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으로 꾸었던 꿈들의 엮음.
해당 이야기는 어느 정도 개별적으로 꾸었던, 그리고 꿈의 내용들이 연결되던 지점에 대한 상상을 바탕으로 창작한 것입니다.
하얀색 방 안에서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의 모습을 보며 시야가 밝아져 왔다. 시야가 밝아진 후에 눈에 먼저 들어온 사람 수는 두 명, 나는 방안에 나타난 사람들 중 하나였다. 두 명 중 한 명은 원래 알고 있었던 사람인 마냥 낯이 익었다. 사실은 어디서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었겠지만. 어쩌면 지나가다가 스친 사이 정도는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똑같은 모양새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하나씩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략 여섯 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중에는 이리저리 펜던트를 흔들어 보는 사람도 있었고 공중에 던졌다 받았다를 반복하며 무게감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나만이 목걸이를 만져보는 것이 아닌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쳐다보거나 구경하고 있는 듯했다. 내 목에도 같은 목걸이가 걸려있었고, 손으로 더듬어 잡힌 펜던트는 그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니 얇고 짧은 피리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금속 재질인지 차가운 쇠의 감촉이 먼저 느껴졌다. 기능적으로 피리와는 상관은 없는지 작은 구멍 같은 것이 위와 아래쪽에 두 개가 뚫려 있는 물건이었다.
구멍에서는 작고 어렴풋이 들리는 정도의 잡음이 나오고 있었다. 귀에 가까이 가져다 대어 보니 여러 명의 사람이 대화를 하는 것처럼 웅성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아무래도 어딘가와 통신으로 연결된 물건인 듯했다. 그렇게 펜던트를 만지고 있는 와중에 한 명이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낯선 환경에 도착해서 눈을 떴을 텐데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끼리 돕고 싶다는 말이라던지. 한창을 주절거리며 말을 이어가던 사람은 설명은 충분했다고 생각을 했는지 자신이 꺼내려고 했던 말의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짧게 줄이자면 원래의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었던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은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생활하는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일반 적이며 마치 하나의 거대한 게임을 하듯이 생활을 한다고 했다.
그런 설명을 해주던 사람이 낯이 익은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낯이 익다는 감정이 강제로 주입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사람이 설명을 마치고 접촉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총 세명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다가가지 않았고, 그 사람들은 그저 목걸이를 만지고 있거나 벽을 두들기며 자신을 내보내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세명에게 팀에 합류하겠냐는 말을 건넨 후 낯이 익은 그 사람은 침묵을 이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충분히 생각은 해봤는지, 마음의 결정은 했는지 물어봤다. 흥미는 동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섣불리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사태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대답을 보류해도 괜찮겠냐고 답했다. 그 사람은 이런 태도로 답을 하는 사람이 내가 처음은 아닌 듯 별 문제없다며 이 공간 안의 우리에겐 정말 많은 시간이 허락되어 있다며, 얼마든지 라고 대답해줬다.
나 말고 제안을 받았던 나머지 두 명은 해당 집단에 소속되는 것으로 대답을 한 듯했다. 대단히 반가운 미소로 그들을 맞이하면서도 입꼬리나 눈매에서 달갑지 않은 기색이 언뜻 보였다. 조심성 없는 모습에 실망을 한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 의중을 직접 들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잠시 뒤에 제안을 받은 사람 중 나를 제외한 두 명과 제안을 건넨 사람까지 해서 총 세명은 목에 걸린 피리 모양의 펜던트에 대고 무어라고 웅얼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제안을 건네었던(편의상 A 라 부르겠다.) A의 펜던트에서 경미한 진동이 울린 뒤 귀에 가져다 대는 모습은 별달리 어색해 보이지도 새삼스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이곳 생활을 오래 했다는 뜻이겠지. 눈인사를 건넨 A는 나를 지나쳐 가며 조금 있다 보자는 뉘앙스의 인사를 건넸고, 뒤돌아 본 적이 없어서 내 뒤에 문이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그들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문 너머의 풍경은 대단히 이색적이었다. 사물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물 자체가 빠르게 움직이기보다는 문을 경계로 해서 흐르는 시간이 다른 듯해 보였다. A는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문을 등지고 설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서는 두 명의 옷 덜미, 정확하게는 뒷목을 잡은 자세로 문을 등지고 몸을 기대듯 쓰러지며 문 너머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