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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Dec 09. 2020

배 속에 아기가 생긴 다는 건

조금씩 달라지는 몸의 상태

기다리던 아기가 생겼다. 임신 전 마지막 생리를 하는 순간에는 '임신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낙심했었는데... 막상 아기가 생기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배를 만지며 '이 뱃살 속에 아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임신 주차가 높아질수록 몸에는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잠이 많아졌다


툭하면 졸리다. 원래 잠이 많은 나는 이 점 때문에 꽤 괴롭다. 근무 시간에는 한 번도 존 적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고, 하품이 자주 났다. 한 번은 10분 동안 졸다가 책상에 머리를 박고 일어난 적이 있다. 옆에서 같이 일하던 분이 쾅 소리에 놀라서 '괜찮냐'라고 물어보셨다. 볼이 다 뜨거워질 정도로 민망해졌다.


수면 시간도 늘었다. 평상시에는 밤 12시나 1시에 잠에 들었는데, 요새는 밤 11시쯤이면 졸리다.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밥을 먹은 직후에는 잠이 쏟아지고 하품이 난다.



예민해졌다


아기가 생긴 걸 확인하기 전 일주일, 이때 정말 감정 기복이 심했었다. 남편의 평상시 말투를 듣고 예민해졌고,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에도 눈물이 났다. 평상시 내 성격은 둥글둥글한 편인데, 임신한 뒤에는 계속 예민해져 갔다. 산부인과 선생님한테 여쭤보니 호르몬 때문이라고 하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민한 감정이 더 커졌는데, 이때는 배도 살살 아프다. 배가 아픈 이유는 아기도 있고, 변도 있고 여러 가지 원인이 많지만... 임신한 뒤에 배가 아프면, 괜시레 걱정이 커진다.



화장실에 자주 간다


계속 눌려서 그런지 화장실에 자주 간다.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도 생각했지만, 물을 줄여 봤는데도 화장실에 자주 간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는 대중 화장실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외출했을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이용을 해야 하니까 불편하다. 특히 변기에 신발 자국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정말 사용하기가 싫다. 또한 방송 일을 할 때는 장시간 녹화할 때 꽤나 곤욕이다. 화장실 가는 게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자리를 비우는 게 쉽지 않다.



후각이 발달한다


임신을 하면 입덧이 시작된다. 나의 경우 아직 극 초기라 입덧이 시작되지 않았다. 딱 한번 사과 주스를 시켰는데, 한입 삼켰다가 더 이상 못 먹겠어서 그대로 두고 나왔다. (병에 들은 사과 주스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돈이 아깝다.) 나는 먹덧이 좀 있는 것 같다. 울렁거릴 때 무언가 먹고 나면, 좀 괜찮아진다. 내가 너무 수시로 먹어서 산부 인과 선생님한테 이 점을 여쭤봤는데, 조금씩 수시로 먹는 건 좋다고 하셨다. 단, 먹덧은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때 먹덧의 존재를 알았다.


임신 한 뒤 나에게 생긴 변화는 후각이 굉장히 발달했다는 점이다. 내가 사실 굴을 싫어하는데, 굴 냄새만 맡아도 거슬린다. 또한 집에서 조금이라도 음식 냄새가 나면, 살짝 울렁거려서 환기를 2시간 이상은 하는 것 같다.



몸을 사리게 된다


회사를 퇴사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돼가는데 일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뭔가 임신한 상태에서 일을 찾으려고 하니 쉽지 않고, 되도록 이면 재택으로 근무하는 곳을 찾고 있어 범위가 더 좁아졌다. 이 상태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조금씩 알바를 이어가는 중이다.


코로나가 격상된 지금, 외출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자차가 없는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임신 초기라 티가 안 나는 내가 자리를 얻기란 쉽지 않다. 임산부 배지를 항상 가방에 매고 다니지만, 그걸 보고 자리를 비켜주지는 않는다. 못 본다는 게 더 맞겠다. 거의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옆에 누가 서 있는지 놓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그러니 할 말은 없다. 내가 그렇다고 '자리를 비켜주세요'라고 말하기엔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자꾸 아기에게 말을 걸게 된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끔 멍 때리는 시간에 아기에게 말을 걸곤 한다. '아기야, 잘 있니?' 이러면서 묻곤 하는데, 내가 정말 배 속을 투시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아기가 잘 있는지 늘 궁금하다. 산부인과 선생님이 아기가 궁금하면 언제든 와도 된다고 하셨는데... 진짜 정기 검진 때가 아닌데도 병원을 찾아가고 싶을 정도다.




앞으로 조금씩 임신하면서 겪는 감정들, 경험들에 관해 적어보려 한다. 굳이 적자면 태교 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아기가 정말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오늘도 기도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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