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으로 돌잔치 끝낼 수 있을까?_12. 후기
돌잔치를 끝내고 돌끝맘이 되었다.
여차 저차 한 이유로 셀프 돌잔치를 기획했고, 계획대로 된 부분도, 안 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평은 대만족이다! (스스로 일 벌이고 수습하는 걸 즐기는 타입)
하나하나 세세한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1. 장소
돌잔치홀에 가보면 보통 테이블은 4인 테이블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원형 테이블 하나가 10인짜리라.. 손님들끼리 섞여 앉아야 하는 걸 걱정했었다.
하지만 교회 사람들끼리 뭉쳐서 앉고 친척들끼리 뭉쳐서 앉으니 자리 모자라거나 어색한 합석은 없었던 것 같다.
교회에서 장소를 빌려주신 게 50만원 돌잔치를 진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 교회가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교횐데, 교회에서 돌잔치하는 건 처음이라며... 담임목사님이 오셔서 기도도 해주셨다!
교회 주차장을 사용하면 되니 주차도 편했고, 여느 홀 보다 색다르고 특이했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에게 거부감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장소만 교회일 뿐 다른 건 못 느꼈다고 하더라 (휴, 다행)
이런 테이블 데코레이션도 교회에서 준비 안 해주셨으면 난 그냥 밋밋한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어야 했을 텐데.
많은 도움의 손길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이분들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나 싶고 막 반성과 감사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ㅋㅋㅋ
2. 음식
처음에 세팅해주실 때 어.. 이게 70인분이라고? 넉넉하게 80명까지도 먹을 수 있다고?????????
이런 생각이 들어서 준비해주시는 분께 여쭤봤는데 70인분 맞는 거 같은데요? 이러셔서 어리둥절했다.
모자랄 거 같은데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딱 알맞게 남았다(?)! 역시 전문가를 믿어야 한다!
총 방문하신 분은 78명이었고, 약간 남은 음식들은 식사를 하나도 못 한 우리가 미리 준비해 간 비닐팩에 싸 왔다.
어른들도 음식 맛있다고 많이 얘기해주셔서 엄청 뿌듯했다! (사실 출장뷔페는 복불복이지만)
음식 별로라고 하는 사람 한 명도 없었다!
어느 정도 행사 끝난 거 같으면 오셔서 '음식 치울까요?' 하고 물어봐주시는데 남은 음식은 눈 앞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전부 버리신다! 그래서 더욱 믿을만한 것 같다.
회 같은 불안한 음식 빼고는 남은 음식 다 싸와서 두 끼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ㅎㅎ
어차피 다 버릴 음식이니 싸간다고 하면 그러라고 시간을 좀 더 주시더라 ㅎㅎ
3. 답례품
답례품이라 하고 사진은 포토테이블 (?) ㅎㅎ
답례품을 포토테이블 위에 전시해 놓으려고 했는데 그럼 안됐던 것이다!
돌잔치 홀은 답례품을 전시 해 놓고 입구에서 지키는 문지기(?)가 있지만 여기는 답례품만 덩그러니 두고 모두가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답례품이 사라져도 (누군가 몰래 챙겨도)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답례품을 아슬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여러 개 챙기면 못 가져가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교회 집사님이 테이블 밑에 숨겨 놓으라고 했다.
손님들 갈 때 하나씩 나눠줘야지 했는데 또 막상 아기 안고 인사 다니고 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뒤늦게 아! 답례품 안 드렸는데! 하고 후다닥 나와보니 답례품이 테이블 위에 예쁘게 세팅되어 있었다.
속회 집사님들이 행사 끝날 때 즈음 나오셔서 답례품 꺼내 올려주셨다고 했다.
이 마저도 다른 사람의 손길 없었으면 완전 지나칠 뻔...
답례품은 다들 귀엽다고 좋아하셨다. 비싸도 싸도 잠깐 기분 좋고 지나갈 선물인데 너무 비싼 돈 쓰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그 주방 수건은 우리 집에서도 잘 쓰고 있는 아이템!
4. 돌상
내가 허접하게 차려놓은 돌상은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변해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그냥 물건만 올려놓으면 되지,라고 생각한 내가 철저하게 틀렸다.
여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투자된다.
예쁘게 만들기 위해 이리 놓고 저리 놓으며 고민을 많이 해야 하고 양 옆 꽃들도 풍성하게 많이 만져줘야 해서 돌상에 괜히 출장이 붙는 게 아니다....
내 예상처럼 알록달록한 돌상이 꾸며졌고, 과일과 떡은 뒷정리하시는 분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지금 글을 다시 쓰면서 보니... 동생한테 돌상 출장비 정도 쥐어줬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다
5. 퀴즈상
선물이 한가득인 걸 보고 나만 뿌듯했을까? ㅎㅎ
소심하게 수세미 2개까지 얹었다 ㅋㅋ
많은 사람들이 상을 나눠 가져갔으면 하는 내 바람대로 상을 겹쳐서 가져간 사람이 없었다.
시작 전에 사회자와 이야기를 미리 나눴는데, 상 받은 사람이 또 받으러 나오면 자의적으로 양보하는 것 같은 그림을 만들어주셔서 골고루 잘 뿌리게 되었다!
