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으로 돌잔치 끝낼 수 있을까?_11. 세팅과 진행
대망의 돌잔치 당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나의 일정은 꼬이기 시작하는데.....ㅎㅎ
그래도 명색이 아이 돌잔친데 내가 메이크업까지는 안돼도 머리는 만져야 하지 않나 싶어서 집 근처 미용실에서 드라이 알아보니 2만원이라고 했다!
돌잔치가 12시고, 출장뷔페가 10시부터 세팅 시작한다고 해서 그럼 나도 10시까지는 도착해 있어야지 싶었는데 미용실이 10시에 연다고 한다...!
세상에...
돌잔치장에 10시까지 가야 하는데 10분만 일찍 와주시면 안 되냐 사정사정해서 9시 50분으로 예약 잡아 놨는데, 다행히도 하루 전에 연락 오셔서 9시 20분까지 출근할 테니 일찍 오시라고 했다.
(가서 들은 얘긴데 디자이너님이 14개월 아기 엄마였고, 얼마 전 돌잔치를 해서 그 마음 안다고.... ㅎㅎ 본인이 출근을 빨리 하더라도 돌잔치 일정을 망치고 싶지 않으셨다고 한다. 감사해요!)
메이크업은 그냥 일반 화장해야지 했는데 난 화알못!
동생이 화장해주기로 해서 부산에서 비행기 타고 시간 맞춰 온다고 해서 부랴부랴 10시까지 교회로 갔다.
앞만 보고 있던 의자를 다 빼고 원형 테이블을 깔고 다시 의자를 세팅하는 과정을 10개 반복해야 하는데, 이걸 언제.. 나랑 신랑이 하고 있지? ㅎㅎ
교회에서 돌잔치한다고 하니 손이 부족할까 걱정되었던 우리 속회(크리스천이 아니라면 생소할 단어.... 몇 가정씩 모아서 교제하고 나누는 모임? 같은 개념입니다!)에서 일찍 오셔서 다 도와주셨다...
내가 10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이미 테이블 세팅을 완료해주셨다..!
둘이서 하면 테이블 하고 의자 세팅만 한 시간 넘게 걸릴 뻔한 걸 건실한 남정네 4-5명이 후딱후딱 하니 금방! 상이 차려졌다.
출장뷔페에선 두 분이 오셔서 음식 세팅을 해주신다.
어느 정도 테이블 세팅을 도와주시긴 했는데 이분들도 원래 일이 음식 차리는 일이니 마냥 다 도와달라고 할 순 없었다.
몇 개 정도 도와주시고는 시간 맞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음식 준비를 해주셨다.
여긴 뭐 전문가들이니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음 ㅎㅎ
남자들이 테이블과 의자 세팅을 했다면, 여자들은? 테이블 데코를 했다!
교회에서 행사 있을 때 테이블에 데코 하는 세트? 가 있는데 교회에서 돌잔치하는 아가는 처음이라며 이것도 같이 쓰라고 빌려주셨다 ㅎㅎ
이게 보기와 다르게 손이 많이 가는데 테이블 중간에 크로스 깔고 리본 공단 끈 깔고 꽃병에 물 조금 담아서 넘어지지 않게 무게 잡아서 조화 넣고 위에 리본 묶고 아래 리본 묶고 주변에 꽃잎 흩트리고 이걸 10개 해야 했다.
잔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라 내가 하니 꼼지락꼼지락 오래 걸렸는데 한번 시범만 보이니 각자 흩어져서 여자들이 데코를 알아서 착착 진행! 서로 안 되는 부분은 도와가며 많은 도움의 손길을 주심 ㅠㅠ
그래서 이 부분도 내가 맡기고 다른 데에 신경 쓸 수 있었다.
나 혼자라면 절대 못 했을 거야.... (절레절레)
비행기가 연착되어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동생에게 짜증을 내며 빨리 내 얼굴에 화장하라고 했다 ㅋㅋ
옆에선 세팅하고 난 앉아서 화장하고... 민망쓰...
빨리빨리를 외치며 화장을 끝난 나는 또다시 빨빨빨 돌아다니고, 동생한테 아이들을 맡겼다.
나 단장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애들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셀프 돌잔치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지휘해야 하기 때문!
큰 아이 머리 묶어주는 것도, 드레스 뒤 리본 개판으로 묶어 놓은 거 예쁘게 손 봐주는 것도 이모의 몫.
주인공 아가는 코 잔다.. 휴...
지금 자야 이따가 컨디션이 좋지! 는 훼이크고 사실 바빠서 방치했는데 순하게도 잠들었다^^
교회에 수유실이 따로 없으니 수유가 어려울 것 같아서 이유식을 한 통 챙겼는데 어른들이 다들 잘했다고 입을 한 번씩 댔다.
중간에 성장 동영상 보고 이럴 때 친정엄마가 조금씩 밥 먹였더니 돌잡이 이벤트 내내 울지도 않고 두리번두리번 기분 좋게 구경하더라 :)
그리고 생각보다.... 막막하고 손이 많이 갔던 포토테이블 꾸미기!
