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각본 03] 꿈의 중개소

단편적으로 꾸었던 꿈들의 엮음.

by 김계환

해당 이야기는 어느 정도 개별적으로 꾸었던, 그리고 꿈의 내용들이 연결되던 지점에 대한 상상을 바탕으로 창작한 것입니다.





A가 행동했던 것처럼, 벽에 가서 펜던트를 두세 차례 부딪히자 벽 위로 문이 하나 나타났다. A 앞에 나타났던 문과 모양새가 같았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공통으로 지급되는 구성품으로 보였다. 문을 지나 들어온 뒤 시야에 들어온 방의 구조는 간단했다. 입구의 좌측에 위치한 신발장과 현관을 지나고 난 뒤 우측 구석에 보이는 동그란 소파, 소파에 앉아서 볼 수 있는 TV 그리고 TV와 연결된듯한 기계장치 하나. 그리고 완전히 들어가고 난 뒤에야 보이는 숨겨져 있던 주방시설과 반대편 저 멀리에 보이는 침실. 방 구조는 전체적으로 입구로부터 안쪽으로 길쭉한 형태였고, 혼자 지내고 생활하기에 모자람은 없어 보였다. 냉장고에는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량과 식수가 보였다. 나는 소파에 앉아 목에 걸고 들어온 펜던트에 집중했다.


펜던트의 모양새는 얇고 긴 모양새에 한쪽 끝이 두께가 얇아지는 형태로 피리같이 생겼다. 그리고 그위에 가지런히 뚫려있는 두 개의 구멍. 상대적으로 큰 구멍에서 소리가 나오는 듯했고, 작은 구멍은 내 쪽에서 나는 소리를 전달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뚫려있는 구멍의 반대편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버튼이 하나 있었다. 누르고 말하는 용도로 보였다. 그리고 측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안이 비어있는 여섯 개의 원이 보였다.


정보를 나눠준 사람이 설명해준 내가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의 숫자와 같았다. 하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하나의 원은 내부가 채워진 상태로 빛을 내게 된다고 했었다. 사용에 능숙해지면 색상이 변한다고 말해 줬던가. 목걸이에 인식된 능력의 경우 해당 능력을 삭제하고자 할 경우 펜던트를 손에 쥐고 집중하는 것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었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잠깐 잠에 들려던 찰나, 가슴팍에 놓여있는 목걸이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수행인의 형태로 참가하는 게임의 첫 수행 임무라는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하는 마음과 함께 귓가로 가져다 대었다. 아직은 화이트 노이즈에 가까운 웅성거림 밖에 들리지는 않지만 곧 설명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다시 나섰다. 들어오고 난 후 굳게 닫혀 열리지 않던 문은 손을 가져다 대는 정도로 쉽게 밀려나며 열렸다.


문 너머로 비치는 공간은 대기실이라고 불렸던 공간이었다. 하얀색 방 안에는 정보를 나눠주던 사람이 다시 나타 나 있었고, 임무지로 이동하는 하나의 문이 새로 생겨 있었다. 얼추 열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이 방에 들어와 임무에 나설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복장도 각양각색에 인종도 다양하고 공통점이라고는 다들 귀에 펜던트를 가져다 대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도 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귀에 펜던트를 가져다 댄 체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한쪽 벽에서 A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먼저 다가가서 아는 척을 할까 싶기도 했었지만, A가 먼저 눈이 마주치자 반가운 얼굴로 내쪽으로 다가와서 먼저 너스레를 떨며 몇 가지를 알려줬다.


[TMI]_From A.

1. 목에 걸린 피리모 양의 펜던트는 다들 교신기라고 부른다.

2. 대기실에 새로운 수행인이 등장하는 시기는 불규칙적이며 주기성을 지니지 않는다.

3. 등장하는 회차에 따라 차수로 구분하며 4회 차에는 나를 포함하여 3명의 인원이 등장했다.

4. 새로이 나타난 수행인이 등장 이후 모든 선택은 자발적인 의사를 존중한다.

5. 수행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제한 범위는 없으나, 클라이언트의 신분과 관련된 내용은 클라이언트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6. 수행인이 먼저 정보를 찾아 나설 경우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7. 다만 먼저 찾아 나서지 않는 수행인에게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

8. 정보를 나눠주던 사람과 자발적으로 접촉한 수행인은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것으로 간주하며, 거주할 수 있는 구역과 시작을 위한 기초 물품을 제공한다.