이렇게 사회를 너무 잘 봐주셔서 전문사회자를 따로 안 부르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 같은 경우, 사회자 비용까지 따로 내야 하지만 아는 분이고 워낙에 친한 교회 집사님이고 하니 돌잔치 끝나고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식사를 사 드렸다.
6. 의상
엄마 핑크 나름 괜찮네?
내 신발은 구두가 없어서 흰색 샌들을 신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아기는 아직 못 걸어서 신발이 필요 없으니 다행이었다. (아니면 아기 신발도 사야 했던 상황 ㅎㅎ)
이 날 오전에 잠시 비가 내려서 아침에 힘들게 미용실 들러서 드라이 한 건 다 풀렸다 푸하하하
원피스가 예뻐서 사진 어떻게 찍어도 다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아기 원피스 안에 기저귀 가리는 용도로 블루머 안 입혔는데 입힐 걸 그랬다. 몇몇 사진에 기저귀가...^^;
사진은 출장 스냅을 부를까 고민 많이 했는데, 어차피 결혼식 사진도 들춰보지도 않는 거 돌잔치 사진이라도 들춰볼까 싶어서 안 부르고 그냥 가족들한테 폰으로 찍어달라고 했고, 교회 집사님께도 사진 좀 찍어주세요 했다.
덕분에 스냅 없이도 이런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왔다^^ 충분하다!
돌잔치 사진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밝은데 남편 예복이 아~주 짙은 보라 (검정처럼 보일 정도로 진한) 색이어서 조금 더 밝은 톤의 양복을 입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근데 그림이 나쁘진 않았다 ㅎㅎ
7. 행사 전 동영상
우리 집 큰 애랑 도와주러 오신 집사님네 아이 ㅎㅎ
이렇게 준비하는 시간부터 정리 끝날 때까지 행사 전 동영상은 무한 반복이었다. (중간에 돌잡이 행사할 때만 멈춤)
이렇게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멍하니 보기도 하고, 식사시간에도 사람들이 앞에 화면을 보면서 식사하셨다 ㅎㅎ
돌잔치 분위기도 나고, 좋은 음악도 계속 흐르고 볼거리도 있고!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8. 포토테이블
홀 안에서 이것저것 지휘하고 참견하느라 바깥은 나와보지도 않음...
전도사님들이 도맡아서 해주셨는데 나한테 자꾸 오셔서 이것도 할까요?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의견을 물어보는데 너무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냥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했는데 내 맘에 쏙 들게 해 주셨네!
젠가 방명록은 아이들에게 인기폭발이었다 ㅋㅋㅋ
초음파 앨범, 성장 앨범, 아기 액자, 그리고 폴라로이드 사진 남은 거 다 가지고 왔는데 절반은 세상 구경한 듯!
젠가는 집에서도 가끔 가지고 노는데 거기 쓰여 있는 덕담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좋은 말을 많이들 써주셨고, 삐뚤빼뚤한 글자로 생일 축하해 라고 써준 아이들까지도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셀프 돌잔치는 아이디어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의 희망사항을 다 담아낼 수 있다!
9. 아기 컨디션
준비가 완벽한 돌잔치여도 아이가 울고 떼쓰면 망한 것... :(
우리 아기는 워낙 순둥이 인 데다가 매주 교회 사람들을 보고 얼굴을 익혀놨기에 이 곳은 익숙한 장소였다.
그래서 더더욱 수월한 돌잔치를 진행할 수 있던 것도 있지만, 아니라면 낮잠시간과 맘마 시간을 잘 맞춰야 기분 좋은 돌잔치를 할 수 있다.
아기 컨디션 난조로 하루 종일 빽빽 울기만 하면 부모님도 진 빠지고 손님들도 정신없고...
아님 아기 낮잠시간에 걸려서 계속 잠만 잔다면 안고 있는 부모님은 힘들고 손님들은 재미없고.....
우리 아기는 준비시간에 잘 자고 성장 동영상 볼 때 이유식을 먹어서 그 뒤론 아주 기분 좋게 돌잔치를 진행했다!
돌잔치 일주일 전부터 주문을 걸었다. 돌잔치 날 잘 자고 잘 먹고 기분 좋아져라~ 하면서 ㅎㅎㅎ
돌잔치 50만원에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한 초 저렴 셀프 돌잔치의 정산 타임.
답례품 147,000원
돌상 170,000원
돌잔치 이벤트 선물 53,184원
라벨, 스티커, 포장지 5,000원
포장용 크라프트지 1,800원
아기 의상 15,500원
언니 의상 18,000원
엄마 의상 29,000원
나무집게 1,000원
젠가 7,900원
당일 헤어 드라이 20,000원
떡 5,000원
과일 15,000원
총 488,384원!!!!
물론, 대관료도 안 들어갔고, 홀 데코의 상당 부분 교회에서 지원받고, 심지어 돌상에 올릴 케이크도 사와 달라고 부탁했지만... 발품 팔고 나의 노력 더해 충분히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세상 모든 돌을 앞둔 부모님들께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돌끝맘은 본격적인 육아를 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