내가 사진 준비한 것은 새발의 피였다... 그걸로는 택도 없는 준비였던 것이다! 본격적인 준비는 당일날 포토테이블 앞에서 하는 것이었다!
11시에 회의가 끝난 전도사님들이 모두 달려오셔서 포토테이블에만 매달려주셨다. (총 6분)
서로서로 아이디어 내고 사무실 왔다 갔다 하면서 프린트해오고, 본인 사무실 자리에 있는 아기자기한 용품들까지 가져오셔서 예쁘게 전시해주셨다!
가렌드처럼 사진 널어놓는 것도 전도사님 의견! 바깥에 이렇게 저렇게 잔소리할 시간도 없이 바빠서 난 안쪽에만 있고 바깥은 그냥 전도사님들이 알아서 해주시겠지 맡겨놨는데, 정말 마음에 쏙 들게 준비해주셨다.
아마 이 도움의 손길이 없었으면 포토테이블에는 덩그러니 앨범, 액자, 사진틀, 젠가 방명록... 이것뿐이었겠지.
내가 차린 돌상.
아니 이게 뭐야?
자기 화장도 끝내고, 큰 아이 단정하게 손 봐주고, 돌잔치 주인공 자는 거 쳐다보던 동생이 본인이 해주겠다고 나섬! 그래서 오케이 이건 니가 해줘! 하고 또 난 손을 뗐다!
돌상에 올라갈 떡(5,000원)은 미리 사 갔고, 과일은 사과랑 청포도만 샀다. 나머지 과일 낱개로 조금만 필요한데 이거 때문에 또 왕창 사긴 아까워서 과일 있으신 분~ 낱개로 하나만 주세요! 이렇게 모집해서 (?) 레몬과 토마토 등을 얻었다!
케이크는 조금 일찍 오시겠다 하는 친정엄마한테 사다 달라 부탁드림... ㅎ (사실 까먹고 준비 안 하고 있다가 돌상 차리면서 생각이 남)
진행은 속회에서 돌잔치 진행 경험이 있으신 분께 부탁드렸다. 선뜻해주신다 하시기도 했고, 진행 실력을 워낙 잘 알기에 걱정 않고 맡겼다.
내가 정신없어서 준비하지 못한 것들을 미리 체크해서 순발력 있게 진행해주셨다.
예를 들어.. 행운의 자리라고 해놓고 의자 밑에 행운권 안 붙여놨는데 그것도 먼저 해주시고, 돌잡이가 갑자기 사라져서 돌잡이 상 퀴즈 변경도 안 했는데, 알아서 '성격성향 돌잡이로 무엇을 잡았을까요!' 퀴즈 내서 맞춘 사람 주는 등 말도 안 했는데 알아서 진행해주셔서 정말 혀를 내둘렀다.
돌잡이를 안 해서 아차상도 줄 수 없었는데 '아빠에게 제일 먼저 첫 번째 생일 축하한다고 문자 온 사람에게 선물 주겠다'며 돌발퀴즈를 내주시고 사회자랑 가위바위보 해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돌잔치 퀴즈조차 내 예상과 다른 상황이 많이 나와 조마조마했는데 실수 한번 없이 잘해주셨다!
준비하는 시간부터 계속 행사 전 동영상을 틀어놓고, 돌잡이 행사에선 성장 동영상도 틀어줘야 하고, 중간에 퀴즈상에 증거 영상도 틀어줘야 하는데 이걸 내가 할 생각을 했다니 난 정말 멍청이다.
난 앞에 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사람이 이걸 도와줘야 하는데 이것도 즉석에서 전도사님 한분께 부탁드렸다.. 정말 나 혼자 하는 건 절대 불가능이었다. 난 무슨 자신감이였지?
행사가 다 끝나고 나서는 예배실을 다시 원상복귀 해 놓아야 했는데, 출장뷔페에선 음식을 싹 정리하고 본인들이 쓴 테이블까지만 정리하는 것이 그들의 일!
행사 끝나고 나니 그제야 아가 보겠다고 하나 둘 인사하러 오시고, 식사 끝나고 집에 가시는 분들도 하나 둘 생기고 하니 아이 보여드리랴, 배웅 인사하랴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고 나니 어느새 홀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테이블 정리, 돌상 정리, 의자 세팅, 청소기 돌리기까지 끝나 있어서 어버버... 다들 감사합니다!
준비도 너무 재미있었고, 당일날도 정신은 없었지만 많이 축하받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
또 하라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ㅎㅎ (기획이 체질이다.)
다만, 이런 완벽한 진행과 자신감은 돌잔치를 완성해준 수많은 손길에서 나온 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속회분들, 전도사님들, 동생.. 나 혼자서 하려면 하루 전날 하루 종일 하루 꼬박을 매달려서 준비를 해 놨어야 했겠지..
2시간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던 것은 모두 수많은 사람들 덕분...!
셀프로 돌잔치 준비하시는 사람은, 당일날 2시간 준비는 말도 안 되게 너무 힘들고.. (10명 이상 도와줄 사람 있으면 가능)
전날부터 준비해 놓거나 아니면 최소 4시간 이상 준비시간 가져야 한다!
*헤어 드라이 20,000원
떡 5,000원
과일 15,000원
총 40,000원