A는 물론 이와 같은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것이 내가 튜토리얼은 클리어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주면서도, 몇 발자국만 움직이거나 몇 군데만 살펴도 알 수 있는 별거 아닌 내용이라며 다시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튜토리얼을 제대로 통과한 수행인이 나타난 것이 오랜만이라는 말도 함께. 이후에는 내가 이번에 수행하게 될 임무의 정보를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로서도 아는 바가 없으니,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A는 별 소득이 없겠다고 판단했는지, 건승을 기원한다는 말과 함께 한쪽 구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지난번에 같이 사라졌던 두 명은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


A 가 해준 여러 종류의 이야기 중에서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사용할 능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펜던트의 측면을 살펴보니 여전히 속이 텅 빈 여섯 개의 원이 보였다. A의 말에 의하면 첫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통 클라이언트에 의해 제공되는 한 가지 계통을 시작으로 화폐를 통해 상점에서 구매하게 된다고 했다. 타인의 능력 사용을 보면서 인지의 범위를 넓혀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아직 첫 임무를 마치지 않았으니 추가되거나 확장된 계통의 능력이 없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해줬다. A의 경우 자신이 클라이언트로부터 처음 받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확장해온 계통 기반 능력이 염동력이라고 이야기했다. 원격으로 물건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보니 팔다리가 길어지는 기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덤으로 설명해주길 그 감각을 알게 되면 해당 계통 능력을 스스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목에 걸린 펜던트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비슷한 시기에 다들 펜던트를 움켜쥐는 것을 보아하니 임무의 하달 시점은 대부분 동시에 이루어지는 듯했다. 귀에 가져다 대자 평소에 들려왔던 화이트 노이즈에 가까운 웅성거림과 잡음 등은 들리지 않았고, 주변 잡음 없는 깨끗한 내용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제는 그 언어가 내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혼자 이야기를 이어가던 여성의 목소리가 끝나고 주변을 살펴보니 모두들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방안에 남겨진 것은 나 혼자였다. 난감한 기분이었다. 임무랑 관련된 출입이 가능한 문도 눈에 보이지 않았고. 펜던트에서 들려오는 말은 알아듣지 못할 수준의 작은 음량에 해상도가 좋지 못한 음성이었고, 이런 걸 물어볼 만한 사람은 없는 데다가, 임무의 내용은 외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 사항이고, 주변에는 기댈 곳도 없었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있노라니, 문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쳐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즐거운 표정인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 A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A는 나에게 다가와 첫 임무인데 벌써 끝내고 돌아온 거냐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임무를 알아듣지 못한 사정과 그냥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음을 이야기해 주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던 A는 임무 하달 후 응답이 없을 경우 거절로 간주되어 방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잠시 침묵을 유지한 뒤에 A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겠다며 클라이언트를 굉장히 잘 만난 것이라며 부럽다는 말을 건네어 왔다. 그리고 임무를 위해 문 너머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임무를 완수한 것으로 처리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임무를 거절 혹은 수행 실패하였을 경우에는 참여가 예정되어 있던 시간선에 단순한 구성원으로 재배치되고 수행인으로써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직후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A에게 염동력의 시연을 요청한 것과 감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A는 몇 번 그랬듯이 너스레를 떨며 무료로 가르쳐주면 안 되느니 너의 앞날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느니 나중에 모르는척하기 없기라느니 등의 이야기를 하며 염동력 계통의 기분을 남에게 체험시켜 주는 것이 처음은 아닌 양 자연스럽게 감각을 공유해 줬다. 이렇게 밑천을 다 퍼줘도 괜찮냐는 질문에 느끼는 것과 해당 계통의 능력을 개방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난이도의 일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줬다. 자신도 이런 형태로 가지게 된 능력이라며.


우연히도 나는 염동력 계통에 적합도가 영 없지는 않았던지 A의 설명과 일련의 염동력 체험전을 겪고 난 뒤에 펜던트의 첫 번째 칸을 채울 수 있었다. A의 말로는 능력의 파생효과가 아닌 원류에 가까운 기술을 첫 번 재로 개방하는 것은 미래를 봐서도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잘 키워 나가길 바란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 능력을 베이스로 해서 몇 가지 반복된 패턴을 사용하다 보면 스스로 정형화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고 그것이 하나의 새로운 계통으로 등록될 때는 과정을 생략한 결과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스스로의 교육 결과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지 A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뒤이어 나 또한 그 방에서 무엇인가 더 할 것은 없어 보여 벽에 펜던트를 대고 가볍게 두드려 나타난 문을 열고 내방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첫 번째 일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클라이언트의 음색만 알게 된 채로 마무리되었다. 다음 임무 하달 내지는 신규 수행인 합류까지는 준비를 위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목걸이의 측면에 하나의 불이 더 반짝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칸은 A가 설명해준 염동력으로 채웠다. 그리고 또다시 무언가 능력이 생길만한 이유는 없었다. 클라이언트가 보내준 능력인 듯했다. 그리고 직후에 목걸이에서 다시 작게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흘러나오는 말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을 보니 아무래도 언어 이해와 관련된 능력으로 선물을 받은 듯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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