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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Mar 16. 2021

한국의 부활절, 절에서는 뭐할까?

서로를 축하하는 종교 문화

은아, 이번에는 부활절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올해 4월 4일이면 부활절이야.

독일은 기독교 문화가 베이스로 많이 깔려 있어서 부활절에 꽤나 큰 행사를 열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한국의 부활절?


한국의 경우는 ‘부활절’은 그렇게 큰 행사가 아닌 것 같아. 기독교 행사 ‘크리스마스’에 비해 크게 다루지 않는 날이기도 해. ‘부활절’은 기독교인에게만 중요한 날이고, 기독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치는 날이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부활절을 다룬 적이 있었나?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되짚어 보면 예쁘게 색칠된 계란을 받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나네. 저학년 때 계란을 꾸미는 활동도 했던 기억이 있긴 하다. 내가 늘 다니던 교회에서는 부활절이면 큰 행사를 열었어. 부활절에 맞는 분위기로 교회를 꾸미고, 예쁘게 꾸며진 계란을 선물해 주기도 했지. 가끔씩은 친구 초청 행사도 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일상생활이 바빠지고, 정신이 없어지면서 ‘부활절’을 기념하는 행사에 많이 가지는 못했어. 그렇게 교회에 많이 못 가게 되면서 부활절에 대한 기억도 많이 희미해져져 갔지.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되는 크리스마스와 다르게 부활절은 항상 조용히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어. 내가 일부로 ‘부활의 기쁨’을 묵상하지 않는 이상 평범하게 지나갔지.


부활절 날 절을 지나가다


어느 때와 같이 ‘부활절’을 무심하게 보내고 있는 날이었어. 출근길에 창가에 비친 절을 보는 데 한 플랜카드가 붙어 있는 거야. ‘부활절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였어. ‘불교인 절에 왜 이런 문구가 붙어 있는 거지?’ 속으로 무척 궁금해하며 빤히 플랜카드를 바라봤던 게 생각나. 뭔가 행복한 웃음도 새어 나오더라고. 종교는 다르지만, 축하해주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도 약간 충격이었어. 퇴근하는 길에 한번 더 플랜카드의 문구를 되짚어 보게 되더라니까?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이때는 그냥 넘겼었지.


다시 한 번 종교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을 목격하는 날이 있었는데 바로 크리스마스 날이었어. 집 근처에 있는 절에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봤어. 반가운 기억에 또 한번 플랜카드를 들여다봤지. 친구를 만나러 한 곳 근처에도 절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더라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많은 곳에 성탄절을 축하하는 문구들을 볼 수 있었어. 내 기억에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 단체에서도 플랜카드를 달았던 걸 봤어. 참 신기하더라. 서로의 종교 기념일을 축하해주고, 화합하려는 모습이 아름다웠어. 정말 종교를 떠나서 이러한 문화가 참 평화롭다는 생각을 했지.


서로의 종교 기념일을 축하하는 문화


서로 화합하려는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가끔 종교의 기념일 날에는 종교 뉴스를 보곤 해. ‘부처님 오신 날’ 이런 날에 종교 뉴스 면을 보면 천주교, 기독교 등 많은 타 종교의 목회자들이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고, 축하 메시지를 인터뷰하더라. ‘크리스마스’도 똑같아. 종교 종사자들이 예수님 오신 날을 축하하고, 축하 메시지를 남기지. 이렇게 서로를 축하하는 문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참 재밌고 보기 좋더라고.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화합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들이 참 좋아 보였어.


화합의 자세


우리나라 종교들의 문화를 보면서 나는 가장 크게 배운 게 있다면 ‘화합의 자세’였어. 누군가의 문화를 포용하고, 누군가 축하를 받아야 하는 순간에는 내 일 같이 기뻐하는 문화, 이러한 문화가 참 좋다는 생각을 해.


이러한 문화를 우리의 삶의 모습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지금 당장 실천한 것을 찾아본다면, 친구를 축하해주는 일이 될 수 있어. 가끔 친구가 잘 되는 모습을 보면 배 아플 때가 있잖아. 나도 참 속이 좁아서 친구들을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않는다고, 그들에게 해가 되는 건 없지만, 반대의 입장이 됐을 때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닌 듯해. 앞으로는 ‘질투의 마음’은 버리고,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태도를 길러야겠어.




은아, 오늘의 주제도 참 재밌었어! 올해도 그냥 지나쳤을 부활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또 글을 적으면서 삶의 태도도 재정립해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 고마워.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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