrystranger


'모르는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신혼 2개월 차. 서로가 맘에 안 들기 시작했다. 샤워하고 보일러를 안 끄는 것, 밥 먹고 설거지를 바로 안 하는 것, 로션을 사줘도 바르지 않은 것,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지 않는 것, 택배가 잘못 배송되는 게 스트레스받는다면서도 계속 시키는 것, 단점들이 하나둘씩 보이는 거 보면 콩깍지가 진작에 벗겨진 듯하다. 물론 신혼이니 꽁냥꽁냥 한 건 있지만, 때론 정말 ‘얘 왜 이러지?’싶은 순간들도 있다.


신혼 2개월 차에 서로가 맘에 안 들기 시작했습니다. 큰 것부터 사소한 하나까지 꼴 보기 싫어진 거죠. 그 기간에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이 싸웠고, '내가 행복하려고 결혼했지... 이렇게 힘들게 살려고 결혼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문제를 문제로만 두지 않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니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너무 다른 남편을 보면 때론 싸움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차라리 미워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더 사랑하려고 싸우는데, 그 싸움이 너무 힘들어 미워하기로 결심하는 일. 몇 번을 고민했지만, 그러면 나 자신이 너무 불행할 것 같았다. 그리고 미워하기엔 내가 남편을 너무 사랑했다. 미워하는 게 더 쉽지만 사랑하기로 했다. 남편을 더 품어주고, 남편을 더 이해하고, 때론 나도 투정 버리며 기대기도 하고 싶다.


수많은 노력들이 무색하게 때론 정말 어이없는 일로 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무수한 싸움 끝에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우리가 싸우는 것은 서로를 더 이해하기 위해, 서로를 더 사랑하기 위한 일임을. 남편과 싸우는 일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좋지 않습니다. 꾹꾹 눌러 담다간 언젠가 꼭 터지게 돼있거든요. 그러니 우리는 지혜롭게 싸워야 합니다. 더욱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현타가 온 신혼부부가 있다면 제 브런치 북을 추천합니다. 저 역시 당신과 같은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 시기가 다를 뿐. 부부 사이에 찾아오는 힘든 순간들이 여러분을 너무 괴롭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같이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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